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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보 활짝 열자, 꼬마물떼새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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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강과 죽은 강 (상) 생명 돌아온 금강

작년 세종·공주보 완전개방 뒤

강 유속 빨라지고 모래톱 생성

4대강사업 탓 떠난 철새들 귀환

사라졌던 재첩·야생동물도 보여

개방 더딘 하류엔 ‘독성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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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지른 듯한 푸른 벼랑 앞으로 강물이 흘렀다. 거대한 벼랑을 마주한 강에는 너른 모래톱(모래사장)이 펼쳐졌고, 그곳에 둥지를 튼 새들이 인기척에 놀라 분주히 날아오르며 지저귀기 시작했다. “꼬마물떼새예요.”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말했다. “모래톱에서 새끼를 키우는 꼬마물떼새가 침입자를 경계하는 거죠.” 한여름의 태양 볕이 뜨겁게 내려앉던 지난 9일, 세종시 장군면 금암리 ‘청벽’은 새소리로 가득했다.

수직절벽에 짙은 녹색 이끼가 곳곳에 서려 푸른 벽이란 뜻의 ‘청벽’이나 ‘창벽’으로 불리는 이곳은, 예부터 금강이 휘돌아 흐르는 절경으로 이름났다. 4대강 사업으로 대부분 자취를 감춘 꼬마물떼새가 이곳을 다시 찾은 것은 모래톱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다. 지난해 1월 세종보에 이어 9월 공주보가 완전히 개방되자, 금강에는 크고 작은 모래톱이 생겨났다. 이경호 처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꼬마물떼새는 봄에 우리나라를 찾아 번식해 새끼를 키운 뒤 여름이 끝날 무렵 다시 따뜻한 동남아시아로 가는 여름 철새예요. 사람이 잘 찾지 않는 모래 위에 알을 낳기 때문에 모래톱이 많던 예전 금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였죠.” 그는 대전·충남 지역에서 ‘새 박사’로 통한다.

■ 고향 찾아온 꼬마물떼새

모래톱이 돌아오자 꼬마물떼새도 다시 고향을 찾았다. 여러 쌍의 꼬마물떼새가 세종·공주의 금강 모래톱 곳곳에 둥지를 틀었다. 어미 새는 모래를 오목하게 판 뒤 쌀알 크기의 자갈 수백개를 물어와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알을 습기로부터 보호하려는 꼬마물떼새의 지혜라는 것이 이 처장의 설명이다. 청벽 모래톱의 한 둥지에는 엄지손톱만한 크기의 알 3개가 놓여 있었다. 얼룩덜룩한 생김새 때문에 모래와 자갈 틈에서 꼬마물떼새 알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둥지 옆엔 이를 앞서 발견한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꽂아둔 표지가 눈에 띄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알을 밟지 않고 조심스럽게 피해 가라는 뜻에서다. 김 기자의 반가운 마음을 알 길 없는 어미 새들은 새끼를 지키기 위해 모래톱 위를 분주히 날아다녔다.




꼬마물떼새는 더운 나라에서 겨울을 넘긴 뒤 이듬해 자신이 태어난 곳을 찾아와 새끼를 낳는다. 이 처장은 “지난해 청벽 모래톱에서 태어나거나 번식했던 꼬마물떼새가 올해 다시 이곳에 와 알을 낳았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 새들에겐 금강 모래톱이 고향인 셈이다.

이들은 한때 고향을 잃었다. 2009년 가을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다. 준설선에 올라탄 굴착기가 강바닥과 주변의 모래를 파냈다. 강의 모래는 화물차에 실려 주변 논밭에 산처럼 쌓여갔다. 꼬마물떼새의 번식터는 모두 공사장으로 변했다. 태어난 곳에서 번식하는 것이 본능인 이 새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대형 트럭과 건설 중장비가 오가는 틈에 알을 낳았다. 주차장 같은 곳에서도 알을 품었다. 2013년 모든 공사가 끝나고 세종과 공주, 부여에 만들어진 3개의 보 수문이 일제히 닫히자 금강의 모래톱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처장은 4대강 사업으로 번식처를 잃은 꼬마물떼새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행히 지난해 세종보·공주보의 수문이 완전히 열려 금강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면서 꼬마물떼새의 고난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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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톱은 야생동물들의 놀이터

고였던 강물이 흐르기 시작하자 강바닥의 진흙이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민낯을 드러냈다. 4대강 사업에 따라 강물이 고이면서 강바닥에 5년 동안 두껍게 쌓인 유기물 펄층이었다. 하지만 진흙은 이내 씻겨 내려갔다. 진흙이 씻긴 자리엔 상류에서 떠내려온 모래가 쌓였다.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펄층 위에도 모래가 쌓이면서 넓은 모래톱이 빠르게 만들어졌다. 유기물질이 모래와 섞이면 풀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된다. 지난 9일 찾은 청벽 모래톱에도 외래종과 토종이 섞인 풀들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었다.

