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3821632 0352019071853821632 07 0701001 6.0.19-RELEASE 35 한겨레 0 false true false false 1563409434000 1563448512000

[ESC] 고소해! 고소해!···곤충의 맛

글자크기
김태권의 고기고기 여행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드디어 벌레를 먹어보았습니다. 모두가 궁금해 하실(정말?) 그 맛에 대해 말씀드리기 전, 도덕책 같은 이야기를 해볼까요.

오늘날 ‘공장식 축산’이 문제가 많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죠. 동물도 고통 받고 환경도 파괴되고, 길게 보면 인간도 불행해질 터. 육고기의 대안으로 먹는 곤충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아요. 다음 또는 다다음 세대에는 학교 급식으로 곤충 반찬이 나오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곤충을 먹는다고 ‘육식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아요. 고려시대에 이규보가 쓴 수필 <슬견설>은 작은 벌레를 죽이는 일과 개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 다른가 같은가 따집니다. 소나 애벌레나 생명이라는 점에서 똑같지 않느냐. 곱씹어볼 질문.

아무려나 저는 범속한 사람. 이규보처럼 어려운 고민을 하지는 않고, 육식은 끊지 못하지만,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은 들어 알고 있죠. 식용 벌레 덕분에 내가 먹는 육고기 양을 줄인다면 일단은 만족합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먹을 벌레를 어디서 구할 것인가’죠.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 가면 곤충 음식을 체험할 수 있다는 옛날 기사가 있더군요. 전화를 해봤지만, 프로그램을 더는 진행하지 않는 다네요. 맛있는 곤충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카페가 교통 편한 서울 양재동에 있다는 소개를 보고 에스엔에스(SNS)로 연락해봤는데, 역시 ‘영업 중단’이더군요. 파스타 사진이 맛있어 보였는데, 안타깝네요. 서울을 벗어나 멀리 나가면 곤충을 맛볼 공간이 있다는데, 차가 없어 제게는 무리랍니다. (‘제가 너무 서울 중심으로 글을 쓰는 건 아닐까’ 늘 반성인데 이번은 참 어쩔 수가 없네요. 죄송합니다).

‘벌레 맛을 꼭 보고야 말리라!’ 실패를 거듭하다보니 호기심은 열망이 되었습니다. “저랑 벌레 먹으러 갈 사람?” 수소문한 끝에 지인 P선생한테 동영상을 받았네요. “우리 집은 이런 거 먹었어요.” P선생의 어린 딸 화음이가 말린 애벌레를 한 마리씩 집어 먹는 모습이 담겨있더군요. “부럽다, 나도 딸이랑 이거 먹어봐야지!” “와, 좋은 아빠.” “아냐, 실은 내가 먹고 싶어서 그래.” 나의 고백.

다음 날 말린 애벌레를 배송 받았습니다. 정식 이름은 갈색거저리 유충, 농촌진흥청에서 미는 이름은 ‘고소애’. 애완벌레에게 먹이로 주는 밀웜과 같은 녀석인데요, 사람 밥상에 올리려고 좋은 것을 먹여 키운 식용입니다. 요즘 곤충에 관심 많은 세살 아이와 앉아 포장을 뜯었어요.

맛은? 이렇게 고소한 음식은 처음! 메뚜기보다 번데기보다 말린 새우보다 진하고 바삭하고 부드러웠어요. 비릿하거나 고릿한 향기도 나지 않고요. 다른 벌레들 맛도 궁금하고, 말리지 않고 ‘생물’로 먹어도 좋을 것 같아요. 너무 맛있어 놀랐네요.

그런데 이렇듯 완전한 미래 식량처럼 보이는 식용곤충도, 몸에 맞지 않는 사람이 있나 봐요. 하필 제가 그런 사람이더군요. 먹다보니 몸이 가려워요. 말린 새우나 껍데기 채 먹는 게를 먹고도 자주 체하는 저. 아주대학교 알레르기내과 누리집에 실린 칼럼을 보면, 곤충을 많이 먹는 라오스도 가벼운 알레르기를 겪는 사람이 7.6%라고 하네요. 2017년 연말부터 한국도 식용 곤충에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다’고 표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학교 급식 반찬이 되려면 알레르기 문제를 해결해야겠지요. 물론 이것은 수십 년 후의 일이겠죠. 당장은 내가 문제입니다. 고소애에 이미 맛을 들였는데, 이 맛있는 친구를 어떻게 참죠? 몸을 긁어가며 먹게 생겼네요.

한겨레
김태권(먹기 좋아하는 만화가)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 [▶[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