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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도시살롱] 일상으로 들어온 MZ세대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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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더위와 함께 휴가 시즌이 시작되었다. 지인들과 모이면 여행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날이 갈수록 각자의 여행 취향이 확고하고 다양해진다는 것을 느낀다.

그 특징 중 두드러지는 하나는 단연 비수기 단기 여행의 선호이다. 긴 여름휴가 혹은 겨울휴가를 포기하는 대신, 주말을 끼고 단기 여행을 여러 번 가는 것을 선호하는 MZ(밀레니얼-Z)세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7월 현재 이미 5번의 여행을 다녀온 지인은 일부러 성수기를 피해 가성비가 높으면서도 진짜 현지를 경험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파리에 가면 파리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거지, 한국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에펠탑에 가고 싶은 게 아니잖아."

각자의 취향은 차치하더라도, 밀레니얼은 국내외 예외 없이 여행을 가장 많이 하는 세대이다. 익스피디아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여행자들은 1년에 평균 35일 여행을 가는 것으로, 모든 세대를 통틀어 여행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세대로 나타났다. 여행경비 또한 5000달러(약 580만원) 이상을 쓸 의향이 있다고 밝혀, 가장 많은 경비를 소비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Z세대 역시 1년 중 29일로 조사돼 MZ세대가 여행업계에서 주요 고객으로 확고히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밀레니얼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2018년 호텔스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가 '1년에 최소 1회 이상 해외여행을 떠난다'고 답했다. 특히 한국의 직장인들은 연휴나 유급휴가를 한 번에 소진하는 대신에 주말이나 공휴일을 이용해 더 자주, 더 간편하게 떠나겠다는 의견이 32% 이상으로 나타났다. 연례행사가 아닌, 일상 속으로 여행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려는 트렌드는 경험가치를 최고로 치는 밀레니얼의 성향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여행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다만 기존 대규모 업체들은 새로운 플레이어들에 맞서 여러 가지 새로운 전략으로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2018년 미국 여행자 중 숙박지출 금액 중 20%는 에어비앤비로 소비됐다.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 거래를 분석하는 조사 업체 세컨드 메저(Second Measure)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의 소비자는 힐튼, 인터콘티넨털, 메리어트와 같은 전통적인 호텔 체인보다 에어비앤비를 훨씬 더 많이 이용했다.

MZ세대는 숙박보다는 현지의 서비스 경험에 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인데, 극적인 예로 '얼리맛답터'인 한 지인은 1박 8만원의 에어비앤비에 머물며 40만원짜리 한 끼 코스를 즐기는 프로 식도락 여행가이다. 또한 도쿄에선 캡슐호텔에서 자며 숙박료를 아껴, 일본 문화를 체험하는 3일간의 프로그램에 투자했다는 미국 친구도 꽤 있었다. MZ세대는 여행에 돈을 아끼지 않지만 안락한 브랜드 호텔에서 묵으며 에펠탑에 가서 사진을 남기기보다는, 그 뒷골목에서 현지사람들이 일 끝나고 모이는 작은 술집에 가는 걸 더 의미 있는 경험으로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현지인들이 직접 요리할 식료품을 사는 곳과 생필품을 사는 가게들을 꼭 들러보고, 거기서 일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모든 여행의 공통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밀레니얼의 여행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 메리어트는 홈앤빌라라는 에어비앤비와 유사한 플랫폼을 론칭했다. 심지어 구글도 구글트래블을 지난 5월 론칭했다. 지메일(캘린더 포함)과 구글맵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내세워 항공권, 호텔, 투어, 액티비티를 검색·예약하고, 관광 코스 추천부터 여행 일정과 지역에 따른 날씨 확인까지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셀리나(Selina)'라는 스타트업은 MZ세대의 여행, 출장, 노마드 라이프스타일을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관심을 모으며 최근 12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 플랫폼에서는 휴가로서 숙박을 할 수도 있고, 출장으로 와서 묵으며 코워킹센터를 예약해 현지사람들과 함께 일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독특한 플랫폼과 모든 것이 연결된 서비스가 주목을 받는 것은, MZ세대들의 삶에서 여행과 일상, 장기 숙박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MZ세대 라이프스타일의 가장 큰 특징인 유연성은, 일상에서 벗어나 경험의 가치를 모색하는 이들에게 역설적으로 여행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도록 이끌고 있다. 아, 물론 가는 곳마다 SNS에 포스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당일치기 #주말여행 #성공적.

[이아연 셰어하우스 우주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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