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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 국면…‘이른바 보수’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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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막전막후 275

자유한국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절반 수준

‘이른바 보수’ 세력 전체의 위기가 근본 원인

‘분단 기득권 세력’이 이른바 보수의 정체성

문재인 정부에 “나라를 다시 빼앗겼다” 인식

한-일 갈등 국면에 문재인 정부 비판에 주력

‘친일 유전자’-‘토착 왜구’-‘매국’ 비난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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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의 2019년 7월 셋째 주(16~18일)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0%, 자유한국당 20%, 정의당 9%, 바른미래당 5%, 민주평화당 1%, 우리공화당 1% 순이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자유한국당 지지도의 딱 두 배입니다. 두 정당의 지지도는 3월 이후 큰 변화가 없습니다. 4월 말 ‘35 대 24’까지 좁혀진 적도 있지만, 다시 벌어져 ‘두 배 차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여론조사에서 여당은 10%를 깎아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해도 더불어민주당은 30%, 자유한국당은 20%입니다. 이대로 선거를 치르면 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을 이길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평소 자유한국당에 애정이 깊은 <조선일보>도 더는 참을 수 없었던지 비판에 나섰습니다.

7월 18일 치 신문에 “총선 날만 기다린다는 ‘비호감’ 한국당의 착각”이라는 제목의 사설이 실렸습니다.



“나라와 당이 어떻게 되든 자기 밥그릇만 지키면 된다는 한국당 의원들의 심산은 변하지 않았다.”

“한국당이 최근 국가적 위기와 정권의 실정에 대해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고 메시지를 내놓은 기억이 없다.”

“대통령과 정권을 비판하는 것이 야당의 책무라지만 한국당 사람들은 거기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걸 모른다.”

“한국당은 당내 일부의 우려처럼 시간만 흐르면 문 정부 실정에 기대어 자동으로 내년 총선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문 정부 사람들이 ‘우리가 야당복(福) 하나는 확실히 타고났다’는 말을 할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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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날이 바짝 서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지금처럼 위기에 빠진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그리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자유한국당 위기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 보수 세력 전체의 위기에서 찾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평소 자유한국당과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그리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성향 신문을 ‘보수’라고 하지 않고 ‘이른바 보수’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을 승계한 정치 세력을 ‘진정한 보수’라고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성향 신문을 ‘진정한 보수’라고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보수’의 정체성은 ‘분단 체제의 기득권 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보수’에게도 물론 공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고 한반도 공산화를 막았으며 근대화와 산업화로 경제를 발전시켰습니다. 그러나 독재를 했고 민주주의를 탄압했습니다. 민주화를 요구한 사람들을 빨갱이, 용공으로 몰았습니다.

‘이른바 보수’의 또 다른 이름은 ‘주류’(메인 스트림)입니다. ‘주류’는 자신들이 대한민국의 주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잃어버린 10년’ ‘빼앗긴 10년’으로 불렀던 이유입니다.

그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출현은 또다시 나라를 빼앗긴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감추지 않는 이유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이른바 보수’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책과 경제 정책에 대해 거의 저주에 가까운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2년 동안 자유한국당의 주장이나 이른바 보수 신문 사설 및 칼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벌써 망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망했습니까? 망하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보수’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증오와 질투에 눈이 멀어 사리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경에 빠진 것입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최근의 한-일 갈등은 우리나라 ‘이른바 보수’ 세력의 정체성을 좀 더 확연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을 이유로 경제 보복을 가하는 일본 정부의 처사는 정당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우리 정부의 잘못은 그다음에 따질 일입니다.

그런데 ‘이른바 보수’ 신문들은 “우리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 “일본 정부의 잘못보다 우리 정부의 무능이 더 문제다”라는 식의 주장을 폈고, 지금도 펴고 있습니다.

진단이 이러니 처방도 엉터리입니다.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 “무조건 정상회담해야 한다” 등 하나 마나 한 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이리저리 말을 돌리고 있지만, 결국 “일본은 힘이 세니까 그냥 무릎 꿇고 살자”거나 “무능한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 내놓으라”는 주장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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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보도를 보다 못한 언론단체와 시민단체가 16일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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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에 참여했던 이부영 전 의원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DNA는 ‘친일’이다. 일제 강점기 기득권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그들이 몽땅 잘못했다는 건 아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기득권을 옹호하고 친일적인 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일제 강점기에 3.1 운동을 독립운동이 아니라 자치 운동으로 유도하는 보도를 일삼았다. 1940년대에는 ‘천황폐하 만세’라고 썼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주가 공개적으로 근로 정신대와 강제 징용에 나가라고 연설하기도 했다. 일제의 대동아전쟁(태평양전쟁)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해 (1940년대) 비행기 헌납 운동에도 앞장섰다. 해방 이후엔 극우세력과 한패가 됐다.”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받은 5억 불로 구로공단이 만들어지고 마산에 수출을 목표로 둔 공업단지가 들어서는 등 우리나라 곳곳에 일본 기업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여기서 얻은 이익들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광고비로 흘러들어 갔다. 보수언론은 계기가 있을 때마다 경제적 이득을 챙기고, 기득권에 편승했다. 만약 조선, 동아에 이런 문제를 항의하는 기자가 있으면 회사는 이들을 내쫓았다. 그 예가 동아일보 해직 기자 사건이다.”



청와대 대변인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일본어판 기사의 제목과 내용이 국내 여론을 일본에 잘못 전달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고민정 대변인의 17일 브리핑 내용입니다.



