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D램값 1주일새 50% 폭등… 용산이 수상하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하루아침에 대리점에서 받아오는 공급 가격이 껑충 뛰는데 이를 무시하고 예전 가격을 받기는 사실상 어려워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만난 한 소매상인은 D램 반도체의 가격 추이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중간 유통업체가 비싼 값을 부르면 소매상들도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며 "욕을 먹지만 상인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최근 일주일 새 D램(전원이 들어와 있는 동안에만 데이터 내용이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현물가)이 급등하면서 전자상가 소매상인들이 비난을 받고 있다.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이후에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시장에 공급하는 반도체 가격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용산이나 온라인에서 팔리는 D램 가격은 40~50%나 올랐다. 용산 상인들이 가격 인상 요인이 없는데도 임의대로 가격을 올려 받는다는 비판을 듣는 이유다.

D램은 주로 애플·화웨이·델과 같은 스마트폰이나 PC 제조사들이 대량으로 구매하는 품목이지만, 일부는 소매점으로 풀려 일반 소비자에게 팔리기도 한다. 조립 PC를 만들어 파는 자영업자나 PC 수십 대의 메모리를 업그레이드하는 PC방 업주가 전자상가의 주 고객이다. PC 부품을 사서 조립하려는 20~30대 일반인도 많이 찾는다. 용산의 한 점포 사장은 "우리도 억울하다"며 "우리끼리는 중간 유통업자인 대리점과 온라인 판매점의 사재기가 D램 현물 가격 급등의 한 원인이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대리점 등 중간 유통업체가 올린 D램 가격

반도체의 시장 유통 구조는 삼성·하이닉스→총판→대리점→용산전자상가·온라인 판매점의 순이다. D램 가격 폭등은 지난 10일 시작됐다. 하루 전인 9일까지만 해도 용산전자상가에서 소매가 2만9000원에 팔리던 8기가바이트 D램 가격이 치솟으며 4만원을 돌파했다. 이번 주 초엔 4만6000원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4만1000원 안팎에 거래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해 총판으로 넘기는 D램 가격과 물량은 지난달과 비교해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일본 경제 보복으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우려되는 시점을 틈타, 대리점과 소매상이 임의로 가격을 올린 것이다.



조선비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격이 급등하자, 일부 온라인 판매점에서는 '주문 취소'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가격이 낮은 2~3일 전 판매 가격으로 받은 주문을 '공급 물량 부족'을 이유로 멋대로 취소하는 것이다. 전자상가의 한 상인은 "메모리를 사올 때 한 판(25개들이)을 사와야 하는데, 개당 가격이 1만원 오르면 25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오른 가격에 팔지 않으면 우리만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전자상가 상인들은 모두 "우리가 가격을 고의적으로 올린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소매상들은 대리점 등 중간 유통업체가 부르는 가격에 따라 D램을 사와 판매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소매상은 "소매상들은 가격 책정 권한이 없다"며 "가격이 올랐을 때 자체 물량 확보를 위해 애썼으나 결국 실패했다"고 했다. 사재기를 통한 재고 쌓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D램 가격 상승세 일시적으로 보여"

앞으로 D램 가격은 지속 상승할까.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승세가 일시적이라고 본다. D램익스체인지는 지난 16일 "아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재고가 많기 때문에 가격 상승이 대세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3월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재고 자산은 각각 14조5796억원, 5조1175억원어치다. 6개월 분량의 재고가 쌓여 있다는 것이다. 또 소매상을 통해 거래되는 반도체는 기업 간 거래에 비해 소량이라 전체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작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체들이 현재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불화수소를 일본산 외의 것으로 대체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며 “소재 다변화가 완료되면 가격 상승세는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본산 소재를 대체하지 못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D램 가격은 지금보다 더 폭등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중간 유통업자들의 사재기와 가격 담합으로만 D램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글로벌 IT업체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급에 이상이 없는지 지속적으로 챙기고 있고, 이러한 움직임이 드러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한·일 갈등이 장기화돼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이어질 경우 반도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성민 기자(dori2381@chosun.com);홍연우 인턴기자(한국외대 영어학부4)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