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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문 대통령 “대일 경고”→“반일감정 없다” 외교 출구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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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메시지로 본 대통령 숨은 뜻

초기 맞대응 자제, 외교해결 의지

‘장기화’ 언급 후 메시지 강경해져

“일본, 6개월 교섭 요구 거절당해

출구 제안으로 해석할지 미지수”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예비역 군 주요 인사 초청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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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대일(對日) 침묵을 깬 건 수출규제 조치 발표 후 일주일 만인 지난 7월 8일이다.

“전례 없는 비상상황, 정치적 목적 우려.”(지난 8일 대통령 수석·보좌관 회의)

문 대통령의 첫 메시지였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맞대응은 자제하고 외교로 풀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기업들에 피해가 실제적으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일본의 도발에 우리가 즉각 반응했다간 말릴 가능성도 있다. 일단 참의원 선거(21일) 추이를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모드였다고 전했다.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지난 10일 경제계 주요 인사 초청 간담회)

21일 참의원 선거가 끝나도 이 문제가 끝나지 않을 것으로 인식을 전환한 것이다. ‘비상한 각오’란 표현도 이때 처음 등장했다. 일본 정부의 의도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는 것”으로 파악했다.

“전남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12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내.”(지난 12일 전남 블루이코노미 경제비전 선포식)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점점 강경해졌다. ‘이순신’ ‘열두 척의 배’ ‘호국정신’ 등은 원고에 없던 단어였다. 일본과의 ‘무역전쟁’에서 국민 단결을 촉구하는 뉘앙스로 읽혔다. 이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수출규제 조치의 근거로 한국의 대북제재 위반을 시사한 일본에 대해 “유엔 안보리 패널이나 적절한 국제기구에 한·일 양국의 4대 수출통제 체제 위반 사례 조사를 의뢰하자”고 제안했다.

“결국에는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지난 15일 대통령 수석·보좌관 회의)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준비한 약 2480자 분량의 모두발언을 했다. ‘경고’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했다. 그는 “이제라도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라”고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톤이 강하든 약하든 대통령의 메시지는 우리 안이 유일한 대안이 아니니 대화를 해보자는 것, 그럼에도 계속 보복하면 어쩔 수 없이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두 가지”라고 밝혔다.

“반일(反日) 감정은 갖고 있지 않고, 그럴 생각도 없다.”(지난 18일 대통령-여야 5당 대표 회동)

점점 강경해진 대일 메시지가 감정 차원이 아니라 상대방의 대응을 고려한 전술적 차원이었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대목이다. 대일 특사 파견, 한·일 정상회담 등 ‘톱다운(Top-down)’ 방식의 외교적 해결법을 주장하는 야당 대표들에게 문 대통령은 “여건이 되면 특사는 보낼 수 있지만 무조건 보낸다고 되는 건 아니다. 협상 끝 해결 방법으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참의원 선거 이후 일본 정부의 태도 등을 살펴가며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이런 메시지를 일본이 ‘출구’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지난 1~6월 한·일 간 양자교섭을 하자는 일본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 일본이 다른 입장(제3국 중재)으로 옮겨간 것”이라며 “청와대가 외교적 해결이란 메시지를 던졌다고 주장하거나, (스스로) 그렇게 믿을 수는 있으나 일본이 그렇게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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