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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당신 딸 묻혀있다' 제보, 바티칸 지하엔 수천개 뼛조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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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전 실종된 소녀 유해 수색 중 수천개 뼈 발견

27일까지 포렌식, '오를란디 미스터리' 풀릴까

중앙일보

조사단이 교황청 테우토니코 신학원에서 발견된 수천개의 뼛조각을 수습하고 있는 모습. [유로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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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교황청 테우토니코 신학원 지하에서 수천개 뼛조각 발견됐다. 이 유해는 36년 전 발생해 바티칸 시국 역사상 희대의 미스터리로 불리는 '오를란디 실종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던 중 발견된 것이라, 수십년간 풀리지 않던 의문의 사건이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바티칸시국 테우토니코 신학원 지하에서 발견된 유골함 2개에서 수천개의 뼛조각이 나왔다. 이번 유해 발견은 36년 전 실종된 교황청 직원의 딸 에마누엘라 오를란디(실종당시 15세) 가족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오를란디는 지난 1983년 음악 레슨을 받으러 간다며 바티칸 안에 있는 집에서 나간 후 사라졌다. 오랜 수사에도 오를란디의 행방은커녕 시신조차 찾지 못하게 되면서, 오를란디의 실종이 당시 교황청의 비리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했다. 로마를 공포 속에 몰아넣었던 악명높은 ‘말리아나 갱단’의 두목 엔리코 데페디스(사망 당시 38세)가 오를란디를 납치했다는 소문을 시작으로, 데페디스에게 오를란디 납치를 사주한 사람이 교황청은행장이었던 폴 마신커스 추기경(2006년 사망)이라는 설이 돌기 시작했다. 오를란디 실종 1년 전 교황청은행의 주거래처였던 암브로시아노은행이 파산했는데, 마신커스 추기경이 자신의 무리한 투자 결정과 치부를 알게 된 교황청 직원(오를란디의 부모)을 협박하기 위해 데페디스를 시켜 납치를 감행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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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대사관 정문, 에마누엘라 오를란디 실종 관련 포스터.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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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랜 수사에도 오를란디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고 오를란디 실종사건은 희대의 미스터리이자 바티칸의 비리를 상징하는 사건이 됐다. 지난 수십년간 바티칸에서 비리 사건이나 내부 갈등 등이 벌어질 때마다 이 오를란디 사건이 매번 거론될 정도였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이탈리아 경찰은 지난 2012년 데페디스의 관뚜껑을 열기까지 했지만 오를란디의 행방에 대한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그렇게 묻히는 듯했던 사건은 최근 오를란디 어머니에게 '당신 딸이 바티칸 내 독일 공주 무덤에 묻혀있다'는 익명의 제보 편지가 오면서 다시 수사에 불이 붙었다. 오를란디 가족은 즉각 교황청에 조사 허가를 요청했고, 교황청은 이를 허락했다.

지난 11일 제보 내용에 따라 바티칸 내에 있는 독일 공주 2명의 무덤을 열었지만, 무덤 안에는 실종 소녀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은 물론 무덤 주인의 유골조차 없었다. 무덤 속에 있어야 하는 독일 공주들의 유골은 다른 장소에 이장됐던 것으로 나중에 확인됐다. 다행히도 13일 추가 조사를 통해 테우토니코 신학원 돌바닥 아래에서 유골함 2기가 발견됐고, 20일 검시전문가들의 입회하에 유골함이 개봉됐는데 여기서 바로 수천개 뼛조각 발견된 것이다.

뼛조각에 대한 포렌식 작업은 오는 27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유해 가운데 오를란디의 것이 포함됐을 가능성에 오를란디 가족들은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고대시대 묻힌 유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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