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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풀어준다는데도... '그런 보석 싫다'는 양승태의 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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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16차 공판] 관련 자료 제출 사실상 거부... "법 위에 군림하는 지나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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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구속 125일만에 첫 재판 ▲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 개입 등 '사법농단' 피고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지 125일만인 29일 오전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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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구속 중인 피고인을 보석으로 일찍 풀어주겠다는데, 정작 당사자는 싫다고 한다. 주거지 정보 등 필요한 자료도 법원이 알아서 확인하라며 관련 절차에도 비협조적이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사법농단' 재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 쪽에 몇 가지 질문을 했다. 8월 10일로 구속기한이 끝나기 전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 보석으로 풀어주기 위해 필요한 주거지 정보, 보증금을 대신할 보증인 인적사항 등을 확인해달라는 것이었다.

"보석 판단할 자료 좀..."-"알아서 하세요"

- 저희들이 확인하기론 공소장에 기재된 것, 성남시로 된 주거지인 것 같은데... 지금 달라진 게 없는 상태인가.
이상원 변호사 : 저희는 일단 의견서 취지대로 변호인 입장을 확인, 이해해주면 될 것 같다.

- 지난 기일에 말씀 드렸는데, 이번 의견서에도 없어서 말한다. 보증금에 갈음하는 보증인 인적사항을 확인해달라고 했다. 확인하게 되면 협조해주기 바란다.
이상원 변호사 : 재판부가 적절한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으면, 저희가 (보석) 신청을 특별히 한 게 아니고 재판부가 직권으로 하는 거면 (보석 결정에 필요한 정보 확인은) 그렇게 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가 변호인이나 피고인에게 정보 제공을 명하거나 협조 요청을 하면 상의해서 말씀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미 "구속기한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피고인에 대해선 만료로 인한 석방 또는 구속취소 석방 결정에 비해서 특별히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석방 결정이 이뤄지리라 생각한다"며 사실상 조건부 보석 반대 뜻을 밝힌 뒤였다.

재판부는 지난 17일 공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한 만료 전 직권보석으로 석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검찰은 그렇게 하더라도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주거지나 통신, 접견 등을 제한하고 수시로 법원이 정한 담당자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관련 기사 : 양승태를 MB처럼? 사법농단 재판서 '이명박 조건' 오간 이유).

그런데 이날 양 전 대법원장 쪽 태도는 '그런 석방이면 안 나간다'에 가까웠다. 이대로라면 7월 22일 재판부가 조건부 보석 결정을 내리더라도 양 전 대법원장이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형사소송법은 법원이 보석을 허가할 경우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와 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거나 보증금 납입 약정서를 제출하거나 주거지 제한을 수용하는 등 여러 조건 중 하나 이상을 정해야 하고, 당사자가 그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보석을 집행할 수 없도록 했다. 법은 당사자가 보석을 원치 않는 경우를 가정하고 있지 않다.

"법을 정말 아는 사람이... 재판부에 부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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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대법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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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을 정말 잘 아는 사람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억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해서 "보석 제도는 불이익을 주면서 석방을 하는 것인데, 조건 없이 석방한다면 법원이 '잘못 구속했다'고 인정하는 셈"이라며 "법원이 여태까지 조건부 보석을 해왔고, 그게 불법인 것도 아닌데 굉장히 이례적인 주장"이라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은 19일까지 주요 증인 25명 가운데 단 세 명만 신문이 이뤄졌다. 증인들의 잇따른 불출석에, 매번 증거조사 절차와 방식 등으로 변호인단이 이의를 제기해 재판 진행 속도마저 더딘 편이다. 검찰이 증거 인멸 우려 등을 감안해 양 전 대법원장이 풀려날 경우 주거지와 통신·접견 등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이 보석을 거부하고, 8월 10일까지 구치소에서 나가겠다고 버티면 별 다른 방법은 없다.

하 교수는 "자기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주장은 충분히 받아들여야 하지만 이번엔 그걸 넘어섰다"며 "아무 제한 없이 보석해달라는 것은 여태까지 없었을 텐데... 전직 대통령도 제한받고 있지 않냐"고 했다. 이어 "그런 주장을 하더라도 (제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아서 이렇게 행동하는 것 같다"며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재판부가 규정에 맞게 법을 운용하도록 해줘야 하는데 굉장히 부담을 주고 있다,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박소희 기자(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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