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3889945 0362019072253889945 08 0805001 6.0.10-RELEASE 36 한국일보 0

상주, 올해 내륙서 가장 센 지진… “숨은 활성단층 가능성” 불안감

글자크기
이틀 연속 규모 2.0, 3.9… 3년새 5번째로 더 큰 지진 발생할 수도

경주ㆍ포항 지진 영향 가능성… 면밀히 조사해 활성단층 여부 밝혀야
한국일보

진영(맨 왼쪽) 행정안전부 장관이 2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서울상황센터에서 경북 상주 지진 관련해 소방청, 경북도, 상주시 등 관계자와 긴급 영상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행안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1일 오전 11시 4분 경북 상주시 북북서쪽 11㎞ 지역에서 규모 3.9의 지진이 발생했다. 올 들어 한반도와 주변 바다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세 번째로 강한 규모다. 남한 내륙 지역으로 한정하면 올해 가장 센 지진으로 기록됐다.

과학계는 이번 상주 지진의 규모와 함께 빈도에도 주목하고 있다. 상주 인근에선 2016년 이후 규모 2~4의 지진이 이날을 포함해 총 5차례나 일어났다. 과거 경주나 포항 지진처럼 지하의 숨은 단층이 앞으로 더 큰 지진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했다. 이에 상주 인근에 큰 지진을 만들어낼 수 있는 활성단층이 존재하는지를 시급히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기상청 지진 목록에 따르면 큰 지진이 발생했던 경북 경주(2016년 9월 12일 규모 5.8)와 포항(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북한 전역과 남한 해역을 제외한 지역에서 2016년 이후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난 건 총 5번이다. 2016년 1월 경북 김천시(규모 3.0)와 2월 충남 금산군(3.1), 6월 경북 상주시(3.0), 11월 충남 보령시(3.5), 2017년 5월 전남 구례군(3.0)이다. 이 가운데 금산과 보령, 구례에는 지진이 2017년까지만 나타났고, 2018년 이후로는 지진 발생 기록이 없다.
한국일보

경북 상주 지진발생. 그래픽=강준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상주에선 2016년 3월과 6월, 12월 잇따라 규모 2~3 사이 지진이 발생한 뒤 잠시 잠잠했다가 이달 들어 20일과 21일 연속으로 각각 규모 2.0, 3.9의 지진이 났다. 약 3년 반 동안 규모 2~4의 지진이 5번이나 일어난 것이다. 같은 지역에서 이처럼 지질학적으로 짧은 기간 안에 연속해서 지진이 잇따르는 경우는 한반도에선 드물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진이 이어진다는 건 해당 지역의 땅속에 뭔가 움직임이 있다는 의미”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진이 여러 차례 잇따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규모가 3.9면 한반도에서 일어난 지진으론 큰 편이다. 이에 과학계 한편에선 경주와 포항 지진 이후 쌓인 땅속의 응력이 상주에까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경주, 포항 지진 전후로 경주와 포항을 잇는 방향과 그에 수직인 방향으로 응력이 증가했는데, 수직 방향에 상주가 위치해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상주 지진이 지하 단층의 움직임으로 발생했다고 이날 공식 확인했다. 지하 약 14㎞ 깊이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이 존재하고, 이곳에 압력(미는 힘)이나 장력(당기는 힘)이 작용하면서 단층이 수평 방향으로 어긋나 규모 3.9의 지진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기상청은 상주 일대의 이날 지진과 전날, 2016년 지진들이 연관돼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인 20일 상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위치는 21일 발생한 위치와 약 20㎞ 떨어져 있다. 지진 발생 순간 기록된 여러 가지 에너지 데이터에 일관성이 없는 데다, 만약 두 지진이 연관성이 있다면 규모가 더 크게 발생했어야 한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 분석관은 “상주는 과거에도 간헐적으로 지진이 발생했던 지역이고, 작은 규모지만 매년 지진이 발생하는 지역도 존재하기 때문에 최근 상주에 지진 발생이 몰린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이날 상주 지진이 일어난 위치의 반경 50㎞ 이내에서 1978년 이후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16번이나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2016년 1월 규모 3.0의 지진이 난 경북 김천시에서도 그 뒤로 지난해까지 규모 2.1~2.5 사이의 작은 지진이 5차례 이어졌다.

가장 중요한 건 상주 지진을 일으킨 단층이 지진을 더 일으킬 우려가 있는 ‘활성 단층’인지 아닌지다. 이날 기상청이 상주 지진으로 움직임을 확인한 단층은 학계에 알려져 있지 않은 ‘이름 없는’ 단층이다. 우 분석관은 “현재로선 상주 지진의 원인 단층이 활성이라고 단정하기엔 학술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과학자들 역시 상주 지진이 이번으로 잠잠해질지, 앞으로 더 큰 규모가 날지 현재로선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경주와 포항 지진을 일으킨 단층도 학계에 알려져 있지 않았던 숨은 단층들이었다. 홍 교수는 “우리 학계에 알려진 단층은 지진과 연관성이 없는, 지표에 드러난 단층이 대부분”이라며 “지하 깊은 곳에 숨은 단층을 면밀히 조사해야 지진 위험을 제대로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상주 지진은 수도권에서도 일부 감지됐다. 서울종합방재센터는 지진 발생 직후부터 오전 11시 30분까지 7건의 관련 신고를 접수했다. 대부분은 흔들림을 느꼈다는 내용이었고, 피해 신고는 없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환경공단도 인근 원자력발전소와 관련 시설에 영향이 없었다고 밝혔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