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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황제'도 털썩… 디오픈, 무자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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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후보들 초반 처참한 성적

18일 밤 영국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 던루스 링크스(파71·7344야드)에서 막을 올린 남자 골프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디오픈)이 1라운드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간명했다. 골프는 어렵고 무자비하다는 것.

US오픈 이후 한 달 만에 실전을 치른 타이거 우즈(43·미국)는 7오버파 78타(공동 144위)를 쳤다. 우즈는 19일 바람이 잠잠해진 2라운드에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중간합계 6오버파로 3라운드 진출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브리티시오픈(디오픈)은 '골프는 어렵고 무자비하다'는 사실을 새삼 보여줬다. 18일 개막한 대회 1라운드(영국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 던루스 링크스)에서 타이거 우즈가 야디지북을 확인하며 이동하는 모습. 세 차례 디오픈 정상에 오른 그였지만 이날 7오버파로 무너졌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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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가 자신의 조국 북아일랜드에서 열려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히던 로리 매킬로이(30)는 1라운드 8오버파 79타(공동 150위)를 기록했다. 그가 16세 때 61타를 쳤던 곳이었으니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다. 지금은 TV 해설자로 주로 활동하지만 한때 세계 1위였던 데이비드 듀발(48·미국)은 20오버파 91타로 참가 선수 156명 가운데 꼴찌를 했다. 이 셋은 모두 디오픈에서 우승(우즈 3회, 매킬로이와 듀발 각 1회)했고, 한때 세계 1위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엔 1라운드 내내 평소보다 두세 클럽을 길거나 짧게 쥐어야 하는 비바람이 수시로 몰아쳤다. 하지만 변덕스러운 날씨와 어려운 코스 탓을 하긴 힘들 것 같다. 이 골프장 회원인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는 "산들바람이 부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이븐파를 쳤다. 1라운드 단독 선두에 오른 JB홈스(미국)가 5언더파 66타를 친 것을 비롯해 41명이 언더파를 쳤다. 홈스는 2라운드에서도 3타를 더 줄여 8언더파를 기록했다. 최근 네 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각각 두 차례 기록한 브룩스 켑카(미국)는 1라운드 3타를 줄인 데 이어 2라운드에 2타를 줄여 5언더파를 달렸다.

우즈는 1라운드에 우드나 아이언 티샷이 많았는데도 페어웨이 적중률(57.14%)이 절반을 간신히 넘겼고, 무딘 아이언샷으로 그린 적중률(55.56%)도 저조했다. 더블 보기 1개와 보기 6개, 버디 1개를 적어 냈다. 우즈는 경기 전 "디오픈을 치를 만큼 충분히 샷이 날카롭지 않다"고 했다. 엄살이길 기대했는데 진짜였다. 골프는 준비가 안 된 자에게 용서가 없다. 링크스 코스의 길고 질긴 러프가 우즈의 부정확한 샷을 사정없이 응징했다. 우즈는 2라운드 들어 샷의 정확성이 약간 나아졌다. 하지만 파5홀에서 하나의 버디도 잡지 못해 스코어를 더 줄이지 못했다.

우즈는 경기 후 "내 나이가 24세도 아니고, 집에서 아이들과 놀아줄 때 허리 통증이 더하다"며 "세월과 함께 내 삶이 변했지만 지난 4월 마스터스 같은 최고 순간이 몇 차례 더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8년 만에 디오픈을 개최한 조국에서 개인 통산 다섯 번째 메이저 우승 사냥에 나선 세계 랭킹 3위 매킬로이를 삼켜버린 건 주변의 기대였다. 그는 한때 세계의 분쟁 지역이던 북아일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1라운드를 찾은 갤러리 대부분이 그를 응원했다. 매킬로이는 1라운드 후 "중압감을 이겨내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세계에서 티샷을 가장 잘하는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그가 1번홀(파4)부터 샷을 왼쪽으로 당겨쳐 OB(아웃오브바운즈)를 냈다. 러프에서 친 네 번째 샷이 도저히 공을 칠 수 없는 왼쪽 깊은 러프에 빠지는 바람에 언플레이어블 볼(1벌타)을 선언하고 6타 만에 그린에 공을 올렸다. 1.5m 퍼트마저 놓쳐 쿼드러플 보기. 대회 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그는 마지막 홀 트리플 보기를 범하며 컷 통과도 힘겨운 처지가 됐다.

박상현은 1라운드에서 공동 16위(2언더파)로 한국 선수 8명 중 가장 출발이 좋았다. 김시우가 공동 20위(1언더파), 임성재가 공동 42위(이븐파)였다.





[포트러시(북아일랜드)=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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