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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당신한텐 부패한 냄새가 난다" 워런에 혼쭐난 에스퍼 국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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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군수업체 레이시온 최고 로비스트 출신,

워런 "국방장관 재임 중엔 업무 제척 약속하라"에

에스퍼 "국방부 규정 따를 것, 약속 못 한다" 공방

중앙일보

세계 3위 군수업체 최고 로비스트 출신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가 16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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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가 16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2020년 대선주자인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 혼쭐이 났다. 2017년 6월 현재 육군 장관으로 지명되기 직전까지 세계 3위 군사납품 업체 레이시온의 최고 로비스트(대관 담당 부사장)로 일한 경력 때문이었다. 워런은 에스퍼 지명자가 "국방장관이 되면 레이시온 사업과 관련한 결정은 기피할 것을 약속하겠느냐"는 다짐을 거부하자 "의심의 여지 없이 부패의 냄새가 난다. 당신은 국방장관으로 인준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은 능력있는 공직자를 원한다. 이날 청문회는 단순히 윤리 규정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자 사익 추구의 경계를 물었다. 워런은 국방부 윤리 규정상 에스퍼 장관의 레이시온 관련 업무 제척 기간 2년이 올해 11월로 만료한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자진해서 기피할 것을 다짐을 받으려 했다. 전임자인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은 "재임하는 중엔 전 고용주인 보잉과 관련한 업무 기피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몰아세우면서다. 섀너핸 전 대행은 에스퍼처럼 세계 최대 군수업체 보잉 부사장 출신으로 국방장관에 지명됐다가 지난달 가정폭력 문제가 불거져 인준절차 진행되는 도중 낙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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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워런 미 상원의원이 16일 상원 군사위 국방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마크 에스퍼 지명자에게 "전 고융주인 레이시언 관련 업무를 기피할 것을 약속하겠느냐"고 다그쳤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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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워런: 섀너핸처럼 만약 인준을 받는다면 국방장관 임기 중 레이시온과 관계된 모든 사안은 기피하겠다고 약속하겠느냐?

A : 에스퍼: 국방부 윤리규정 담당 전문가들의 조언과 권고에 따라 업무 기피를 약속하지 않겠다.

Q : 워런: 섀너핸 대행은 예전 고용주와 관련한 결정에 관여하지 않기로 동의했지 않느냐?

A : 에스퍼: 내가 전임자가 왜 그런 약속을 했는지 설명할 수는 없다. 그는 (기업에서) 나와 다른 역할을 했고 다른 배경을 갖고 있다. A : (※섀너핸 대행은 2017년 3월 국방부 부장관 지명 전까지 1986년부터 31년을 보잉의 정식 이사회 멤버가 될 때까지 일했지만 에스퍼는 미국 육사를 졸업한 뒤 중령으로 예편했고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선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낸 뒤 레이시온에서는 2010~2017년 일했다.)

Q : 워런: 업무 기피 약속을 꺼리는 건 단순히 국방장관 인준과 관련한 윤리적 문제만이 아니다. 당신이 최고 로비스트로 일한 레이시온을 떠날 때 5년 후 2022년 이후 100만 달러 이상의 사후 보상을 받기로 했다. 또 최근 메모에서 '다른 관리에게 이관할 수 없는 중요한 레이시온의 재무 이익에 영향을 주는 사안에 대해 윤리적 기피 의무의 면제를 요청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엔 의심의 여지 없이 부패의 냄새가 난다.

A : 에스퍼: 나는 국방장관을 대행한 3주를 포함해 지난 20개월 동안 한 번도 그런 예외를 신청한 적 없다.

Q : 워런: 과거 면제를 신청하지 않는 건 감사하지만, 앞으로 국방장관 재임 중 업무 기피 면제를 신청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겠느냐?

A : 에스퍼: 약속하지 않겠다. 나는 국방부의 관련 법률과 규칙을 계속 준수할 것이기 때문이다.

Q : 워런: 나는 레이시온 같은 대형 방산업체가 퇴임 후 4년 동안 전직 국방부 고위 관료를 고용할 수 없도록 하는 '회전문 인사 금지법'을 발의했다. 국방장관 퇴임 후 4년은 어떤 방산업체를 위해서도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겠느냐?

A : 에스퍼: 아니다. 약속할 수 없다.

Q : 워런: 미국 국민은 당신이 내리는 결정이 우리나라의 최고 안보이익을 위한 결정이지 당신 자신의 금전적 이익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신이 이 위원회에서 이런 약속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당신이 국방장관으로 인준돼선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A : 에스퍼: 나는 18살에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하면서 헌법을 수호하기로 약속했다. 또 이 나라를 위해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직업을 사직했다. 나는 기업 비즈니스 업계 출신이라는 이유로 부패했다는 생각엔 동의할 수 없다.

워런 의원과 에스퍼 장관 지명자의 공방은 10여분 간 계속된 뒤 제임스 인호프 군사위원장의 제지로 중단됐다. 이어 바통을 이어받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에스퍼를 적극적으로 감쌌다. 톰 코튼 의원은 "전직 기업 출신 인사들에 너무 지나친 경향이 있다"며 "오히려 민간 기업에서 경험은 공직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릭 스콧 상원의원은 "워런에겐 그녀의 대선 캠페인을 위한 장면이 필요했던 것 같다"며 "내가 대신 당신이 악마취급을 받은 데 사과한다"고 말했다. CNN 등 미국 언론은 워런의 나홀로 반발에도 불구하고 에스퍼 장관 인준 표결이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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