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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에 침 뱉어도 왜 처벌할 법이 마땅치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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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에 침 뱉어도 제대로 처벌 못 한다고요?"

지난 6일, 경기 안산시에서 한국인 남성 A 씨 등 4명이 '평화의 소녀상'에 침을 뱉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들은 침을 뱉은 뒤에도 소녀상을 향해 엉덩이를 내미는 등 모욕적인 행위를 한동안 이어갔는데요. A 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소녀상을 보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후원시설인 나눔의 집 측은 이들의 패륜적인 행동을 처벌하기 위해, 법적 절차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주위에서 "고소·고발해봤자 시간 낭비"라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현행법상 A 씨 등을 처벌할 길은 마땅치 않다는 이유입니다.



■재물 손괴죄·모욕죄 모두 인정되기 힘들다는데…왜?

A 씨 등이 소녀상에 위해를 가하는 모습을 본 목격자도 있고, CCTV 영상으로도 남아있으니 재물손괴죄로 처벌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려면 물건(소녀상)에 물리적인 피해가 생겨 '효용이 떨어졌다'고 판단돼야 합니다. 지난달 인천지방법원은 맥아더 동상 인근에서 화형식을 한다며 불을 지른 60대 남성에 징역 1년을 선고했는데요. 재판부는 당시 범행으로 맥아더 동상에 복구가 힘들 정도로 그을음이 생겼고, 2백만 원이 넘는 청소 비용이 든 점 등을 들어 양형을 정했습니다. 또 맥아더 동상이 인천시 소유기 때문에 공용물 손괴죄가 성립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침을 뱉는 행위, 엉덩이를 내미는 행위만으로는 물건에 직접적인 손상이 가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입니다. 설사 재물손괴가 인정되더라도, 물리적인 피해 정도가 작아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이 선고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 해당 소녀상의 경우 소유자가 특정되지도 않아서 공용물 손괴죄로도 처벌할 수 없습니다.

모욕죄는 어떨까요? A 씨 등이 범행을 저지르고 일본어를 구사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소녀상이 상징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욕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모욕죄 적용도 쉽지 않습니다. 모욕죄는 모욕적인 감정을 느낀 대상이 특정되어야 합니다. 법적으로 소녀상은 사람이 아닌 동상이기 때문에, 모욕죄의 직접적인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소녀상과 위안부 할머니를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고 법정에서 주장하는 방법이 있지만, 아직 동상에 대한 모욕을 인정한 판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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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형사법으로만 다뤄 너무 힘들어" …소녀상 모욕 행위 빈번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안부 할머니들은 울분만 삭이고 있습니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소녀상을 모욕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법이 없어 일반 형사법으로만 다루다 보니까 너무 힘들다"며 "오래전부터 국회에서 이들을 처벌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하겠다는 말만 듣고 진전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꼭 혼을 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처벌이 곧 또 다른 모욕을 예방하는 길이라고 생각을 한다"며 "피해자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시고 가족들도 상황을 아시는데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소녀상을 향해 몹쓸 짓을 하는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1월에는 대구 2.28 공원에 설치된 소녀상에 50대 남성이 매직으로 낙서했다가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해 7월에는 한 중학생이 소녀상을 돌로 내려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이렇다 할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일제로부터 말 못할 고초를 겪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잊지 않으려고 만들어진 소녀상. 마땅한 법이 없어 소녀상에 침을 뱉는 사람조차 제대로 처벌 못 하는 현실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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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기자 (ss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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