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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건설업계 주 52시간제 탄력 적용, 임시국회서 판가름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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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의원들 대부분이 떠난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내부 /이덕훈 기자




건설업계가 얼마 남지 않은 6월 임시국회 중에 근로기준법이 개정될 지를 두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는 18일 주요 업종 노사 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주 52시간제 단위 기간 변경 △탄력근무제 적용 업종 확대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다시 논의한다. 지난 15일 오전과 오후 내내 소위를 진행했지만, 여야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임시국회가 19일로 끝나는 만큼, 이번 회기 중에 처리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건설업계가 특히 관심을 갖는 안건은 건설업종에 탄력근무제를 적용하고, 주 52시간제 도입 이전에 맺은 공사 계약은 한시적으로 특례 대상으로 지정하는 대목이다.

건설업계는 국회 환노위에 여러 번 근로기준법을 현장 상황에 맞게 개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한건설협회는 탄력 근로제 단위기간을 건설업종에는 현행 ‘2주, 3개월’ 대신 ‘3개월, 1년’으로 확대하고, 주 52시간제 시행일 이전에 맺은 건설계약은 종전 근무시간 기준을 허용해 달라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건설업 특성상 작업을 끊지 않고 마무리하는 연속작업이 필요한 공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배상운 대한건설협회 기술정책실 부장은 "산을 뚫고 도로를 만드는 터널 공사의 경우, 폭약을 터뜨려 무너진 돌을 처리하고 터널을 콘크리트로 감싸는 작업을 중단 없이 진행해야 전체 도로 공사 일정을 맞추고 터널 안전성도 높일 수 있다"며 "주 52시간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8시간 단위로 작업해야 해 (터널 시공)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일주일에 4일 밖에 일을 할 수 없어 공사 일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비나 기온, 미세먼지 등 날씨 상황에 따라 공사 진행 속도가 달라진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된다. 장마나 폭염으로 작업이 며칠 동안 멈춘 경우에는 날씨가 맑아지면 밀린 공정을 집중 처리하는 식으로 작업 속도를 조정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야간·연장 근무 수당을 대체 인력을 고용하는데 사용하라는 의견도 현실성이 없다고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건설현장은 대개 팀 단위로 작업하는데, 임시 인력을 투입하면 작업 결과물의 품질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근로시간이 줄면 임금도 감소하는 체계인 만큼, 대기업 공사현장의 인력이 주 52시간제 적용이 유예된 중소 건설사 현장으로 이탈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계약한 기간 안에 공사를 마치지 못하면 건설장비를 대여하는 비용이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특성도 지적된다. 건설업계는 일반적으로 계약을 맺을 때 일주일에 68시간 근무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공사기한 등을 정한다. 이 때문에 중소 건설사들은 2018년 7월 이전에 체결된 공사 계약은 주 68시간 근무제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한시적인 특례업종으로 지정해 달라는 입장이다.

하도급계약 때문에 공사기한을 맞추는데 민감한 중소 건설업체와 달리 대형 건설사들은 법 개정 여부에 크게 개의치 않아 하고 있다. 10대 건설사 중 한 회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은 이미 지난해 7월부로 국내와 해외 현장 모두 주 52시간제 근무체제로 전환했고, 공정별로 협력업체들과 계약을 맺을 때도 주 52시간 근무 기준으로 체결하고 있다"며 "중소 협력업체들이 실제로 현장 인력을 어떻게 운영하는지는 소관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산업별 특성을 감안해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당론을 내놨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대 6개월로 늘리는 게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주 52시간제 특례 업종 지정이나 단위기간 확대 등은 정부 정책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만큼, 개개인이 의견을 강력하게 내지는 않는 모양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은권(자유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은권 의원이 제안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3개월, 1년’ 확대는 건설업 특성을 반영한 절충안으로, 발의된 개정안 중 가장 (확대폭이) 작다"며 "여당이 단위기간 확대 요구가 과하다는 시각인 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조가 탄력근로제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법 개정안을 이번 회기 안에 처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유한빛 기자(hanv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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