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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다큐 ‘주전장’ 감독 “일 우익, 미국 움직여 전세계 인식 바꾸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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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다큐 <주전장> 미키 데자키 감독 인터뷰

”내 영화, 위안부 문제에 ‘도전적 영화’ 됐으면”

한국인에게도 불편하지만 생각할 거리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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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부는 ‘인권’의 문제를 계속해서 ‘한·일 양국의 대결’로 몰아가고 있어요. 한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증오와 적대감이 커져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를 노리는 거죠. 하지만 일본인들이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역사에 대해 잘 알았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피해자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바라보면 인권 유린의 문제는 은폐되고, 국가 간 외교 문제로 관점이 전환되는 오류가 생깁니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협정이 바로 그런 오류의 산물이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주전장>(25일 개봉)을 만든 미키 데자키 감독(36)은 지난 17일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가진 1시간 남짓의 인터뷰 내내 “인권”이라는 말을 스무 번 넘게 사용했다. 최근 아베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경제제재를 단행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위안부 문제와 동일 선상에 있는 인권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본계 미국인으로 일본에서 영어교사로 일했던 그는 ‘일본의 인종차별’이라는 유튜브 동영상을 올렸다가 일본 우익의 공격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처음 보도한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 신문> 기자에 대한 비슷한 공격 사례를 알게 됐다. “일본 우익은 왜 이렇게 위안부 문제에 민감해 할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그는 일본 우익 인사 30여명을 직접 인터뷰해 영화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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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익이 그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을까? “그들이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제가 조치대학에서 공부하는 대학원생이라며 인터뷰 요청을 했죠. 이후엔 이메일로 소통했는데, 승낙을 얻기까지 ‘영상을 미리 보여달라’는 요구를 놓고 절충한 것을 빼고 별다른 문제는 없었어요. 그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영화가 공개된 이후였죠.” 앞서 지난 4월 일본에서 영화가 개봉했을 때 우익들은 상영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법적 소송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신변의 위협이 걱정될 법도 하다. “트위터를 통해 제 주소를 유출하려고 한다든가, 제가 반일이라고 소문을 내고 한국 정부에서 돈을 받았다는 음모론을 펼치고, 배급사에 항의전화를 하는 정도? 노골적인 폭력은 없었어요. 이 영화를 통해 사회적 인지도가 올라간 터라(웃음) 그런 듯해요.”

<주전장>은 일본 우익을 비롯해 한·미·일 학자·활동가들이 서로의 주장을 반박-재반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논쟁적 영화’다.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그의 “특별한 출신 성분”은 영화의 시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문제에 대해 감정적 이해관계가 없다는 점이 적절한 거리감을 만든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역사 전쟁’에서 누가 이기든 상관 없잖아요? 다만, 위안부 문제가 워낙 광범위한 이슈니 양쪽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자는 게 목표였죠.”

‘서로의 주장을 듣고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바람으로 만든 영화지만, 한·일 간에 좁히기 힘든 간극이 존재함을 깨닫기도 했단다. “양쪽이 ‘성노예’나 ‘강제동원’에 대해 전혀 다른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그걸 뒷받침하는 역사적 증거에 대해서도 다르게 해석하고요. 어느 쪽에 더 설득력 있는지 관객 스스로 판단하도록 영화를 구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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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지난 2013년 국외 최초로 소녀상이 설립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 사례를 통해 위안부 문제의 주전장(主戰場)이 미국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짚는다. “일본 우익은 미국의 시각을 바꾸면 전 세계의 시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죠. 또한 그들은 이미 역사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자신하기에 일본의 젊은 세대가 위안부에 대한 영어로 된 정보를 찾아도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모순되지 않기를 바라요. 영어 웹사이트를 만들고, 미국인 친일 유튜버를 지원하는 것도 그런 이유죠.”

영화는 ‘20만명으로 추산하는 위안부 숫자가 부정확하다’고 짚는 등 한국인에게도 100% 편치만은 않은 내용을 다룬다. 감독은 이 영화가 한·일 양쪽에서 ‘문제작’이 될 것을 각오했단다. “저 나름대로는 하나의 결론을 향해 가고 있지만,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이 영화가 도전적인 영화가 되기를 바라요. 그런 점에서 한국인들의 반응이 어떨지 무척 기대됩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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