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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2019 한국인,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빠지다] 직장 새내기는 ‘자율성’ 없고…임원은 ‘실적’ 압박감에 번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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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학업·중장년 경제적 스트레스

출구없는 취업난…결혼·출산 등 악영향

대인관계 이상땐 우울증 위험 2.7배 ↑

직장인 主스트레스 ‘높은 업무성과 압박’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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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인 이모(15) 군은 등교시간만 되면 가슴이 답답하다. 나름 열심히 노력하지만 성적은 신통치않다. 반 친구들에게도 이 군은 ‘말수가 적고 친구들과 잘 어울릴려고 하지 않는 아이’로 통한다. 말수까지 줄어드니 친했던 친구들도 멀어졌고 등하교도 혼자 하거나 쉬는 시간에도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 군의 이런 모습을 본 부모는 아이를 정신과에 데리고 가 상담을 받게 했다. 검사 결과 이 군은 우울증 초기 증상으로 더 이상 그냥 두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청소년부터 노인들까지, 전 연령대에 퍼진 우울증=우울증은 사회생활을 하는 어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청소년을 비롯해 취업준비생과 주부, 노년층까지 사회 곳곳에 퍼져있다. 청소년기에는 학업 스트레스나 교우관계로, 청년기에는 취업이나 결혼 문제로, 중장년기에는 경제적인 부담, 노년기에는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은 개인적인 성향도 있지만 사회시스템이 가져오는 결과적 부분도 크다. 청소년기 때부터 친구를 경쟁상대로만 본다면 교우관계가 형식화돼 자칫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을 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성향’이나 ‘은둔형 외톨이’가 되기도 쉽다.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학업성적으로 친구와 형식적 관계가 되면 다른 재능이 많아도 또래 친구들에게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돼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한 감정이나 심각한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기에는 취업이나 결혼에 대한 고민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박진경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경기 불황으로 취업시기가 늦춰지다보니 경제력을 갖추는 시기도 점점 뒤로 밀리면서 결혼, 출산도 지연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취업, 결혼 고민 등이 오랜 기간 축적되면서 우울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장년기에 닥치는 퇴직이나 건강이상 등은 자존감을 떨어뜨려 우울증으로 발전하기 쉽다. 김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물질적 풍요를 최선으로 여기는 사회이다보니 경제력이 부족하거나 상실된 중장년층은 사회에서 실패자라는 인식이 심어졌고 이런 사람은 자기 스스로 가치를 낮추게 된다”며 “이런 중장년층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남은 가족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 직장인 대인관계에서 오는 우울증·불안감 커=한국 직장인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그 요인도 다양하고 스트레스로 인해 받는 신체 및 정신건강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는 강북삼성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직장인 중 19만5600명의 정신건강 상태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일(직무), 직장 내 대인관계, 대인관계의 변화(이혼·사망), 병이나 상해, 금전 문제, 일상생활의 변화(범죄·자연재해·우발사고)를 선정해 각각의 요인이 미치는 스트레스 변화를 관찰했다.

대인관계 변화를 겪는 경우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3배나 높았다. 대인관계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우울증 위험은 2.7배나 높아졌다. 불안감은 직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2배, 질병이나 상해로 인한 변화로 인해 1.68배 정도 높아졌다. 이런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높은 응답자일수록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한 비율이 높았고 이 중 일부는 실제 시도를 하기도 했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기업정신건강연구소)는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스트레스로는 경제적 요인이 가장 컸고 그 다음으로는 대인관계의 어려움이나 이혼 등의 대인관계 변화가 뒤를 이었다”고 말했다.

▶직무스트레스는 업무성과 압박이 가장 높아=직무스트레스 요인만 구체적으로 보면 전반적으로 업무성과와 연관된 직무요구 부분이 컸다. 다만 연령별로 느끼는 스트레스 양상은 달랐다. 20대의 경우 ‘직무 자율성’ 부문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이 25%로 가장 높았다. 20대 직장인 10명 중 2명은 직무에 있어 자율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직무요구, 관계갈등, 직장문화, 보상부적절, 직무불안정 순이었다.

30대와 40대는 직무요구로 인한 스트레스가 각각 25.3%, 30.2%로 가장 심했고 이어서 관계갈등이나 직장문화, 직무불안정이 그 뒤를 이었다. 50대 이상 역시 직무요구가 16.8%로 가장 높았고 관계갈등과 직무 불안정이 뒤를 이었다.

조성준 교수는 “직급이 낮은 젊은 직장인의 경우 아무래도 (상사보다) 직무에 대한 자율성이 적다보니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을 수 있다”며 “반면 직장 내에서 임원에 해당하는 40~50대의 경우 회사에서 요구하는 업무 성취도가 높아 스트레스가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직급별 스트레스 특성을 보면 직장 직급체계에서 가장 하위에 해당하는 사원~대리의 경우 직무요구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많았고 이어서 관계갈등, 직장문화, 직무자율성 순이었다. 과장, 차장이나 임원의 경우에도 가장 큰 요인은 직무요구였다.

조성준 교수는 “연령별이나 직급별로 주요한 스트레스 요인이 직무요구인 점을 봤을 때 직장인들이 업무 성과를 내야한다는 상당한 압박을 받는 것”이라며 “업무 자체에 더해 직장 내 대인관계 갈등까지 빚어지면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 결국 질환으로 발전하게 된다. 채정호 교수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우울, 불안 등으로 발전하게 되고 이것이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가면 불안장애, 우울증, 분노장애 등의 병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열·손인규 기자/kty@heraldcorp.com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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