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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서울, ‘자전거 천국’ 될 것” vs “차만 더 막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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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전거 고속도로’ 계획

세계일보

박원순(가운데) 서울시장이 지난 14일 오전(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 도심에서 시민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다. 서울시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의 남은 임기 동안 추진할 대형 사업으로 내세운 ‘자전거 고속도로’(CRT·간선 급행 자전거 체계)를 놓고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자전거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고 환경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추진할 만한 사업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차도 축소로 차량 정체가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치적용 사업’이라거나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서울 사통팔달로 연결하겠다” 구상

박 시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중남미 순방 중 방문한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사람 중심의 ‘자전거 혁명’을 이루겠다”며 자전거 고속도로 구축 계획을 밝혔다. 보고타는 세계 최대 수준의 ‘차 없는 거리’ 제도인 ‘시클로비아’(Ciclovia)를 시행 중인 도시다. 박 시장은 “기존 자전거 도로는 차도 옆 일부 공간을 할애하는 불안한 더부살이 형태였다면, CRT는 차량·보행자와 물리적으로 분리돼 자전거만을 위한 별도의 전용도로 시설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지금까지의 자전거 간선망이 한강 자전거 길을 중심으로 한 동서축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남북축을 더해 막힘이 없는 자전거 도로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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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상부를 활용한 캐노피형 CRT 구상도. 서울시 제공


‘서울형 CRT’라는 이름이 붙은 이번 자전거 도로망 구축 계획은 캐노피형과 튜브형, 그린카펫형 등으로 나뉜다. 캐노피형은 중앙버스차로 공간 위편이나 측면에 구조물을 추가로 만드는 방식이다. 튜브형은 한강 다리나 서울로 7017 등 기존 시설물의 하부나 측면에 자전거가 다닐 튜브를 장착하는 것이다. 그린카펫형은 비교적 공간이 충분한 곳에 자전거 도로와 함께 나무를 심어 자연 친화적 형태로 만든다.

서울시는 이와 더불어 한강 일대 교량을 활용한 자전거 도로망을 만들고, 5개 생활권에는 자전거 특화지구도 조성할 방침이다. 한강 다리 중에는 서울식물원과 하늘공원을 잇는 가양대교, 여의도공원과 용산가족공원을 잇는 원효대교, 압구정로데오거리와 서울숲을 잇는 영동대교 등이 거론된다. 문정, 마곡, 항동, 위례, 고덕강일 등 5개 도시개발지구에는 총 72㎞의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진다. 시는 올 하반기에 3억원을 들여 타당성 용역을 진행하고,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이르면 내년에는 계획의 상당 부분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서울이 세계 최고의 ‘자전거 천국’이 되도록 할 것”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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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시설물 밑이나 옆에 터널을 구축하는 튜브형 CRT 구상도. 서울시 제공


◆시민 반응은 엇갈려… 온라인서도 갑론을박

19일 기자가 서울 도심 곳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서울시의 자전거 고속도로 구상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 종로의 한 자전거 도로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24)씨는 “평소 등·하굣길이나 돌아다닐 때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를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일반 자전거 도로가 위험하다고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별도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지면 아무래도 더 안전하고 즐겁게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신모(45)씨는 “사대문 안에서는 날씨만 좋으면 차보다 자전거가 훨씬 유용한 교통수단”이라며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에 직장인 이모(33)씨는 “자전거도 좋지만 업무상 차를 꼭 가지고 다녀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며 “지금도 서울은 차가 많이 막히는 도시로 유명한데, 자전거 고속도로를 만들겠다고 차도를 줄이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CRT를 구축하면서 그간 차로와 같은 높이에 있던 기존 가로변 자전거 도로를 보도 높이까지 올리고, 차도는 축소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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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로와 함께 나무를 심는 그린카펫형 CRT 구상도. 서울시 제공


온라인 공간에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관련 기사 댓글이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살펴보면 자전거 고속도로에 찬성하는 이들은 “정말 기대된다”거나 “탁월한 구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효용성이나 예산 문제를 들어 반대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한 누리꾼은 “3선을 하는 동안 뚜렷한 업적을 남기지 못한 박 시장이 무리를 해서라도 대형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려 하는 것”이란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자전거 인프라 조성보다 관련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차량 운전자들과 자전거 이용자들의 인식이나 운행 습관만 바뀌어도 현재 조성된 자전거 도로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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