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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한일 강대강 대치가 안보협력까지 흔들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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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19일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한국이 중재위 개최에 응하지 않은 것은 국제법 위반 상태를 방치하는 것이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이에 청와대는 자유무역 원칙을 훼손한 일본이야말로 국제법 위반의 주체라고 반박하는 등 강대강 대치가 고조되고 있다. 일본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양국 갈등이 군사안보 분야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담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관련해 "지금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전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 협정을 폐기해야 한다"는 심 대표 발언에 대한 답변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해 GSOMIA 폐기는 아직 경제 분야에 국한된 양국 갈등을 전방위화할 위험이 있는 사안으로 언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우리 쪽에서 먼저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이번 분쟁이 확대되고 장기화하면 양국 모두 피해가 불가피하지만 우리 쪽이 감수해야 할 고통이 훨씬 크고 심각하다. 갈등 범위를 최소화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명분적 측면에서도 그렇다. 사법적 문제를 외교 이슈화해 경제로 보복하는 행태를 우리는 비판해왔다. GSOMIA 폐기를 먼저 거론하면 이번에는 경제 분쟁을 안보협력 파기로 확전시킨 부담을 우리가 져야 한다.

일본과의 안보 협력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 정보수집 위성 5기, 이지스함 6척, 탐지거리가 1000㎞가 넘는 지상 레이더 4기 등을 보유한 일본은 우리에게 부족한 미사일 감시 및 탐지 자산을 커버해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정부 말 최초 발효된 GSOMIA에 대해 부정적이었으나 대통령 취임 후 양국 간 주고받은 정보의 실효성을 보고받고 나서 생각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일본은 북핵 문제에 있어 같은 이해 관계에 있다. 우리에게도 필요한 GSOMIA를 분쟁화하는 것은 합리적인 행동이 아니다.

GSOMIA 폐기 시사에 미국 중재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실렸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국무부는 19일 "GSOMIA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공동 노력에서 중요한 수단"이라며 "연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한일 갈등이 한·미·일 공조 약화로 이어지는 상황을 경계한다. 그러나 우리가 GSOMIA 폐기를 얘기하면 공조 약화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부당성을 알리되 미국의 피로감을 유발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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