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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실컷 고생해 얻은 '첫 일자리' 떠나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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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을 나온 A씨는 반년 넘는 백수생활 끝에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A씨는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1년도 안 다니고 그만뒀습니다. 전공을 살려 충북에 있는 한 중소기업에 들어갔지만, 처우가 더 나은 회사로 이직을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A씨는 “첫 회사에서 경력을 더 쌓은 후 경력직으로 옮길 생각도 했지만,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다시 취직 준비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취업 재도전은 “생각보다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통계청은 지난 16일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라는 통계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매년 5월 통계청이 청년층을 대상으로 24개 항목을 조사해 발표하는 통계입니다. 올해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A씨 같은 우리나라 청년들의 씁쓸한 일자리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청년 고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정부의 최근 평가가 야속할 정도입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취준생(취업 준비하는 청년)은 지난 200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71만4,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비(非)경제활동인구 468만3,000명 중 15.3%에 해당합니다. 취준생 71만4,000명 중 30.7%, 즉 10명 중 3명 꼴로는 일반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생’이었습니다. 통계청은 “지난해에는 5월에 있었던 지방 공무원시험이 올해 6월로 한 달 늦춰지면서 ‘공시생’들이 취준생으로 집계된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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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5~29세 청년이 학교를 졸업 후(중퇴 포함) 첫 직장에 들어가기까지는 무려 10.8개월이 걸렸습니다. 이 역시 역대 최장입니다. 지난 2015년 첫 취업 소요 기간이 10개월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4년 만에 1년 가까이 늘어난 셈입니다. 그렇다면 대학생이 졸업하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3년제 이하 포함) 평균 졸업 소요 기간은 4년 2.8개월이 걸렸습니다. 지난해보다 0.1개월 길어졌습니다. 취업을 위해 휴학하거나 연수를 다녀온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휴학경험이 있는 대졸자 비율은 45.8%로 1년 전보다 1.4%포인트 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오랜 기간을 투자해 학교를 마치고 첫 직장에 들어가서는 잘 적응했을까요.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월급을 받아 일하는 청년(임금근로자)이 첫 일자리를 그만둔 경우 근속기간은 1년 1.6개월에 그칩니다. 이렇게 첫 일자리를 그만둔 임금근로자가 전체의 67.0%, 10명 중 7명 꼴입니다. 첫 일자리를 그만 둔 이유는 절반에 가까운 49.7%가 보수,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불만족’을 꼽았습니다. 실제로 첫 취업에 성공했더라도 청년 10명 중 8명은 월급이 200만원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5~29세 청년이 첫 직장에 취업하고 받는 임금은 월 150만~200만원이 34.1%로 가장 많았고 100만~150만원도 27.7%였습니다. 200만~300만원이 18.1%로 뒤를 이었고 300만원 이상은 2.4%에 그쳤습니다.

일자리의 질은 어땠을까요. 전일제 일자리 비중은 지난해 81.1%였던 데서 올해 79.3%로 줄었습니다. 반면 1년 이하 계약직 비중이 21.2%에서 1년 새 24.7%로 늘었습니다.

정부는 앞선 지난 12일 5월 고용동향이 발표되자 취업자 수,고용률 등을 들며 “청년 고용 개선세가 두드러진다”고 긍정 평가했습니다. 청년(15~29세) 고용률이 43.2%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오르는 등 정부로서는 고무된 분위기였을 만합니다. 하지만 실상을 뜯어보면 긴 학업을 마치고 오랜 백수 생활 끝에 회사에 들어갔지만, 결국 뛰쳐나온 A씨처럼 앞이 캄캄한 청년들이 많습니다. 정부는 고용지표 하나에 일희일비하며 관전평을 보내는 것보다,장기적 안목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온 힘과 정성을 쏟으면 좋겠습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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