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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빌딩에 밀려난 쪽방촌 사람들…쫓겨난 10명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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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심에는 화려한 빌딩 뿐만 아니라 빈곤층이 모여사는 쪽방촌도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마지막 안식처인 쪽방촌이 개발로 인해 해체된다면, 주민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KBS 취재진이 고층빌딩을 짓는 과정에서 쫓겨난 쪽방촌 주민들의 행방을 추적해봤습니다.

주거빈곤 연속보도 첫 순서, 이슬기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역 맞은편의 한 쪽방촌, 다닥다닥 붙은 좁은 방에 한때 주민 200여 명이 살았지만 지금은 28층짜리 빌딩 건설이 한창입니다.

64살 임 모 씨도 이곳 쪽방 주민이었습니다.

[임OO/쪽방촌 퇴거 주민 : "먹고 살겠다고 쪽방에 있었는데. 돈 많은 사람들이 내보내가지고 이렇게 화려하게... 우리는 씁쓸하죠, 마음이."]

4년 전, 당시 퇴거를 앞두고 한 시민단체가 주민 10명을 인터뷰했습니다.

한달 소득 65만 원에 방값으로 25만 원 가량을 냈고, 1명을 제외한 9명이 기초생활수급자였습니다.

나이는 5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했지만,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는 건 대부분 비슷했습니다.

취재진은 쫓겨난 10명이 어디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수소문했습니다.

["(여기 사셨던 분들 어디로 가신 거예요?) 다 이사 갔겠지, 뿔뿔이."]

94살 최 모 할머니는 친했던 두 할머니들과 함께 철거 지역과 인접한 다른 쪽방으로 이주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이 모 할머니는 이주한 지 한 달 만에 돌연 숨졌습니다.

[최OO 할머니/쪽방촌 퇴거 주민 : "이 건물이 사람들 다 쫓아내고 이렇게 지은 거야. 비우라고 하니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이리로 온 거야. 와서 서른 셋째 날인가 죽었어."]

10명 가운데 사망이 확인된 건 2명, 3명은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생존이 확인된 5명 가운데 4명은 다른 지역 쪽방으로 옮겼는데 또다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김OO 할머니/쪽방촌 퇴거 주민 : "이 집도 이제 철거가 될 거예요. 곧 이제 나가라고 할 거예요."]

10명 가운데 더 나은 주거지를 찾은 사람은 지하 원룸에 정착한 1명 뿐이었습니다.

[박사라/'홈리스행동' 활동가 : "당장 살아야 하는 공간이 없어지고 굳건했던 공동체가 와해되고 삶이 아예 파괴됐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쪽방촌 자리에 빌딩을 짓기 위해 투입된 사업비는 2,400억 원.

부지 매입 비용으로만 1천억 원 이상이 들었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10명 가운데 이사비를 받은 건 2명에 불과했습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이슬기 기자 (wake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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