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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재검토' 언급한 靑···한·일갈등 탈출 촉매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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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정동영 “폐기” 강경론

문 대통령, 별다른 언급 안했지만

정의용 “상황 따라” 여지 남겨

미국에 적극 개입하라는 메시지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청와대 회동 후 창가에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야 5당 대변인은 이날 밤 춘추관에서 ’(일본의 조치는) 한·일 양국의 우호적 관계를 훼손하는 조치라는 데 정부와 여야는 인식을 같이한다“는 공동 발표문을 공개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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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재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가 원론적인 발언이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동에서 지소미아에 대해 “지금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이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할 경우 맞대응 카드로 지소미아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회동에서 정 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은 “7월 30일, 또는 8월 1일 (일본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심상정 대표는 공개 발언에서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실제로 취한다면 일본이 한국을 안보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니 지소미아 폐기를 검토해야 한다”며 “안보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나라에 군사정보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나. 8월 23일까지 통보하면 된다. 미국의 협력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청와대 “지소미아 유지가 기본 입장”

비공개로 전환된 회동에서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정 실장은 “지금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심 대표에 이어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회동에서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경제보복 조치의 선을 넘어서서 한·일 관계의 근본을 건드리는 거다. 안보상 신뢰할 수 없는 국가가 되는 건데 그런 조건이라면 지소미아 연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 역시 별다른 언급 없이 경청했다고 한다.

지소미아는 한·일이 군사정보를 상호 제공하는 협정이다. 2016년 11월 체결됐고, 1년 단위로 갱신한다. 연장을 원치 않는 쪽이 협정 만기 90일 전(다음달 24일)까지 통보해야 한다. 지금까지 외교안보 실무선에선 지소미아의 연장 쪽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공동발표문에 명기되지는 않았지만 1항에 담긴 ‘동북아 안보협력 저하’에 지소미아 파기 가능성까지 내포된 것이라고 심·정 대표는 말했다.

심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정부에서 나서서 지소미아를 파기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국회 차원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경고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며 “처음 초안에는 자유한국당 반대로 (해당 문구가) 포함되지 않았다가 대표들 간에 논의를 다시 해서 포함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소미아 파기 주문에 대해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 관계자들이 직접 크게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문제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시했다”고 덧붙였다. 정동영 대표도 “(1항은) 지소미아가 파기될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지소미아 재검토와 관련해 논란이 확산되자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기자단에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관련한 정의용 실장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유지 입장”이라며 “다만 상황에 따라 어떻게 해야 할지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의 발언이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지소미아 재검토를 언급한 것은 미국이 한·일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바라는 뜻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그동안 청와대는 지소미아를 당장은 아니더라도 경우에 따라 ‘검토해 볼 만한’ 대일(對日) 나아가 대미(對美) 카드로 봐 왔다. 지소미아가 한국의 안보 필요성보다 미·일의 필요로 체결됐다는 인식이 그 배경이다.

“한국이 먼저 지소미아 철회 꺼내면 불리”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일 협상 카드라고 말하기엔 현 시점에서 민감한 문제라 쉽게 얘기할 수 없다. 하지만 체결 과정에 담긴 함의는 살펴봐야 한다”고 말해 왔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학과 교수는 “한국과 일본이 지소미아를 추진하라고 뒤에서 부추기고 압력을 넣은 게 미국”이라면서 “청와대는 우리가 지소미아 철회를 내비치면 미국이 한·일 갈등을 남의 일이 아닌 자기 일로 인식한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뜻은 분명하다. 경제 분야의 갈등이 외교·안보 분야로 불똥이 튀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주 방문한 외교부 대표단에 미 정부 인사들은 “지소미아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경제 분야 갈등으로 어떤 경우에도 안보 분야가 교차 오염(cross contamination)돼선 안 된다”고 알렸다고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전했다.

일본도 연장을 바라는 눈치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지만, 북한 문제를 비롯해 공조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는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7월 17일자 5면>

그러나 일각에선 한국이 먼저 지소미아 철회를 먼저 꺼내면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개입이 아니라 미국의 반대를 부를 수 있다는 논리다.

이철재·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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