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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가보복 땐 1%대 성장 우려…경기부양 선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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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환경 불확실성 갈수록 커져

금리 인하에도 증시 소폭 떨어져

이주열 “추가 대응여력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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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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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거함(통화정책)의 기수를 돌리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장의 예상보다 한 발짝 앞서 금리를 인하하며 경제 살리기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경제 성장세 둔화가 가시화하고 미ㆍ중 무역분쟁의 여파가 이어지는 등 대외 불확실성 커지자 경기 부양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한 일본의 수출 규제도 한은의 발 빠른 대응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2016년 6월 이후 3년1개월만의 기준금리 인하다. 이날 인하로 기준금리는 1년7개월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한은은 부동산 시장 과열 등 완화적 통화정책의 부작용 커지자 2017년 11월과 지난해 11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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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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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만에 통화정책의 방향이 바뀐 건 한국 경제를 둘러싼 안팎의 상황이 만만치 않아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이 심화하며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도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정당화하듯 각종 수치는 모두 하향 조정됐다. 성장률 전망치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2.2%로 예상했다. 지난 4월 전망치(2.5%)보다 0.3%포인트 떨어뜨렸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4월 이후 5차례 하향조정되며 2.9%에서 2.2%까지 0.7%포인트나 뚝 떨어졌다.

전망치를 끌어내린 건 설비투자와 수출이다. 올해 설비투자는 1년전보다 5.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3.3% 증가했던 수출은 0.6% 늘어나는 데 그칠 전망이다. 그런 탓에 경상수지 흑자도 1년전(764억 달러)보다 174억 달러 줄어든 590억 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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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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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물가 전망치도 0%대로 내려갔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기존이 1.1%에서 0.7%로 0.4%포인트나 낮췄다. 활력을 잃어가는 한국 경제의 상황을 드러내듯 한은은 이날 2019~20년 잠재성장률도 2.5~2.6%로 기존(2.8~2.9%)보다 0.3%포인트 낮췄다.

각종 경제 지표는 곳곳에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0.4%)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분기에도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부진으로 한국 경제의 엔진인 수출은 식어가고 있다.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7개월째 감소세다.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도 수출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 방어 카드로 꺼냈던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집행도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대외 상황도 그야말로 사방이 지뢰밭이다. 휴전에 돌입했지만 미ㆍ중 무역분쟁은 언제든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변수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일본의 수출 규제는 체력을 잃어가는 한국 경제에 ‘결정적 한 방’이 될 수 있다. 이 총재도 "일본의 수출 규제가 확대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가 하반기 내내 이어지고 다른 산업으로 수출규제가 확대되면 올해 성장률은 0.8%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는 1%대의 ‘저성장 덫’에 다시 빠지게 된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반도체 생산이 10% 줄어들 경우 한국 GDP가 0.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시장팀장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겉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문제로 보이지만 생산 지연이나 물량 감소가 납품업체까지 미칠 파급효과는 크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한은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엔 ‘생각보다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영향이 심각할 것’이라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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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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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금리인하 자체보다는 인하의 배경이 된 경기 둔화에 우려하는 눈치다. 유동성 확대라는 희소식에도 이날 증시는 소폭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장의 이런 불안감을 반영하듯 이 총재는 추가 금리 인하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총재는 “금리를 낮춰서 정책 여력이 줄었지만 경제 상황에 따라 추가 대응 여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잠재성장률이 낮아진 만큼 실효금리 하한이 0.75%까지 낮아졌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면서 시장은 연내 추가 인하도 기정 사실화하려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30~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경기 둔화에 대비한 ‘예방적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한은의 정책적 여력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천대중 우리금융경영연구소 팀장은 “한은이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리스크를 반영한 것”이라며 “시장에선 연내에 10월이나 11월에 한번 더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현옥ㆍ한애란ㆍ정용환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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