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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우포늪은 삵의 놀이터, 방사한 따오기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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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식지 상당부분 겹쳐 생태계 정밀조사·‘공존’ 위한 조치 필요

멸종위기종 삵은 먹이사슬의 최상위…뉴트리아 포식자 역할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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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경남 창녕 우포늪에 방사된 멸종위기종 따오기와 그동안 서식해온 삵의 활동영역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삵과 따오기가 공존할 수 있도록 따오기 둥지에 삵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와 함께 생태계 균형을 위해 삵에 대한 정밀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18일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발간한 ‘우포늪 삵 서식지 특성 및 먹이원(DNA) 분석’을 보면 창녕군과 환경부가 5월22일 방사한 따오기의 서식지 및 영소지 대부분이 삵의 핵심 서식지에 위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소지는 야생동물이 번식을 위해 둥지를 마련하는 지역을 말한다.

연구진은 “따오기복원센터에서는 따오기의 복원 및 야생방사를 위해 우포늪 곳곳에 먹이터, 서식지를 조성하고 있는데 우포늪의 삵은 먹이원 가운데 종 다양성 및 분포 밀도가 큰 조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삵의 배설물을 유전자(DNA) 분석한 결과 곤충, 조류, 어류, 설치류, 파충류, 균류 등의 먹이원이 확인됐으며 먹이원의 종 구성은 조류가 가장 다양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그 이유로 철새 도래지인 우포늪의 생태적 특성과 연관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오기 야생방사 때 삵의 서식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멸종위기종인 삵은 평균수명이 15년이며 성체의 몸무게는 3~6㎏ 정도인 고양잇과 동물이다. 고양잇과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 생태계에서 먹이사슬상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대형 맹수가 사라진 한국의 산과 들에서 최상위 포식자 역할을 하고 있다. 물을 회피하는 다른 고양잇과 동물들과 달리 삵은 물을 좋아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포늪에서도 삵은 수변으로부터 1~20m가량 떨어진 지역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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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가에 나타난 삵(왼쪽)과 지난 5월26일 방사된 지 4일째를 맞은 따오기. 국립생물자원관 ·우포늪자연학교 이인식 교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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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연구에 따르면 낙동강에 서식하는 삵은 산림지역에 분포하는 삵에 비해 조류, 어류를 잡아먹는 비중이 높다. 수변지역 특성상 철새로 인해 연중 조류의 다양성이 높고, 기수역의 영향으로 어종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우포늪 역시 겨울철새 도래지로 삵 입장에서 먹이자원인 조류가 풍부한 곳이다. 우포늪은 1997년 자연생태계보호구역(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됐으며 1999년에는 람사르협약에 따른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곳이다. 람사르협약은 철새 등 특정 생물종의 생존을 위한 생태계 보전을 목적으로 삼는 협약이다.

연구진은 2018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우포늪 습지보호지역에서 삵의 배설물, 족적, 포식 흔적 등을 조사하고 DNA 분석을 실시한 결과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3개월 동안 조사에서 확인된 삵의 흔적은 분변 140개, 족적 3개 등 모두 143개였다. 연구진은 육안 및 무인센서카메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 수컷 2마리, 암컷 1마리에게 무선추적기를 설치해 얻은 위성항법장치(GPS) 데이터도 분석했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우포늪, 산밖벌, 목포제방, 사지포 등이 삵의 주요 활동지역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경남도에 따르면 방사 2개월여를 맞은 현재 전체 40마리 중 폐사한 채 발견된 따오기는 2마리다. 한 마리는 지난달 7일 부리에 부상을 입고 굶어죽기 직전 상태로 발견됐으나 구조 당일 죽었고, 다른 한 마리는 같은 달 2일 죽은 채 발견된 바 있다. 아직 삵의 공격으로 폐사한 따오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삵이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로 분류된 외래종 뉴트리아 관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삵의 분변에서 아메리카비버의 DNA가 추출됐는데 이는 형태가 유사한 뉴트리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우포늪의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 관리 차원에서 우포늪 삵의 개체군 밀도 파악 및 관리에 대한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삵이 뉴트리아의 포식자 역할을 하며 그 밖의 소형 설치류에 대해서도 ‘생물학적 방제’ 가능성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연구진은 “야생성이 낮은 따오기가 방사될 경우 삵의 먹이로 포식될 가능성이 높다”며 “(따오기) 서식처 조성지의 펜스 설치, 영소지에 삵 접근 방지 구조물 설치 등 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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