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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인터뷰]윤상현 외통위원장 "文대통령, 日에 밀사 보내 아베와 소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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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 격앙돼 있어 특사 보냈다가 잘못 될 가능성…밀사 보내 입장 교환해야"
"與, 반일정서에 올라타…집권여당이라면 아베 측근 하기우다 만나서 설득해야"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韓정부가 위로금 주고, 日 정부 통해 기업으로부터 받아내는 방법도"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은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회동한 뒤 공동 발표문을 내놨다. "일본 정부는 경제보복 조치를 즉시 철회하고,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의 추가적 조치는 한일관계 및 동북아 안보협력을 위협한다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 외교적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그러나 하루 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도쿄 외무성 청사로 남관표 주일대사를 불러 강제징용 판결 관련 일본 정부의 '제3국 중재위' 구성 요구에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은 데 강하게 항의했다. 고노 외상은 남 대사가 한·일 기업이 출연해 재단을 설립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자는 이야기를 꺼내자 말을 끊고 자세를 고쳐 앉으며, "한국 측의 제안이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이전에 한국 측에 전달했는데 그걸 모르는 척하면서 (다시) 제안하는 것은 매우 무례하다"고 언성을 높였다. 한·일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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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19일 국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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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 대통령은 여야 5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대일 특사를 파견해 한·일 갈등을 풀어야 한다는 야당 대표들 제안에 "무조건 보낸다고 되는 건 아니다. 협상 끝에 해결 방법으로 논해져야 한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윤상현(한국당)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과의 갈등 해소를 위해 "지금은 밀사(密使)를 파견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사람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생각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과 비공개로 만나 서로 입장을 확인하고 조율을 모색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작년 10월 대법원의 일본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촉발된 이번 사태 해결 방안으로는 "먼저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고, 일본 정부를 통해 일본 기업으로부터 받아내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대법원 판결 이후 8개월이 지날 때까지 양국간 갈등이 커지기만 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에 대해 "과거와 달리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는 어른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최재성 의원이 "의병을 일으킬 일"이라고 하고 조국 민정수석의 '죽창가(竹槍歌)' '이적(利敵)' '친일파' 등 여권(與圈)에서 연일 강경한 발언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선 "과격한 발언은 사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여당 중진 의원이라면 아베 총리의 측근을 만나 설득하는 것이 정당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이라고 말했다. 인천 미추홀구을(남구을)에서 3선을 한 윤 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했다.

다음은 윤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한일 간 갈등을 풀기 위해서 일본에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여야 5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대일 특사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작년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확정 판결 이후 초계기 사건 등 한일간 감정적 대립이 계속 격화해 왔다. 갈등을 누그러트리기 위해 문 대통령에게 특사단을 일본에 파견하라고 3개월 전 말씀드렸다. 이 제안에 전혀 반응이 없었다. 특사가 안 된다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만나 현안에 대해 서로 입장을 교환하고 이해하는 외교적 노력이 있어야 된다고도 했다. 그런 과정이 전혀 없다. 문 대통령은 외교적인 노력을 다 한 뒤 마지막 수단이 특사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러나 특사 파견은 외교적인 해결 과정의 일환일 수 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특사를 파견했다가 잘못되면 양국 관계가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 한·일 양국이 격앙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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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덕훈 기자


─문 대통령이 특사에 유보적이고 특사 파견 결과에 대한 위험 부담이 있다면 대안이 있나.

"지금 단계에선 양국간 밀사(密使) 교환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을 파견하는 것이다. 경제산업성 출신으로, 이번 경제보복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총리관저 이마이 다카야(今井尚哉) 정무비서관(우리의 청와대 수석비서관에 해당)을 만나 일본 정부의 생각이 무엇인지 듣고, 한국 정부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려고 하는지 입장을 나누고 타결책을 모색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대해 정의용 실장은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했고, 청와대는 '모든 옵션을 고려하겠다'며 파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리는 외교적인 싸움을 하고 있다. GSOMIA에 대해 우리가 재검토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블러핑(허세)'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폐기하겠다는 생각은 없을 거라고 본다. 한·미·일 중 GSOMIA가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청와대에서 GSOMIA 파기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한·일 갈등에 미국이 역할을 해달라는 간접적인 신호를 보낸 게 아닐까."

─'죽창가' '의병' '친일파' 등 청와대와 여당에서 나오는 반응을 보면 일본을 적(敵)으로 규정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는데.

"여권이 국민의 반일(反日) 정서에 올라타는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정말 일본을 이기려면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야 하지, 감정적인 접근은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당은 강성 발언이 아니라, 정부와 청와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집권여당이라면 아베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 대행을 만나야 한다. 하기우다 간사장 대행은 '(화학 물질의) 행선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군사 전용이 가능한 물품이 북한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는 과격한 발언을 한 사람이다. 여당 중진 의원이 만나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득하는 외교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정당 차원에서 할 일이다."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서 일본과 갈등을 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물론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먼저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고, 일본 정부와 교섭해 일본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일본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다. 최근 한국 법원은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압류 자산을 현금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막을 수 있는 것은 한국 정부뿐이다. 정부가 피해자를 만나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 테니 일단 중지해달라, 어떻게든 해결하겠다'고 설득하면, 그 노력 자체만으로 일본에 관계를 개선하자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된다."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 해법으로 일본이 낸 청구권 자금을 받은 한국 기업과 강제징용을 한 일본 기업이 1대1로 기금을 마련해 피해자를 돕는 '1+1'안(案)을 제안했지만, 일본은 거부했다.

