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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한반도 덮친 미세먼지

장마에 태풍까지 지나갔는데, 한여름 느닷없는 미세먼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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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충청 중심 이례적 치솟아

서울 6~10월 50㎍ 이상은 3년 만

“대기정체로 국내 먼지 누적된 탓”

장마에 태풍까지 와도 소용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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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으로 한여름 초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 거리가 뿌옇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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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6시 서울 동작구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57㎍(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을 기록했다. 오전 7시 구로구에서도 초미세먼지가 55㎍/㎥을 보이는 등 서울 전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평소보다 2~3배나 됐다. 인천시 서구 원당동은 오전 8시 57㎍/㎥, 경기도에서도 오전 5시 수원시 영통동에서 74㎍/㎥ 등 높은 수치를 보였다.

서울은 이날 오후 3시까지 일 평균 농도가 36㎍/㎥으로 ‘나쁨(36㎍/㎥ 이상)’ 수준에 해당했고, 인천 33㎍/㎥, 경기 34㎍/㎥으로 ‘나쁨’ 수준에 육박했다. 지난 18일에는 서울의 초미세먼지 일 평균 농도가 53㎍/㎥을 기록했다. 주부 이모(54·서울 영등포구)씨는 “무더운 날씨에 마음껏 창문을 열 수도 없어 더 답답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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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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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장마에다 태풍까지 지나갔는데도 최근 수도권과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초미세먼지가 쌓이고 있다. 한여름에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 6~10월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50㎍/㎥ 이상이었던 적은 2016년 두 차례 이후 지난 18일이 처음이다. 서울 지역의 여름철(6~8월)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 역시 2016년 23.7㎍/㎥, 2017년 19.1㎍/㎥, 2018년 17.8㎍/㎥으로 낮아지다가 올여름 들어 21일까지 평균 20.6㎍/㎥으로 다시 높아졌다.

오존주의보도 급증, 올 들어 44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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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정류장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버스를 기다리는 한 시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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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환경과학원 미세먼지통합예보센터 홍성철 예보관은 “22일 오전부터 대기 정체로 인해 초미세먼지가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만 23일에는 남풍이 불면서 미세먼지 오염이 해소될 것으로 환경과학원은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미세먼지 농도 상승은 오염물질 배출과 대기 정체가 맞물려 발생한다. 겨울철에는 난방 등으로 오염 배출이 많고, 중국 쪽에서 붙어오는 편서풍을 타고 유입되는 미세먼지 비중도 크다. 하지만 여름철에는 난방으로 인한 미세먼지 배출이나 중국으로부터의 유입은 적다.

최근의 미세먼지 상승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오염물질이 누적된 게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한국환경공단 최진영 연구사는 “지난주는 기상적 요인 때문에 대기 정체가 길어지면서 미세먼지가 쌓였다”며 “봄·겨울은 3~4일 정체는 빈번한데 여름엔 드문 경우”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사는 “배출량이 적은 여름에 농도가 치솟은 이번 사례를 보면, 대기 정체로 인한 고농도 현상은 여름이든 겨울이든 언제나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지난주 이례적인 고농도 상황의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미세먼지만큼이나 해로운 오존까지 올여름 기승을 부리면서 시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올해 전국의 오존 주의보 발령 횟수는 21일까지 모두 443회로 지난해 발령 횟수(489회)에 육박했다. 2016년(241회)과 2017년(276회)과 비교하면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1시간 평균 오존 농도가 0.12ppm 이상이면 오존주의보가 발령된다. 아직 7월인 점을 고려하면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오존 오염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25일부터 올해 마지막 장맛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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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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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은 주로 자동차와 산업시설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자외선과 반응하면서 생성된다. 기온이 25도를 넘으면서 일사량이 많고 바람이 불지 않을 때 오존 농도가 치솟는다. 오존에 오래 노출되면 기관지염·심장질환·천식 등 질환이 악화하고, 폐활량이 줄어들 수 있다.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동종인 교수는 “마른장마가 이어지면서 기온이 올라가고 자외선 지수가 높아져 오존 생성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나마 비라도 내리면 미세먼지를 씻어내고, 자외선도 가려 대기 질은 좋아진다. 기상청은 25일부터 전국에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사실상 올해 마지막 장맛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윤기한 통보관은 “통계적으로도 7월 25일이면 장마가 끝나고, 남은 여름 동안은 집중호우성 소나기가 가끔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한여름에 접어들면 미세먼지·오존 등 대기오염 수치는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수원대 환경공학과 장영기 교수는 “여름철 고농도 미세먼지는 습도·온도 등 기상적 원인이 크다”며 “겨울철 고농도 대책에 맞춰진 ‘배출원 관리’로는 개선 효과를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름철의 ‘대기 정체형’ 미세먼지는 마스크를 쓰는 등 노출을 줄이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오존은 마스크로도 해결이 안 된다. 장 교수는 “학계에서는 여름철에 특히 오존·미세먼지 농도가 동시에 높게 나타나는 경우, 인체에도 유해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여름철 대기오염에 대해서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연·천권필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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