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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르포]'밥집 대신 화장품가게'…대학가, 젠트리피케이션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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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건대·한대 등 대학가 중심 내몰림 지속

저렴한 상품 주로 판매, 임대료 상승 못 버텨

물가 높아져 학생 피해…"구청서 관리해야"

뉴시스

【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국토이슈리포트 제8호 '어느 동네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가?'에 따르면 ▲마포구 홍익대 인근 ▲광진구 건국대 인근 ▲성동구 한양대 인근 등 유명 대학가가 젠트리피케이션 경계·위험 단계로 분류됐다.사진은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 거리. 2019.07.19 yo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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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이윤이 크게 남는 건 아니고 집밥 못 먹는 학생들한테 건강한 음식을 준다는 뿌듯함에 지금까지 하고 있는 건데 요즘은 적자나는 날도 있어서 계속 운영을 해야 하나 싶어요."

20여년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앞에서 식당을 운영해온 이모(62)씨는 최근 장사를 접어야하나 고민 중이다. 임대료는 오르고 인건비도 만만치 않아 하루 40만원은 벌어야 이윤이 남는데 30만원도 못 버는 날이 허다하다.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기엔 부담스럽다. 대학가 특성상 500원만 올라도 손님이 줄기 때문이다.

이씨는 "못 버티고 나가는 상점들도 많았는데, 그러다보니 확실히 주변 상권이 확 죽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방문한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 거리는 관광객을 겨냥한 화장품 가게, 프랜차이즈 등으로 가득했다. 2호선 이대역부터 경의중앙선 신촌기차역까지 이어지는 거리에는 화장품 가게만 22개. 학생들이 주로 찾는 저렴한 밥집 등은 뒷골목에 들어가야 겨우 찾을 수 있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는 "신촌에 비해서도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소규모 상점이 들어오기도 힘들뿐더러 기존에 들어와있던 임차인들도 못 버티고 나가 자주 바뀐다"며 "그런 상태가 지속되다보니 상권이 죽어서 공실이 오래가는 곳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 전 지역에서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내몰림) 현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특히 대학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국토이슈리포트 제8호 '어느 동네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가?'에 따르면 ▲마포구 홍익대 인근 ▲광진구 건국대 인근 ▲성동구 한양대 인근 등 유명 대학가가 젠트리피케이션 경계·위험 단계로 분류됐다.

이진희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젠트리피케이션 지표를 '초기-주의-경계-위험' 등 4개 단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경계·위험 단계 비율이 2015~2016년까지 증가하다, 2017년 보합세를 나타냈고 지난해 다시 급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치구별로는 ▲노원구(서울과학기술대) ▲동대문구(경희대) ▲성북구(국민대)를 중심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확인됐다.

언론 등에서 위기경보 수위를 높였던 서초구·강남구는 젠트리피케이션 지표상 경계·위험 단계 비율이 점차 감소하거나 타 자치구보다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성동구·종로구·용산구도 상대적으로 경계·위험 단계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료상한제 시행, 상권 침체로 인한 공실률 증가 등으로 곳곳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잦아들고 있는 반면, 대학가는 여전히 위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임대료가 오르면서 오랜 기간 장사한 사람들이 주변으로 밀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각해지다가 경기 침체와 상권 악화로 잠잠해진 상황"이라며 "대학가의 경우 저가 상품을 주로 판매하기 때문에 초기 임대료가 굉장히 저렴했고, 최근 들어 임대료가 급격히 치솟다보니 젠트리피케이션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기존 임차인들이 내몰리고 비싼 프랜차이즈들이 들어서며 주 소비층인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생 민모(24)씨는 "관광객을 기준으로 물가가 형성돼있다 보니까 밥값 같은 생활물가가 너무 비싸고 밥집도 많이 없다"며 "프랜차이즈가 많이 들어오다보니까 주변 집값도 너무 뛰어서 자취생들이 살기 힘들어 불만"이라고 말했다. 고씨는 "근처에서 살다가 젠트리피케이션처럼 마포구청이나 당산처럼 이 주변보다는 싼 곳으로 내몰리는 친구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권강수 이사는 "강제로 어떤 상점이 들어서야한다고 법적으로 정해놓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선 쉽지 않기 때문에 관할 구청에서 지역을 관리해야 한다"며 "상인들과 관할 구청이 협업해서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yo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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