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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BTS 뷔 오빠 만나고 싶은 ‘육상계 김연아’ 양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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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스타로 뜬 소년체전 3관왕

일방적 레이스로 경쟁자 압도

멀리뛰기 하다 달리기로 전향

20년 된 여중부 기록 경신 도전

중앙일보

‘폭풍 질주’ 동영상으로 스타가 된 양예빈은 ’자만하지 않겠다. 당면 목표는 여 중 부 200, 400m 기록을 깨는 것“이라고 했다. 양예빈의 스타트 동작을 연속촬영해 합성한 사진.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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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누리꾼 사이에선 한 소녀의 질주가 화제가 됐다. 지난 5월 전국소년체전 여자 1600m 계주(4×400m) 경기에 출전한 마지막 주자가 50m 이상 앞서 달리던 다른 선수를 제치고 우승하는 장면이다. 관중석에선 “대박” “멋지다”는 감탄사가 쏟아졌다. 이 소녀가 폭풍 질주하는 동영상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 ‘육상계의 김연아’ ‘계룡 여신’이란 수식어도 생겼다. 지난 16일 화제의 주인공 양예빈(16·계룡중 3)을 만났다.

영상 속 양예빈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도 끝까지 스피드를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교복을 입은 양예빈은 평범한 여중생이었다. 대회를 앞두고 인터뷰 요청이 쏟아져 힘들 법도 했지만, 그의 표정은 해맑았다.

양예빈은 “친구들이 ‘요즘 너 핫하다’라고 말해줘서 내가 달리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화제가 된 사실을 알았다. 신기하고 놀라워서 여러 번 동영상을 돌려봤다”며 “장차 국가대표가 되는 게 꿈이다. 갑자기 뜨거운 관심을 받게 돼 어리둥절한데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운동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한 달도 더 지난 소년체전 영상이 ‘역주행’하면서 양예빈은 일약 스타가 됐다. 계룡중 백상현 교장은 “평소엔 예의 바르고 밝은 아이다. 수업도 빠지지 않고, 훈련도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다. 전교생은 500명뿐이지만 예빈이 덕분에 학교가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양예빈은 “학교 선생님은 물론 친구들과 사진을 많이 찍었다. 여기저기서 사인을 해달라고 해서 고민 끝에 사인도 만들었다”고 했다.

5월 소년체전 당시 양예빈은 계주뿐 아니라 200m(25초20)와 400m(55초94)에서도 우승하며 3관왕에 올랐다. 개인전에선 다른 선수들을 멀찍이 따돌리는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친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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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예빈.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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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예빈을 알린 건 소년체전이지만, 그는 국제 대회에서도 폭풍 질주를 이어갔다. 6월 홍콩에서 열린 인터시티 국제육상 200m에서 24초98을 기록하며 우승한 것이다. 이어 경북 김천에서 열린 한·중·일 친선 육상대회 400m에선 55초65의 기록으로 3위를 차지했다. 출전 선수 중 유일한 중학생이었지만, 그는 고등학생·성인 선수 못잖은 성적을 냈다. 특히 400m 기록은 올해 고교생은 물론 성인 선수를 통틀어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양예빈의 성장이 더 놀라운 건 그가 트랙 종목에 입문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예빈은 원래 멀리뛰기와 세단뛰기 등 도약 종목 선수였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때 김은혜 코치의 권유로 종목을 변경했다. 김 코치는 “중학생이 된 뒤 키가 20㎝ 정도 커 1m63㎝까지 자랐다. 그래서 멀리뛰기보다는 달리기가 더 적합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양예빈은 “도약 종목은 훈련이 너무 힘들었다”며 “달리는 건 정말 재밌다”고 밝혔다. 양예빈의 하체 길이는 1m2㎝다. 김 코치는 “육상선수 중에선 다리가 아주 긴 편은 아니다. 하지만 예빈이는 목표를 세우면 꼭 해내는 노력파”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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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예빈과 김은혜 코치. [사진 양예빈]


화가가 꿈이었던 양예빈은 12세 때 육상을 처음 시작했다. 계룡시 엄사초등학교 선배인 김은혜 코치의 권유로 육상에 입문했다. 김 코치는 “예빈이는 훈련이 힘들어도 인상 한번 찌푸리지 않고 달렸다. 훈련일지도 꼼꼼하게 잘 쓰고, 근성이 있었다. ‘선수로서도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본격적으로 육상을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아버지 양영철(50)씨는 딸이 육상선수가 되는 걸 찬성했지만, 어머니 오영옥(44)씨는 반대했다. 막내딸이 힘든 육상을 하겠다고 나서는 게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양예빈은 “운동을 반대하는 엄마에게 일부러 반항하기도 하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엄마에게 허락을 받기 위해서라도 더 좋은 성적을 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종목을 바꾼 것도 그래서였다. 김 코치는 “도약 종목에선 4~5위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트랙으로 변경하면서 만 1년 사이에 최고 기록을 5초 이상 끌어올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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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 포즈를 취한 양예빈. 계룡=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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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예빈의 당면 목표는 20년 넘게 깨지지 않은 여자 중학부 기록을 깨는 것이다. 200m는 24초59(1998년), 400m는 55초60(1990년)이다. 400m는 양예빈의 최고 기록과 불과 0.05초 차다. 당장 전국 중·고등학교 선수권(강원도 정선·18~21일)에서 기록을 깨뜨릴 가능성도 있다. 한국기록은 여자 200m 23초69, 400m는 53초67이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좋아하는 가수가 누군지 물어봤다. 그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방탄소년단을 정말 좋아한다”며 “코치님이 BTS 콘서트에 데려가 주겠다고 약속하셨다. 뷔 오빠를 꼭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계룡=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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