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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北, 한미훈련·실무협상 연계 "美분석 위한 '시간벌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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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the300]실무협상 진척 없어도 정치적 이유로 북미정상회담 열릴 수 있어

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은 리용호(왼쪽부터) 북한 외무상, 김정은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7.01.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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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북미실무협상회담과 연계한 건 미국의 입장 분석과 대응책 마련을 위한 '시간벌기'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무협상이 ‘성과’를 못 내도 북미정상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북미 정상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상반기 북한 정세 평가 및 하반기 전망’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北 연계는 대응책 마련 위한 명분…'최선희팀' 위험회피, 북중협의 가능성도=김일기 전략연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지난 16일 “동맹 19-2가 현실화하면 북미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 한 배경에 대해 “미국의 핵동결 입구론이라는 ‘새로운 계산법’에 대한 분석과 대응책 마련을 위한 시간벌기”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북한은 하노이 충격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치밀하고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할 것”이라며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새로운 협상카드를 만들고 정치적 위험회피 차원에서 새로운 협상팀이 원칙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것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북한은 협상팀 교체와 하노이 회담 실패를 교훈삼아 협상 초반에는 비타협적이고 원칙적인 태도를 견지할 것”이라며 “최선희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협상팀은 실무협상을 소홀히 한 하노이 협상팀에 대한 처벌을 보고 위험회피 심리가 작동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한미훈련과 북미실무협상 연계에 ‘북중 공조’가 선행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일기 실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북 안전보장 약속 발언을 거론하며 “최근 북한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공세는 중국과의 사전조율 결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미정상의 판문점 회동에서 2~3주란 표현이 등장했고 3주째가 거의 지나가는 시점에서 북한이 한미군사훈련과 실무회담개최를 연계했다”며 “아직 전제조건화는 안 했으나 연계란 표현은 심상치 않다”고 지적했다.

성 책임연구위원은 “동맹훈련은 이미 개최가 결정됐던 것이고 북한도 이 훈련을 연기하지 못할 것이란 걸 너무나 잘 알면서 이런 언급을 한 건 모종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시간벌기, 미국에 대한 기선제압을 위한 것도 있고 북미정상회담 또는 북미실무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 역시 “북한이 한미군사훈련을 비난한 건 항상 있던 일이나 예정됐던 훈련을 왜 지금 실무협상과 연계해 비난하는지가 포인트”라며 “하노이에서의 실패 만회를 위해 협상단이나 북한 실무진이 굉장히 보수적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만약 북중간 협의가 있었다면 굉장히 구조적인 것인 만큼 한미훈련 이후까지 북한이 실무협상에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 볼 수도 있다”면서도 “반면 협상카드로 본다면 ‘카드 가격’이 높을 때 나가야 하니 훈련이 끝날 때가 아닐 것(종료 전)”이라고 했다.

◇실무협상 진척 안 되면 '돌파구' 명분으로 북미정상회담 열릴 것=다만 전략연은 실무회담의 진척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적 이유로 북미정상회담은 성사될 수 있다고 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정상회담을 열 유인이 있어서다. 실무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명분하에, 실무협상이 잘 될 경우엔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용환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연말을 시한으로 삼았기 때문에 연말까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굉장히 중요하다”며 “실무협상은 굉장히 어렵고 시간이 걸릴 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든 김정은 위원장이든 잘 되면 성과를 포장하기 위해 잘 안 되면 돌파구라는 명목으로 굉장히 정치적, 전략적으로 정상회담 시점이 결정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기동 전략연 부원장도 “두 정상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업적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대북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가 누가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비건의 급이 어떻게 확정될 지가 중요하다고 전략연은 설명했다. 현재 김명길 전 베트남주재 북한대사가 가장 유력한 카운터파트로 꼽히며, 외무성 신임 부상으로 추정되는 리태성도 카운터파트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거론된다.

이기동 부원장은 “비건의 카운터파트가 누구일 지를 알기 위해서는 의전프로토콜 상 비건의 급이 중요하다”며 “비건이 차관보에서 차관급으로 승진이 된다면 부상급(리태성)이 비건의 카운터파트가 돼야 하고 기존처럼 차관보급이면 국장급(김명길)이 카운터파트가 될 것”이라 설명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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