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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가장 큰 ‘2차 가해자’는 “기억 안 난다”던 강지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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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들이 인터넷이나 매체 댓글들을 통해서 크나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 그런 상황을 겪게 해서 오빠로서 너무 미안합니다."

성폭행 등 혐의로 구속된 강지환 씨가 피해자들에게 했던 말이다.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던 강 씨가 사과한 것도 이상했지만, 그 내용도 일반적인 사과랑 달랐다.

강 씨는 자신이 준 피해는 사과하지 않고, 피해자들이 인터넷 등에서 받고 있는 '2차 피해'를 사과했다. 사건이 알려진 이후 인터넷 등에서는 '피해자들이 강 씨 집에 남아 있었던 게 이상하다', '경찰에 직접 신고하지 않고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게 이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지어 피해자들이 강 씨에게 일부러 접근한 '꽃뱀'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이러한 근거 없는 주장들은 강 씨가 혐의를 인정한 이후까지 이어져서,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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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씨의 사과는 2차 가해를 한 사람들을 대신해서 사과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가장 큰 '2차 가해자'는 강 씨 자신이었다.

인터넷 등에서 제기된 근거 없는 주장들은 강 씨가 범행 직후 혐의를 인정했다면 나오지 않았을 내용이다. 강 씨가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 바람에 이 사건은 초기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상황이 됐다.

인터넷 여론은 "기억이 안 난다는 데 뭐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방향으로 흘러갔고, 피해자들을 의심하는 댓글들로 이어졌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강 씨는 범행 직후 피해자들에게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놓고도 정작 긴급체포 이후에는 기억이 안 난다는 주장을 했다. 사건 초기 강 씨의 태도가 더욱 비난받는 이유다.

이뿐만 아니라 강 씨 측은 피해자들과 면담을 시도하면서 피해자들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줬다.

강 씨 측은 지난 14일 피해자들이 소속된 업체 팀장을 통해서 피해자들의 집 위치를 알아내 집 근처에 가서 기다렸다. 업체 팀장은 이 사실을 피해자들에게 알리고 만나달라고 요구했다.

당사자가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 가족들이 집 근처에서 가서 기다린 것만으로도 피해자들에게는 큰 고통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업체 팀장은 한술 더 떠서 합의 종용으로 느껴질 수 있는 발언을 피해자들에게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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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팀장은 카카오톡 메시지로 3시간 동안이나 대화를 이어갔다. 피해자들이 강 씨 가족을 만나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긴 시간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피해자들이 보상을 언급하지 않았는데도 보상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얘기하고, 골든타임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사실상 합의를 압박했다. 재판에 나가서 신상이 공개될 거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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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은 업체 팀장이 강 씨 측의 부탁을 받고 합의를 종용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업체 팀장이 본인의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들은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며, 강 씨 측이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말했다.

강 씨는 사건 발생 엿새 만인 지난 15일 혐의를 인정했다. 늦게라도 혐의를 인정한 건 다행이다. 하지만, 기억이 안 난다고 버티는 와중에 합의까지 시도하면서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게 됐다. '법적 혐의'는 될 수 없겠지만, '사회적 혐의'가 크고 무겁다.

오현태 기자 (highf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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