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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줄을 서시오? 앱이 대신 해줬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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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3시쯤 제주 서귀포시의 G고기국수 맛집. TV에도 수차례 소개된 유명 식당인 이곳에선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50팀 이상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상 대기 시간은 80~90분. 같은 시각 대학생 정모(23)씨는 국숫집에서 4㎞ 떨어진 스타벅스 성산일출봉점에서 느긋하게 원격 줄 서기 앱 예써로 대기 예약을 걸었다. 정씨는 "대기 앱을 이용하면 식당 앞까지 찾아가지 않고서도 줄을 설 수 있다"며 "저녁에는 유명 갈치조림 맛집에 원격 줄 서기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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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산업과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푸드테크'가 주목받으면서, 최근 각종 틈새 서비스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원격 줄 서기 앱 '테이블링' '예써'가 등장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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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트렌드인 '푸드테크'〈키워드〉 산업이 최근 국내 시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과거 생산·제조 분야를 중심으로 발달했던 푸드테크는 최근 유통·판매 분야로 확장되면서 소비자 피부에 와 닿는 서비스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특히 모바일로 음식을 주문하는 O2O(Online to Offline) 분야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음식 배달 앱(배달의 민족·요기요·우버잇츠), 맛집 정보 앱(망고플레이트·카카오플레이스), 신선 식품 배송 앱(정육각·미트박스)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 최근에는 원격 줄 서기, 마감시간 식당 할인 중개, 기프티콘(모바일 상품 쿠폰) 중고 거래 앱 같은 틈새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스마트 소비 돕는 푸드테크 앱 잇따라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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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푸드테크협회는 배송·스마트팜·빅데이터·식품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2027년까지 30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푸드테크 투자가 2012년 2억5600만달러에서 2015년엔 56억5300만달러로 3년간 30배 가까이 늘었다.

푸드테크가 각광받는 이유는 소비자 체감 효과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로스쿨생 강대현(27)씨는 3개월 전 모바일 상품 쿠폰 중고 거래 앱 기프티윈을 설치했다. 강씨는 "할인행사 때 싸게 구입한 편의점 모바일 상품권이나 커피 쿠폰 등을 정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판매자들이 많다"면서 "식비를 한 푼이라도 더 아껴야 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 앱에선 4100원짜리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커피 쿠폰을 3600원에, 5600원짜리 맘스터치 싸이버거 세트 쿠폰을 5200원에 팔고 있었다.

줄 서기 앱은 해외에서도 인기다. 독일인 프레데릭 페리에(37)씨는 "최근 영국 런던의 딤섬 맛집 '딘 타이 펑'을 '워크인' 앱을 통해 이용했다"며 "2시간 전에 대기 예약을 걸어놓고 공원 산책을 하다 식당에 입장했다"고 했다.

◇증정품 보관, 떨이 판매까지

편의점 GS25의 '나만의 냉장고' 앱은 최근 이용자 수 550만 명을 돌파했다. 1+1, 2+1 같은 특별 할인 행사가 있을 때 증정품을 당장 수령하지 않고, 모바일 쿠폰으로 변환해 보관하다가 원할 때 찾아갈 수 있는 앱이다. GS25 관계자는 "증정품 보관 앱을 개발해 특허 출원까지 받았다"며 "이용자의 43%가 10~20대 소비자"라고 했다. 이 앱은 샐러드나 도시락 등을 이틀 전까지 사전 주문하면 원하는 지점에서 받을 수 있는 '주문 예약' 서비스도 제공한다. 나들이 철 단체 고객이 휴양지 인근 편의점에 도시락 수십 개를 미리 사전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라스트오더는 식당이 재고 부담과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도록, 영업 마감이 임박한 시간에 3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음식을 판매하도록 중개하는 앱이다. 이날 이 앱에선 서울 광화문 태국 음식점의 2만9000원짜리 '뿌팟봉커리'를 반값에 판매했다. 해외에선 덴마크의 '투굿투고', 일본 '리베이크'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롯데그룹의 스타트업 투자 법인 '롯데액셀러레이터'의 김영덕 상무는 "그동안 대기업들은 혁신을 꾀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반면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은 음식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드테크

전통 식품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신(新)산업. 과거에는 '스마트팜'처럼 제조 분야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첨단 기술을 뜻했다. 최근에는 소비자와 상품을 연결하는 유통·판매 분야의 기술 혁신까지 의미가 확장됐다.





한경진 기자(kjhan@chosun.com);장정욱 인턴기자(연세대 국어국문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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