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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인원 줄이고 근무 패턴은 그대로…"의경들 과로로 쓰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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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4월, 서울지방경찰청 2기동단 소속 모 중대 대원 5명이 한꺼번에 대상포진에 걸렸다. 대상포진은 스트레스나 피로로 면역력이 떨어질 경우 걸릴 수 있는데, 중대원 50여명 중 10%가 한꺼번에 같은 병에 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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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근무 중 이던 의무경찰이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해 119 구급대원으로부터 응급조치를 받는 모습. 사진 속 인물들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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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주 7일 근무"

22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이들의 업무가 지나치게 과중했기 때문이라고 결론내렸다. 해당 중대의 1주일치(4월 20~26일) 근무표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한 대원은 주 50시간가량 근무를 했고, 일부는 주 14~20시간 야간 근무를 섰다. 일주일에 이틀은 밤낮이 바뀐 채 일하는 것이다.

주5일 근무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일주일 1~2회 주간 외출을 나가지만 외출 복귀 이후에도 경비 근무를 서 사실상 일주일 내내 근무를 한 셈이다. 센터 관계자는 “야간근무가 많고 실질적인 연속 수면 가능 시간이 짧아 대원들의 피로도가 높다”면서 “일부 대원의 연속 수면 가능 시간은 6시간 이하”라고 지적했다.

센터는 해당 중대 근무표를 의료기관에 보내 “대원들의 대상포진 집단 발병은 근무 여건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자문도 받았다.



"인원 주는데 업무는 그대로"

왜 의경들이 최근 과중한 업무로 ‘몸살’을 앓는 걸까. 센터는 의경 제도 폐지를 앞두고 인원 감축이 이뤄진 게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대상포진이 집단 발병한 중대는 지난해 1월 중대원이 70여 명이었지만 올해 4월 50여명으로 줄었다. 앞서 정부는 모자라는 현역 군인을 채우기 위해 2023년까지 의경 제도를 완전 폐지하기로 했다.

의경이 점차 줄어들면서 생기는 부작용은 이미 예고됐다. 앞서 경찰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는 의경 감축ㆍ폐지 과정에서 업무 과중으로 복무 여건이 악화하지 않도록 주 45시간 근무와 주 2일 휴무를 보장하라고 권고했었다. 센터 관계자는 “개혁위 안이 나온 이후보다 상황이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군 업무에 비해 과중하지 않다" 반론도

다만 의경 업무가 다른 군 업무에 비해 특별히 과중하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대상포진이 발병한 해당 의경들은 시위 진압 대원이 아니라 경찰 청사를 지키는 역할이었는데 이게 과도한 업무인지 의문이다”며 “역할 특성상 야간 근무를 서야 하는 게 문제라면 근무지를 재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예비역 남성은 “의경이 아니라 일반 군인으로 입대해도 야간 근무를 서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의경에게만 주 50시간 청사 지키는 업무가 과중하다고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오는 건 같은 일을 다 견디는 일반 군인들 시각에선 형평성이 떨어지는 주장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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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 당시 사무실을 지키던 의경들. 사진 속 인물들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전민규 기자


이에 인권센터 관계자는 “단순히 주 50시간이라는 숫자만 볼 게 아니라 점점 인원이 줄면서 한 사람의 의경이 해야 하는 업무의 종류가 많아지는 게 문제”라며 “주간과 야간을 왔다갔다 해서 근무가 상당히 불규칙하다 보니 쪽잠을 자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근무 피로도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상포진 걸린 중대의 문제만은 아니다. 복무 환경이 너무나 힘들어지고 있다는 상담 민원이 인권센터에 폭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센터는 사회복무요원을 의경 업무에 투입하는 방안 등을 건의한 바 있다. 경찰은 당장 의경 수를 늘리기는 어려운 만큼 치안 업무가 과중한 부대로 인원을 재배정하는 방식을 통해 업무 쏠림 현장을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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