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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재 수출 허가? 2차 보복?… '평행선' 위 日의 속내는 [이슈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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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군사 전용 우려 없으면 반도체 소재 등 韓 수출 허가” / NHK “日, 신속허가 방침” 보도 / 韓 “정부간 대화·통보는 없었다” / “제3국 중재위는 日 일방적 요구 / 양쪽 다 만족 못하는 단점 있다” / 韓정부, 한·일공동기금案 고수 / “日 대화 응하면 접점 찾도록 노력” / 정밀 타격으로 전선 확대 우려 / 반도체 핵심소재 추가 규제 초긴장 / 삼성, 협력사에 “90일분 재고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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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내놓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와 관련해 군사 전용 우려가 없으면 ‘신속히’ 수출허가를 내줄 방침이라고 NHK방송이 18일 보도했다. 일본이 일방적으로 정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시한이 만료됐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지킬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日, “신속히” 허가방침 vs 韓, “통보 받은 바 없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번 규제가 이른바 금수 조치는 아니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NHK는 전했다. 일본은 지난 4일부터 불화폴리이미드 등 3품목에 대한 수출규제에 나섬에 따라 한국 기업과 수출 계약을 할 때마다 90일 정도가 소요되는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NHK 보도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은 양국 기업의 관리체제가 적절하고 군사 전용 우려가 없는 점이 확인되면 심사 절차를 줄여 신속하게 수출을 허가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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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일본의 강경 일변도 기조가 다소 유연하게 변화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하지만 규제 철회는 아니라는 점에서 ‘안보상 목적으로 수출관리 운영을 재검토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NHK 보도와 관련해 “수출규제나 허가 절차와 관련한 정부 간 대화는 없었다”며 “허가를 ‘신속히’ 내줄 방침이라는 통보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시한 다음날인 19일 징용공 문제를 둘러싼 입장을 표명하면서 한국 정부에 문제 해결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다만 그동안 ‘다음 조치’로 거론했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는 일단 미루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의 자산을 현금화하면 대항 조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일본 규제 강화 조치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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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제3국 중재위는 日의 일방적 요구”

“일본이 일방적이고 자의적으로 정한 일자입니다. 구속될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했다. 기자회견이 시작하자마자 일본 기자 3명이 연달아 같은 취지의 질문을 했고 김 대변인은 단호한 어조로 반복해서 “일본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날짜”라고 답변했다.

이날은 지난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이 우리 측에 요구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 시한이다. 일본의 입장과 달리 우리 정부는 이미 지난 16일 일본 측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을 명확히 밝혔고, 이는 관철됐다. 우리 정부는 한·일 관계를 다루는 기본 기조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존중, 피해자 고통에 대한 실질적 치유, 한·일 관계 발전 등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 원칙에도 순서가 있다. 대법원 판결 존중과 피해자 고통 치유가 우선 순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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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 정부는 전날 일본이 주장하는 모든 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며 대화를 제안했다. 하지만 이 안에 ‘제3국 중재위’는 제외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중재를 하면 (입장을) 나뉘는 결정이 나오고, 그래서 양쪽이 만족을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대신 “지난 6월 우리가 제안한 (기금 마련)안은 여전히 살아 있다”며 “일본이 대화에 응하면 (양측이) 대화를 하고, 그러면 서로의 입장을 밝히고 접점을 찾도록 노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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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일본에 제안한 ‘대화’는 청구권협정 3조1항에 따른 ‘외교적 협의’는 아니다. 정부가 청구권협정에 따른 모든 조치들을 거부하는 것은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과 관련된 한·일 갈등을 1965년 청구권협정의 틀 밖에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은 한·일 간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한 청구권협정의 적용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볼 때 이 부분에 대한 논리를 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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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차 보복’ 촉각 곤두선 재계… 배터리·車 업계 긴장

일본의 ‘2차 무역 보복’ 가능성에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는 2차 보복의 수위와 대상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시나리오별 대책을 세우고 있다.

18일 재계와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제3국 중재위 설치 ‘디데이’인 이날 이후 추가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참의원 선거, 수출 허가 신청을 포괄적으로 면제해주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관련 의견 수렴이 마무리되는 24일 전후 2차 수출 규제로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인 뒤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를 단계적으로 밟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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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보복의 타깃이었던 반도체 업계는 수출 규제 품목 범위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실리콘 웨이퍼나 반도체 노광공정의 핵심 재료인 블랭크 마스크, D램 공정에 쓰이는 불화아르곤(ArF) 포토리지스트 등으로 확대될까 긴장하고 있다. 포토리지스트나 블랭크마스크는 당분간 일본산을 대체하기 어려워 생산공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실리콘 웨이퍼는 세계 시장에서 일본의 점유율이 40%대로 높지 않아 타격이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일본이 한국 반도체 업계에 결정적 타격을 주면 글로벌 정보기술(IT) 생태계가 무너져 미국까지 불똥이 튀는 만큼 정밀타격을 통해 전선을 넓혀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산 소재나 부품을 주로 수입해 완제품을 만드는 국내 IT, 전자, 배터리, 자동차 전장 업체 등도 2차 보복 타깃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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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수출을 앞둔 기아자동차의 차량들이 목포항 선적장에서 선적을 대기하고 있다. 일본의 2차 보복 대상 중 하나로 거론되는 자동차 업계는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삼성전자의 완제품 사업 담당인 IT모바일(IM) 및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지난 17일 협력사들에 공문을 보내 ‘일본산 소재·부품을 최소 90일분 이상 확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재고 확보 시한은 가능하면 이달 말까지, 늦어도 8월 15일까지로 지정했으며, 확보한 재고 물량이 소진되지 않을 경우 추후에 책임지겠다는 조건 등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착 공정에 필수적인 섀도마스크가 규제 품목에 오를까 걱정하고 있다. 일본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이차전지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소재 상당수를 일본에서 공급받고 있지만 공급망이 다원화됐고 국산화도 꽤 진행됐기 때문이다. 4대 핵심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은 LG화학과 삼성SDI가 일본산을 쓰지만 의존도는 낮다는 평가다. 다만 전기차용 알루미늄 파우치는 일본산 대체가 불가능해 이를 생산하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수소 연료전지 소재와 관련, 현대자동차그룹 김세훈 연료전지사업부장(상무)은 “문제가 될 만한 건 탄소섬유와 전해질막 정도”라며 “탄소섬유는 효성이 있고 전해질막도 국산화가 거의 진행돼 있어 잠깐은 어렵겠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홍주형·김수미·조현일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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