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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제재위반 의심 받는 34척중 17척, 통신 끊어 위치도 깜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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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대북 제재… 美하원 외교위 "선박 신호 못 끄게할 법 필요"

北 해외 노동자 송환도 불투명… 중국·러시아서 계속 일하는 듯

불법 석탄 수출과 유류 환적 등으로 대북 제재를 위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선박 상당수가 1년 넘게 행적을 일부러 감추고 운항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네덜란드에서 한국·중국·일본·러시아를 거쳐 북한에 반입된 '김정은 벤츠'처럼 국제 해상 불법 환적과 화물 세탁이 도처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올해 말로 유엔이 못 박은 '북한 해외 노동자 귀환' 시한을 앞두고 중국·러시아 등에서 여전히 '편법 고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비핵화에 가시적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대북 제재망에 구멍이 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심 선박 34척 중 절반이 행적 감춰

지난 3월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대북 제재에 관한 권고 사항'에는 제재 위반 의심을 받고 있는 34척의 해외 선박 명단이 기재됐다. 그런데 선박 추적 시스템인 '마린 트래픽'을 통해 확인한 결과 34척 중 17척이 1년 이상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켜지 않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이 전했다. 유류 환적에 가담한 선박이 8척, 북한산 석탄 불법 수출에 연루된 선박이 9척이다. AIS는 선박이 자신의 위치를 외부에 알리는 장치로 국제해사기구(IMO)는 국제 수역을 운항하는 300t 이상의 선박은 AIS를 상시적으로 켜두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제재 전문가들은 "AIS를 끄고 운항하는 건 전형적인 대북 제재 회피법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17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는 '북한 선박들이 안보리 제재 감시를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AIS 운용 의무 조항을 무시하는 데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회원국들이 이에 대한 경계 강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DN5505호가 부산항에서 러시아 나홋카항으로 '김정은 벤츠'를 싣고 출항했을 때도 AIS를 끈 상태였다. 미국 조야에선 의도적으로 AIS를 끄는 행위를 법으로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 하원 외교위 아시아·태평양비확산 소위원장인 브래드 셔먼 의원은 "보험에 가입된 선박이 고의로 AIS를 끌 경우 회사가 해당 보험을 취소하는 규정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중·러에선 北 노동자 지속 고용 정황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는 오는 12월 22일까지 전 세계에 있는 북한 노동자를 귀환토록 의무화했다. 북한 지도층으로 흘러가는 '외화'를 차단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제대로 이행되는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17일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에도 러시아에 북한 노동자가 많이 들어왔다"며 "두만강역을 통해 러시아 하산역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안보리가 의무화한 '북한 노동자 귀환 현황 중간 보고서' 제출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은 최근 소규모 식당이나 건설 현장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 정부가 눈감아주면 이들을 찾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취업 비자가 아닌 학생 비자 등으로 입국한 뒤 몰래 일할 수도 있다. 외교가에선 "최근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가진 러시아와 중국이 노동자 귀환을 가능한 한 늦추겠다는 '밀약'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가 협조하지 않는 이상 제재 효과는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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