"'1+1'안은 문제가 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만들어 위로금을 주자는 건데,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낼 이유가 없다. 일본 기업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청구권 문제가) 끝났다고 주장하고, 만약 일본 기업이 기금을 출연에 나설 경우 주주들이 배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또 강제징용으로 배상해야 하는 피해자 규모가 수만명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한국 정부가 시한과 대상자를 정해야 한다."

─'1+1'에 한국 정부가 참여해 '1+1+1'로 기금을 마련하는 것이 방법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올해 1월쯤 우리 정부가 그런 안을 제시했으면, 그 때는 일본도 대화를 할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너무 이 문제를 방치했다."

─일본이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베 정부는 한국이 '국가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신뢰 관계가 훼손됐다'고 한다. (현 정부 출범 후) 위안부 합의 형해화(形骸化), 함정 레이더 조사·초계기 위협 사건이 있었다.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작년 10월 30일에 나왔다. 이후 일본은 1월 9일 외교적 협의를 요청했고, 5월 20일엔 직접 지명을 통한 중재위 설치, 6월 19일엔 제3국에 의한 중재위 설치를 요청했다. 우리 정부의 반응은 '무응답'이었다. 그러자 일본이 '입장을 강하게 보여줘야겠다'고 나오는 것이다."

─전쟁 중에도 물밑 교섭은 있는 법인데 현 정권에선 이런 물밑 교섭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지적들이 있는데.

"지금 한일 갈등을 풀 수 있는 어른이 여야를 막론하고 없다. 과거 전두환 정부에선 한국이 공산주의와 싸우는 최전선에 있다는 이유로 일본 나카소네 정부로부터 40억달러의 경협자금을 받았을 정도로 한일 관계가 좋았다. 당시 일본에선 세지마 류조(瀬島龍三)가 중재했고, 한국에선 당시 민정당 의원이었던 권익현 전 한국당 고문이 역할을 했다. 과거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도 일본과 의원 외교를 잘 했다. 지금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일왕 사죄' 발언을 해서 나서기 어려워졌다. 청융화(程永華) 전 주일 중국대사는 9년간 대사로 있다가 지난 5월 퇴임했다. 도쿄에서 열린 청 전 대사 퇴임 기념 행사에 일본 정재계 관계자가 1000명 모였고, 아베 총리도 왔다. 한국엔 그런 외교관도 없다."

─일본 여론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움직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일본 국민들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수출 규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라고 하더라. 다만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안다고 한다. 일본 언론을 보면 요미우리(讀賣)신문과 산케이(産經)신문은 일본 정부의 입장에 서 있고, 마이니치(每日)신문과 같은 다른 언론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잘못됐다고 한다. 일본에 양심적 지식인이 많다. 이들에게 호소하려면 우리 정부가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주면, 일본 언론을 통해 일본인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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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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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미국은 한일 갈등에 쉽게 개입하거나 중재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과 일본은 모두 성숙한(adult) 국가'라고 한 것이다. 미국이 개입할 때는 한일 간 모든 외교적 노력이 실패하고, 미국 기업과 안보에 영향을 미칠 때일 것이다. 미국 역할보다 더 필요한 것은 우리가 제시할 안이다. 일본이 수용할 수 있는 안을 물밑 접촉을 통해 만들어내야 한다."

이와 관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지난 19일(현지시각)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한일 간에 무역과 관련해 많은 마찰이 일어나고 있어 자신에게 관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내가 얼마나 더 많은 것에 관여해야 하냐고 말했다"면서, "내가 북한 문제에 관여해 당신을 도와주고 있고, 다른 많은 것들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일 정상이 둘 다 원한다면 나는 (관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 의원은 18대 총선 이후 인천 미추홀구을(남구을)에서 내리 3선을 한 한국당 친박(親朴)계 출신이다. 그런 그는 한국당 지지율이 황교안 대표 취임 후 어느 정도 상승하다 최근 정체·하락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그는 "문재인 정부가 경제적·외교적으로 무능해 결국 야당에 표를 줄 것이라는 경향이 강한데, 잘못된 생각"이라며 "국민들은 아직 한국당을 대안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이 승리할 수 있을까.

"한국당은 잘못된 신념 체계에 빠져 있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적·외교적으로 무능해 국민들이 결국 야당에 표를 몰아줄 것이라는 논리다.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지도부에서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런데, 한국당은 그렇게 문 대통령이 못한다고 말하는데, 대통령의 지지율은 50%에 육박한다. 이유는 국민들에게 한국당이 대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무능한 정부에 맞서 우리가 대안 정당이고, 유능한 정당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 지금은 (전략을 짤) 컨트롤 타워도 없다. 심각한 상황이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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