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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훈제 청어 흔들며 가짜 뉴스 퍼뜨린 英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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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 생선, EU 규제 대상 아닌데 규제 때문에 손실 본것처럼 주장… 브렉시트 하려고 거짓말한 셈

17일(현지 시각) 런던의 엑셀센터. 영국 보수당 대표를 뽑는 마지막 선거 유세에 나선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연설 도중 비닐 포장된 훈제 청어를 꺼내 흔들었다. "맨섬(Isle of Man)에 사는 청어 판매인이 단단히 화가 났다. 브뤼셀의 EU 관료들이 훈제 청어를 판매할 때 플라스틱 냉장용 아이스팩을 붙여야 한다는 규제를 가해 이 사람이 수십년간 어마어마한 비용을 치러야 했다. 영국은 이런 규제의 사슬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강경파인 존슨의 주장에 지지자들은 박수갈채로 호응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존슨의 이 발언은 허무맹랑한 거짓으로 판명됐다. EU 식품안전분야 관계자는 18일 언론 브리핑을 갖고 "생선 유통에 대해 EU는 선어(鮮魚)에만 규제를 적용한다"며 "가공 생선에는 규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논란이 된 규제는 (EU가 아니라) 영국 정부가 적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도 영국 식품안전당국에 확인을 거쳐 "영국에는 있고 EU에는 없는 규제"라고 보도했다. 심지어 영국 내 자치령인 맨섬은 EU에 속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이 EU에 가입할 때 맨섬은 자체 결정에 따라 EU에 들어가지 않았다. 맨섬은 애당초 EU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았던 것이다.

존슨이 EU와 관련해 악의적인 '가짜 뉴스'를 퍼뜨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1990년대 초 텔레그래프의 브뤼셀 특파원 시절 EU가 각국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규제를 가한다고 비판하면서 "EU가 콘돔 사이즈조차 16㎝로 통일하려 한다"는 기사까지 썼다. 물론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2016년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직전에는 "영국은 매주 EU에 3억5000만파운드(약 5150억원)의 분담금을 바친다"는 문구를 적은 버스를 타고 다녔다. 하지만 당시 영국의 EU 분담금은 일주일에 1억9000만파운드(약 2800억원)였다.

존슨이 EU와 합의 없이 결별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보수당 내부 갈등도 심각해지고 있다. 18일 더타임스는 존슨이 총리가 되면 데이비드 고크 법무장관,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 로리 스튜어트 국제개발부 장관 등 3명의 각료가 사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보수당 원로들이 존슨이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하지 못하도록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개입해달라고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여왕이 브렉시트 문제에 뛰어든다면 왕실의 정치 개입을 제한한 영국의 입헌군주제 체제에 전례 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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