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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웃통 벗으면 벌금!”…비문명 행위 집중 단속나선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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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 매체의 보도를 보고 1990년대 중반 중국에 처음으로 배낭여행 왔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섭씨 30도가 넘는 한여름이었다.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톈진에 내렸는데 웃통을 벗고 다니는 남성들이 너무나 많았다. 북·중 접경 지역을 답사하는 2주간의 여정 내내 대도시나 시골이나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남자들이 웃통을 벗고 거리를 활보하는 걸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본 기자도 중국 사람들 틈에 섞여 웃통을 벗고 다니면서 중국 사람 인척 행세했던 기억이 아련하다.

요즘은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중국에선 후미진 골목이나 공원에서 웃통을 벗고 활보하는 남성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급기야 중국 당국이 전국적으로 야외에서 웃통을 벗는 비문명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했다. 단속을 당하면 벌금까지 물어야 한다. 웃옷을 입으라는 단속원의 명령을 거부하다가 파출소로 연행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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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통 벗는 행위 고발하는 공개 게시판 (중국 후베이성 스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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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예(膀爷)'를 잡아라!…전국서 벌금 부과 잇따라

중국에선 웃통을 벗고 상반신을 드러내는 행위를 '광방즈(光膀子)'라고 부른다. 웃통을 벗고 다니는 아저씨는 '방예(膀爷)'라고 부른다. 중국 전국 각지에서 '방예'를 단속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톈진 경찰은 지난 5월 17일 한 남성에게 공공장소에서 웃통을 벗었다는 이유로 벌금 고지서를 발급했다. '톈진시문명행위촉진조례'에 따른 행정 집행이었다. 이 남성은 마트에서 웃통을 벗고 장을 보다가 단속원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으나 이를 거부하다가 파출소로 연행돼 50위안(한화 8,500원가량)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톈진시 조례에 따르면 '방예'가 단속원의 명령을 거부할 경우 50위안 이상 200위안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산둥성 성도인 지난시도 올해 7월부터 비문명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웃통을 벗는 행위뿐만 아니라 신발을 벗고 발의 땀을 말리는 행위까지 단속 대상이다. 지난시 당국은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방예' 단속 사진을 찍어 게시판에 공개까지 하고 있다.

후베이성 스옌시에도 지난해 8월 시내 한복판에 비문명 행위 게시판이 설치됐다. 여름에 웃통을 벗고 다니다 적발된 '방예'들이 중점 게시 대상이다. 시민들도 비문명 행위를 폭로하는 글과 사진을 게시판에 올릴 수 있다. 시민들의 제보를 받은 경찰은 비문명 행위 대상자들을 찾아내 벌금 부과 등의 책임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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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통 벗고 거리 활보하는 중국 남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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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베이징 비키니' 조롱…중국 매체 "웃통 벗지 맙시다!"

지난 14일 중국일보의 보도 내용을 보자. CNN 등 주요 외신들이 여름철 중국에서 무더위를 피하기 위한 '베이징 비키니'가 늘고 있다고 조롱하는 기사를 중국일보가 인용했다. 기사 제목은 <"北京比基尼”引外媒围观!“膀爷”出动,小心被罚>으로 돼 있다. 외신들이 '베이징 비키니'를 주목하고 있으니 '방예'들은 벌금을 조심하라는 뜻이다.

중국일보는 사진과 함께 '베이징 비키니'를 남성들이 공공장소에서 상의를 걷어 올리고 똥배를 드러내거나 아예 상의를 입지 않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외신 보도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방예' 단속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찬성 여론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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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비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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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푸젠성 샤먼의 세 군데 공원에선 자원봉사자들의 캠페인이 열렸다. 문명인으로서 여름을 보내고 공원과 광장, 번화가 등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 웃통을 벗지 말고 공중도덕을 지키자는 내용이었다.

집중 단속이 시작되면서 중국에서 웃통을 벗고 다니는 '방예'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방예'들을 혐오하는 여론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14억 인구 대국 중국이 G2 강대국 위상에 걸맞은 문명 수준을 갖게 되길 기대해본다.

김명주 기자 (sil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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