이날 공주보가 있는 공주시 고마나루 인근 모래톱 물가에는 2∼3m 폭의 펄층이 드러나 있었다. 최근 백제보의 단계적 개방이 이뤄지면서 공주보와 백제보 사이의 수위가 50㎝ 이상 내려갔기 때문이다. 하얗고 고운 모래 옆에 새까맣고 질퍽한 진흙이 쾨쾨한 하수구 냄새를 풍겼다. 손으로 진흙을 퍼 올리니 빨갛고 좁쌀만한 붉은깔따구들이 꿈틀거렸다. 붉은깔따구는 환경부가 정한 수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이다. 4급수의 물은 냄새가 심하고 오래 접촉하면 피부병에 걸리며 대부분의 물고기가 생존할 수 없다. 4대강 사업 뒤 거의 매일 금강을 찾았다는 김종술 기자는 “고정보가 여전히 물길을 막은 상태에서 가동보만 개방한 것이라 유속이 보 설치 이전보다 느릴 수밖에 없다. 펄층이 빨리 씻겨 내려가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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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하지 않은 모래톱에도 생명은 돌아오고 있었다. 꼬마물떼새가 둥지를 튼 모래톱은 야생동물의 놀이터이기도 하다. 공주 고마나루 모래톱에는 고라니, 수달, 왜가리, 백로 등 각종 동물들의 발자국이 사방으로 나 있었다. 고라니 배설물도 여기저기서 관찰됐다. 4대강 사업 뒤 모습을 감췄던 재첩도 모래톱이나 강 한가운데 있는 모래섬인 하중도에서 다시 잡히기 시작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민물고기인 흰수마자도 돌아왔다. 모래가 쌓인 여울에 사는 잉어과 어류인 흰수마자는 2000년대까지 금강 여러 곳에서 발견됐지만, 4대강 사업과 내성천 영주댐 건설 등으로 강의 모래층이 사라지면서 개체 수와 분포 지역이 급감했다.

정민걸 공주대 교수(생태유전학)는 “각종 물고기와 새들이 돌아오는 건 고였던 물이 다시 흐르면서 용존산소가 늘고 수온이 내려가며 녹조가 줄어든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보를 완전개방했다곤 하지만 고정보 같은 구조물로 막힌 곳이 여전히 남아 있어 보가 아예 없을 때만 못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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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세종은 맑아졌지만…

다만 금강 안에서도 상류와 하류의 모습은 차이를 보였다. 보를 개방한 공주·세종과 달리 이달부터 여름철 녹조 대응을 위해 단계적으로 보를 개방하고 있는 백제보 쪽은 생태계 회복이 더딘 모습이었다.

이날 백제보와 하굿둑 사이 황산대교 구간 강가엔 날파리가 날고 녹조가 묻은 큰빗이끼벌레의 사체가 녹아내려 있었다. 잔잔한 강가에선 어른 두 손 가득한 크기의 큰빗이끼벌레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벌레는 물 흐름이 정체한 강이나 호수 등에서 사는 외래종으로 죽으면 심한 악취를 풍긴다. 2~3급수에 산다고 알려져 있다.

강물의 색도 달랐다. 세종보와 공주보 구간의 강물은 바닥이 비칠 만큼 맑았지만 백제보 하류 쪽은 녹색을 띠고 있었다. 남조류 세포 수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환경부 물환경시스템을 보면, 세종보·공주보·백제보 상류에서 측정한 남조류 세포 수는 지난 8일 기준 1㎖당 0개다. 지난해 이후 세종보와 공주보의 완전 개방으로 유속이 빨라지면서 금강에선 올해 들어 단 한번도 남조류가 측정되지 않았다. 반면 지난 2일에야 단계적 개방에 들어간 백제보 하류 쪽의 상황은 달랐다. 백제보는 오는 22일까지 상류의 수위를 해발 2.7m까지 낮추는 중이다. 다음달 중 전면 개방되면 수위는 1.4m까지 낮아진다. 이날은 개방 초기여서 백제보 하류 쪽 물 흐름이 미미했다. 하굿둑 쪽으로 갈수록 강은 물이 고여 있는 호수에 가까웠다. 강물은 점점 탁해졌고, 녹조가 가득한 하굿둑에 다다르자 페인트를 풀어놓은 것 같은 녹색을 띠었다. 충남 서천군 마서면 금강생태공원 근처 금강변에는 뭉쳐진 녹조가 하얀 거품을 내고 있었다. 하얀 거품은 남조류가 만들어내는 마이크로시스틴으로, 간 질환과 암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이다. 논산과 익산 경계의 금강 하류 강변에서 녹조 사이에 죽은 물고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금강 녹조는 하굿둑의 어도를 통해 끊임없이 바다로 흘러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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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개방 여부에 따라 같은 금강 내에서도 녹조 발생 상황이 극명하게 갈리지만, 금강 하류 쪽 녹조는 제대로 측정되지 못한다. 금강 내에서 자동화시스템을 통해 클로로필과 남조류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지점은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3개 보와 상수원인 대청호뿐이다. 하굿둑 구간을 동행한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선임활동가는 “지난해 보 완전 개방 뒤 세종·공주 쪽 금강의 녹조 상황은 다른 해와 비교해 눈에 띄게 개선됐지만, 상류에서 흘러온 유기물이 백제보와 하굿둑에 막히면서 하류에선 최악의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강에서도 물이 흘러 살아난 곳과 물이 고여 죽어가는 곳이 공존하고 있었다.

최예린 박기용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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