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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北과 동조한다는 논란 안타깝다"···文, 예비역 장성에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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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극소수 단체가 현 정부를 북한 세력과 동조한다는 관점으로 평가할 때 안타깝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예비역 장성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현 정부의 대북관 논란과 관련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 자리에는 김진호 재향군인회(향군) 회장, 유삼남 성우회 회장, 정승조 한·미동맹재단 회장, 김재창 한·미안보연구회 명예회장 등 군 원로들이 참석했다.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예비역 군 주요인사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문 대통령, 정경두 국방부 장관, 이영계 육사총동창회장, 정인하 3사총동문회장, 현경희 재향여성군인연합회 부회장. [사진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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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대북관 논란에 대한 속내를 비공개 간담회 자리에서 드러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일부 극소수 단체가 현 정부를 북한 세력과 동조한다는 관점으로 평가할 때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예비역 장성은 “‘예비역 장성들이 우국충정의 마음으로 현역과 국민의 가교 역할을 해주시라’는 게 대통령의 당부였다”며 “여기에는 국방비 지출 증가와 같은 현 정부의 국방력 증강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아쉬운 속내도 담겨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보수 성향의 예비역 단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9·19 남북 군사합의를 비판해온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 장성단 모임' 등은 지난달 해당 합의가 국민의 생명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다. 최근 북한 목선 입항 등 안보 위협 상황은 남북 군사합의로 대북 경계태세가 무너진 탓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문 대통령은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미 동맹 약화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정승조 회장과 김재창 명예회장 등이 문 대통령에게 “남북 관계가 좋아져도 한미 동맹의 중요성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에 대한 내 생각은 확고하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예비역들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날 참석한 육군 예비역 장성은 “‘전작권 전환이 시기에 쫓기지 말고 조건이 성숙될 때 이뤄지면 좋겠다’는 얘기가 참석자들로부터 나올 때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공개로 진행된 모두 발언에선 “최근 벌어진 몇 가지 일로 우리 군의 기강과 경계 태세에 대해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국군통수권자로서 책임을 느끼며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을 중심으로 엄중하게 대응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제기되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 교체 가능성보다 현 체제 유지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다.

이어 문 대통령은 “강한 국방력이야말로 평화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라며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역시 강한 국방력을 기반으로 한다. 정부는 국방개혁 2.0을 차질없이 추진해 급변하는 안보 상황에 맞게 폭발적 안보 역량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대목에서 참석자들에게 올해 국방 예산 증가율이 지난 8년에 비해 2배에 달하는 8.2% 증액됐고, 이중 방위력 개선비는 3배에 달하는 13.7% 증액됐다는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의 공을 소개하는 데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군이 주축이 돼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지난해 남북은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기틀을 마련했고, 특히 9.19 남북 군사 합의를 통해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크게 완화시켰다”고 말했다.

이에 김진호 향군 회장은 “9·19 군사합의는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해 우선 남북 간에 충돌이 없어야 한다는 데 양측이 합의한 것”이라며 “비핵화를 위한 한 과정으로 보고 있고, 이에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도 동의의 뜻을 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 회장은 “이 군사합의는 '남북은 쌍방의 관할구역을 공격·침투·점령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이뤄져있다”며 “사실상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포기한 서약서인 셈이지만, 일부 예비역이 이에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건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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