조선일보는 7월 4일 ‘일본의 한국 투자 1년새 ?40%, “요즘 한국 기업과 접촉도 꺼려”’라는 기사를, ‘한국은 무슨 낯짝으로 일본의 투자를 기대하나?’로, 7월 5일 ‘나는 善 상대는 惡? 외교를 도덕화하면 아무것도 해결 못 해’라는 기사를, ‘도덕성과 선하게 이분법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로, 7월 15일 ‘국채보상, 동학운동 1세기 전으로 돌아간 듯한 청와대’를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국민의 반일감정에 불을 붙일 한국 청와대’로, 원제목을 다른 제목으로 바꿔 일본어판으로 기사를 제공하기까지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5월 7일 ‘우리는 얼마나 옹졸한가’라는 한국어 제목 기사를 ‘한국인은 얼마나 편협한가’라는 제목으로 바꿔 게재했습니다. 이는 수출 규제가 시작되기 전인 5월 7일입니다.

현재에도 야후 재팬 국제뉴스 면에는 중앙일보 칼럼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른다’, 조선일보 ‘수출 규제 외교장에 나와라’, ‘문통 발언 다음 날 외교가 사라진 한국’ 이러한 기사가 2위, 3위에 랭킹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일본 국민들이 한국어 기사를 일본어로 번역해 올린 위의 기사 등을 통해서 한국 여론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앙일보는 ‘닥치고 반일이라는 우민화 정책’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조선일보는 ‘우리는 얼마나 옹졸한가’라는 칼럼으로 일본어로 일본 인터넷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 우리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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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비판에 대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엇갈린 반응이 흥미롭습니다.

<중앙일보>는 다음 날 아침 신문에 “언론이 정부 비판하면 ‘매국’인가”라는 제목의 사설로 반박했습니다. 또 19일 치 8면에는 “청와대가 제기한 중앙일보 ‘일본어판 칼럼’ 제목 바꾸기 없었다”라는 제목의 반박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청와대의 비판에 대해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습니다. 청와대가 문제 삼은 일부 일본어판 기사는 삭제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침묵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자유한국당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처 이후 줄기차게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물론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야당의 책무입니다. 문제는 대안입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외교적 해법을 호소하는데 이 정권은 단교적 해법을 찾는 것 같다. 급기야 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까지 언급했다. 당장 일본 경제 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 안보마저 볼모로 잡겠다는 것이다. 그런 중대한 사안을 어떻게 그렇게 즉흥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청와대 민정수석에게서는 죽창가라는 단어가 나오고, 야당을 향해 토착 왜구라는 단어를 쓴다. 정부를 비판하면 친일매국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유치한 이분법으로 편 가르기 놀이나 하고 있다. 위기극복과 문제 해결에는 사실상 관심이 없는 무책임한 정치의 표본이다. 청와대가 위기극복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총선컨트롤 타워가 아닌가 하는 그런 의심마저 든다.”



비판은 날카롭지만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좀 더 아쉬운 것은 자유한국당의 ‘행동’입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규탄 결의안과 추경 예산안 처리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이나 국정조사와 연계한 것입니다. 한-일 갈등이 격화하는 국면에서 명분 없는 행동입니다.

저는 자유한국당이 토착 왜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친일매국 세력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매국’ 언론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보수’가 매국 세력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利敵)이냐이다”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조국 수석의 “1965년 이후 일관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2012년 및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부정, 비난, 왜곡, 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에도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조국 수석의 주장은 지나치게 이분법적입니다.

그러나 한-일 갈등은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후지 티브이> 논설위원 히라이 후미오가 “문재인을 자를 수밖에 없다”고 극언을 했습니다. 한-일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일본 우익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솔직히 드러낸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이른바 보수 신문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균형과 우선순위입니다. ‘이른바 보수’는 내심 한-일 갈등 국면을 문재인 정부의 무능을 규탄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꺾고 싶을 것입니다.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리 미워도 그래서는 안 됩니다. 어설프게 문재인 정부와 국민을 이간질하려 들면 역풍을 맞을 것입니다. 자칫하면 ‘친일 세력’ ‘토착 왜구’라는 비난을 스스로 뒤집어쓸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상식적인 대다수 국민은 이번 한-일 갈등의 본질을 잘 꿰뚫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난 11일 밤 익명의 누리꾼이 작성한 ‘개싸움은 우리가 한다’는 글을 읽어보셨을 것입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관한 글입니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 대통령입니다. 혼내고 욕을 해도 우리가 합니다. 너희가 감히 우리 대통령을 욕보였습니다”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삼성에 대해서도 “아무리 미워도 우리 자식에게 부당하고 비겁한 공격 들어오는 건 못 참습니다. 때려도 우리가 때릴 겁니다”라는 대목도 들어 있습니다. 우리 국민 수준이 이 정도로 높습니다.

2008년 7월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명기하겠다’고 통보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말했다고 <요미우리>가 보도한 일이 있습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공식 부인했습니다. 국내 여론은 곧 가라앉았습니다. 대다수 상식적인 사람들은 우리 대통령이 독도를 포기할 리가 없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는 논란이 일었을 때 우리나라의 ‘이른바 보수’는 북한 신문의 일방적 주장을 근거로 대대적인 정치 공세를 폈습니다. 정치적으로 이득이 된다면 우리나라 대통령 말보다 북한 신문을 더 믿겠다는 것이 ‘이른바 보수’의 수준이었던 것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균형과 우선순위입니다. 지금 한-일 간에 전쟁 수준의 갈등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미워도 지금 우리는 일본과 싸우고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됩니다. 만약 우주전쟁이 일어나서 외계인의 침공을 물리쳐야 한다면 일본과 손을 잡고 지구를 지켜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 등 ‘이른바 보수’의 양식을 믿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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