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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전쟁광’ 볼턴은 트럼프의 '대북 심리전' 카드인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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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퇴진설 속 단독 한·일 방문… 건재함 과시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에서 ‘슈퍼 매파’로 불리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 방문길에 올랐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판문점 회동에 참석하지 못한 채 몽골을 방문해 워싱턴 정가에서 그의 조기 퇴진설이 파다했었다. 볼턴 보좌관은 그러나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하지 않은 채 단독으로 한·일 방문에 나섬으로써 건재를 과시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진의 건의를 물리치고, 볼턴 보좌관을 계속 곁에 두는 이유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언론 매체 ‘악시오스’는 21일 ‘트럼프가 볼턴을 붙잡고 있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광’, ‘주전론자’인 볼턴을 ‘배드 캅’(bad cop)으로 곁에 두면서 자신이 ‘굿 캅’(good cop) 역할을 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북한 등과 대화하면서 볼턴이라는 존재를 협상 카드로 이용하고 있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북한에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데 볼턴 보좌관이 꼭 필요하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이라고 악시오스가 전했다.

◆트럼프와 볼턴 관계

악시오스는 “볼턴 비판론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볼턴이 원하지 않은 전쟁으로 트럼프를 끌고 갈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볼턴 보좌관을 서둘러 해임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이 자신에게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이론을 내세운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란이나 북한과 같은 적대국과 협상을 할 때 볼턴이라는 존재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심리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이 매체에 “트럼프가 볼턴을 자신의 핵심 협상 전략의 일부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볼턴의 호전성과 사람을 죽이고 싶어하는 열망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지도자들과 함께 자리에 앉을 때 볼턴을 바게인 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볼턴이 배드 캅이면 트럼프가 굿 캅이 될 수 있고, 트럼프가 이 점을 확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볼턴이 전쟁으로 대통령을 끌고 갈 것으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측근들에게 말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은 괜찮다. 볼턴이 하루에도 3개의 전쟁을 시작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내가 그를 끈으로 묶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 전직 관리가 이 매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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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농담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이 걸핏하면 일부 국가를 군사적으로 공격하자는 건의를 하는 사실을 농담의 소재로 삼고 있다. 지난 3월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했을 당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에게 “존, 아일랜드도 당신이 침공하기를 바라는 나라 중의 하나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정상들 앞에서 종종 “존은 전쟁을 한 번도 겪어 보지 않았다”고 농담을 한다고 악시오스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하면서 볼턴 보좌관에게 “존, 내가 추측해볼게, 당신은 그 나라들을 모두 핵무기로 공격하기를 바라고 있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제임스 매티스와 맞장을 뜬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을 신임하는 요인이 됐다고 소식통들이 설명했다. 볼턴 보좌관의 전임자인 허버트 맥매스터는 재임 당시 현역 육군 중장으로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의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을 깍듯이 대했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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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그러든 볼턴 사임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판문점 회동 직후 무성했던 볼턴 보좌관의 사임설이 수그러들었다. 미국의 시사 종합지 ‘애틀란틱’은 지난 6일 토마스 라이트(Thomas Wrigt)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의 기고를 통해 볼턴이 곧 물러나고, 그 자리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보여준 최대 외교 이벤트였던 판문점 회동에 끼지 못했다. 그는 당시에 한국 방문을 했다가 소리 없이 사라졌고,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나 여기 있다’는 트위터를 날렸다. 볼턴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는 참석했으나 그날 오후에 열렸던 메인이벤트 ‘트럼프·김정은 판문점 회동’에 배제됐다. 이때부터 워싱턴 정가에서는 볼턴 보좌관의 거취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볼턴 보좌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밀려 대북 정책에서 배제된 데 그치지 않고, 아예 곧 사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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