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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 재벌총수 일가 연봉, OECD에 비해 얼마나 높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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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0대 재벌 총수 일가는 미국을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경영자(CEO)들보다 75% 많은 연봉(기본급과 상여금 포함)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총수 일가의 평균 연봉은 2013년 기준으로 30억원이 훌쩍 넘었다.

20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발간 학술지 ‘기업지배구조 리뷰’ 최신호(17일자)에 따르면 배기홍 캐나다 요크대 교수(경영학)는 2013년 기준 OECD 20개 회원국의 8165개 기업(총자산 1000만달러 이상) CEO들의 총보수(기본급과 보너스, 스톡옵션) 수준을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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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교수에 따르면 2013년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등기이사 보수 의무공시가 처음 이뤄진 해다. 이후 재벌 총수 일가는 자신들이 받는 연봉과 성과급 등을 감추기 위해 등기이사를 사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3년 자료가 가장 객관적이라는 게 배 교수의 판단이다.

분석 결과 한국의 452개 기업 CEO들 평균 총보수는 120만달러였다. 이는 미국(381만달러)의 31.5%, 일본(184만달러)의 65.2% 수준이고 프랑스(123만달러), 벨기에(124만달러)와는 비슷한 것이다. 최하위 폴란드(34만달러), 이스라엘(65만달러)보다는 많았다.

세계 유수 CEO들의 총보수는 국가나 기업규모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일례로 미국 CEO들 평균 총보수는 나머지 19개 OECD 회원국 CEO들의 총보수(138만달러)보다 2.8배 높았다. 미국 제외 나머지 CEO들의 가운뎃값(중위수) 총보수는 이보다 낮은 69만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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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교수는 세계 CEO들의 형식적 총보수 비교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국가·기업규모별 특수성을 따진 실질적 총보수를 추산, 비교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감안하고 세계 8165개 기업들의 총자산까지 계산했다. 다만 유달리 CEO들 보수가 높은 미국은 제외했다.

배 교수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 CEO들 평균 연봉은 가족경영인이나 전문경영인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10대 재벌 총수 일가(가족경영인)의 평균 총보수는 274만달러(약 32억원)인 반면 전문경영인들 총보수는 절반 수준인 153만달러에 그쳤다.

한국 재벌 총수 일가의 연봉은 국제적으로 많은 편일까. 배 교수는 회귀분석 결과 그렇다고 했다. 예컨대 기업 총자산이 229억달러이고 1인당 GDP가 2만5800달러인, 한국 10대 재벌 총수 일가가 경영하는 기업과 비슷한 규모의 CEO들 총보수를 가정해 보자.

이들이 기대할 수 있는 총보수는 295만달러(추정)다. 하지만 같은 규모의 한국 10대 재벌 기업 전문경영인이 받은 총보수는 153만달러였다. 기대값 대비 48% 적은 보수를 받은 것이다. 반면 가족경영인들은 달랐다. 기대값에 비해 38%(총보수)∼75%(현금보수) 많은 보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를 이끈 재벌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유권과 경영권이 구분된 미국·유럽 기업과 달리 한국 재벌 총수 일가는 더 많은 책임과 의무를 갖고 경영을 했기에 전문경영인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다.

배 교수는 한국 10대 재벌 기업을 이끄는 가족·전문경영인의 보수 차이를 들어 이같은 주장을 반박한다. 회사 운영의 동일한 책임과 권한을 갖기에 보수에 차이가 없어야 하는 데도 가족경영인은 전문경영인보다 평균 4.1배의 보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3년 SK그룹의 최태원 회장 일가의 총보수는 87억원이었다. 반면 같은 SK그룹의 전문경영인 총보수는 11억원에 그쳤다. 현대차도 마찬가지. 총수 일가는 56억원을 받은 반면 전문경영인은 9억원의 연봉을 받는 데 그쳤다. 한화그룹 역시 가족·전문 경영인 차이가 3.8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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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교수는 재벌 총수 일가의 보수는 같은 조건의 OECD 국가에 비해 고평가된 반면 전문경영자는 저평가 돼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질적 발전을 위해선 경영자의 보수 수준보다는 지급 방식의 합리성 측면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한국 경영자 연봉 문제는 보수 수준이 너무 높거나 낮은 게 문제가 아니라 성과급 비중이 너무 낮은 데 있다”고 했다. 총보수의 80%가량이 스톡옵션인 미국과 달리 한국 기업의 현금보수 비율은 90%에 달한다.

배 교수는 “2013년 한국 기업 CEO들의 평균 연봉 120만달러는 평균 자산 51억달러의 0.02%에 불과하다”며 “CEO 영향으로 자산가치가 1%만 상승해도 그 금액은 5100만달러에 달하고 그 금액 중 CEO에게 돌아가는 몫은 1만달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자 보수 체계는 경영자가 최대 노력을 통해 최대 성과를 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 파이를 크게 만드는 게 1차 목적이 되어야지 파이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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