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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中, 국가휘장 먹칠에 '격분'…"중앙 권위에 도전 용납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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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중앙정부·홍콩 특구, 일제히 시위대 엄중 규탄 성명

中인민일보·신화통신·중앙TV 등 관영매체들 비난 논평

"베이다이허 회의 앞둔 시진핑 권위에 영향 미칠 듯"

연합뉴스

홍콩 시위대의 날계란 세례받은 中 국가 휘장
(홍콩 AP=연합뉴스) 21일 홍콩 도심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중국 중앙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인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앞의 중국 국가 휘장에 시위대의 날계란이 날아들고 있다. leekm@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지난 21일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중국 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에 몰려가 국가 상징물인 휘장에 계란을 던지고 먹칠을 하며 반중 감정을 드러내자 중국 중앙정부가 국가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라며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는 향후 홍콩 시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대적인 단속과 체포에 나설뿐만 아니라 사태가 격화될 경우 계엄령 등 초강경 카드까지 꺼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홍콩 사무 판공실과 중국 중앙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홍콩 특별행정구는 일제히 이번 시위 사태를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중국 국무원 홍콩 사무 판공실 대변인은 성명에서 "21일 저녁 일부 과격 시위자들이 중국 중앙 정부의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의 국가 휘장에 검은색 페인트를 던지고 외벽에 모욕적인 문구를 쓰고 청사 진입을 시도했다"고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이런 행위는 대놓고 중앙정부의 권위에 도전하고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의 마지노선을 건드린 것으로 매우 엄중하고 나쁜 영향을 끼쳐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홍콩 경찰이 적시에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특구 행정부가 법에 따라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해서 홍콩 주재 중앙정부 기구의 안정을 수호하고 홍콩 법치를 유지하며 범죄자들을 엄중히 처벌하는 것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중앙정부의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대변인도 "21일 행진 대열이 종점에 이른 뒤 일부 과격 시위대가 시설을 파괴하고 국가 휘장을 훼손한 데다 국가와 민족을 모독하는 문구를 쓰는 행위는 평화 시위의 범주를 넘어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연합뉴스

'검은 물결' 이룬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대
(홍콩 AP=연합뉴스) 21일 홍콩 도심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 검을 옷을 입은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의 시위대 과잉 진압 조사와 처벌 등을 요구하면서 행진해 '검은 바다'를 방불케 했다. leekm@yna.co.kr



이 대변인은 "이는 홍콩 기본법을 위반한 것뿐만 아니라 일국양제의 마지노선에 또다시 엄중히 도전한 것이며 중앙의 권위에 심각한 도전이다"라면서 "우리는 이에 강력한 분개와 규탄을 표명하며 특구 정부와 경찰이 불법 폭력 행위를 엄벌하고 홍콩 사회의 안정을 수호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홍콩 특구 정부도 성명에서 홍콩 주재 연락 판공실은 중국 중앙 정부가 만든 중요 기구 중 하나로 시위대가 청사를 공격해 국가 휘장을 더럽힌 것은 국가 주권에 도전하는 행위이므로 법에 따라 엄중히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를 대변하는 관영 매체들도 일제히 홍콩 시위대의 국가 휘장 훼손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대대적인 비난에 나섰다.

인민일보는 이례적으로 1면에 홍콩 관련 논평에서 시위대가 국가 휘장과 국가, 민족을 모독하는 행위를 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홍콩의 법치를 짓밟았을 뿐만 아니라 중앙 정부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일국 양제의 마지노선을 건드리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인민일보는 해외판 논평을 통해서도 법치와 반폭력이 홍콩 주류의 민의라면서 "홍콩의 분란을 일으키는 자들이 주류의 민의와 홍콩인들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신화통신도 논평에서 "이번 홍콩 과격 시위로 민족 감정이 훼손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으며 중앙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는 더욱더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국 중앙 정부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는 결코 좋은 결말이 있을 수 없다"면서 강력한 대응이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중국중앙TV는 지난 20일 홍콩에서 열린 친중파의 집회를 자세히 소개하며 홍콩 각계가 이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지난 21일 홍콩 시위대의 국가 휘장 훼손 사태와 중앙 정부의 강경 입장 등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한편, 이러한 홍콩의 혼란은 이달 말 중국의 전·현직 수뇌부들의 비밀 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절대 권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어지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경기 둔화로 대내외 비난에 직면한 데 이어 홍콩 사태마저 조기에 해결하지 못한다는 내부 지적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이미 중국 정부가 대규모 인력을 홍콩과 홍콩 인근에 보내 사태 파악과 더불어 향후 수습 전략을 짜고 있는 거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홍콩이 대외적으로 공개된 곳이라 대놓고 진압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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