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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기술보다 사람이 중요… 강의실 밖 교육 늘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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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총장, 미래를 말한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

"이제 미래는 과학기술 발달로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됩니다. '할 수 있는가 여부'(how)보다 '왜 해야 하는가'(why)가 중요해지는 것이죠. 대학 교육에서도 기술보다 인간 윤리가, 객관성이 아닌 주관성이, 표준화보다 맞춤형이 중심이 돼야 합니다."

지난 3월 취임한 고려대 정진택(59) 총장은 고려대 114년 역사상 첫 공과대 교수 출신이다. 고려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력 때문에 산학 협력이나 기술을 강조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취임사 등에서 줄곧 '사람' '인문학'을 강조했다. 내세운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도 '휴먼 KU(고려대)'였다.

조선일보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고려대 114년 역사상 첫 공대 출신 총장이지만 “기술보다는 인간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대학이 윤리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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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사람'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인류에게 얼마나 이로운가'에 대한 고민 없이 기술만 발달하는 4차 산업혁명은 혼란의 시대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대학들도 단편적 지식을 아는 인재가 아닌, 통합적이고 윤리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야만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정 총장이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정규 강의 외 '비(非)교과 활동'이다. 졸업 때까지 130점 따려 강의실에 얽매여 있는 동안 절대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동아리나 창업, 인턴십, 봉사 활동에서 배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동아리 활동에서 리더십과 멤버십, 사람과의 관계를 배울 수 있고, 창업해 보려고 노력하다 실패하고 부딪히고 깨지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전인적 인재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 총장은 "학생들의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면서 "지금 100여개 고려대 동아리를 3~5배까지 늘리고 싶다"고 했다.

정 총장은 또 고려대 캠퍼스를 '데이터 기반 미래형 스마트 캠퍼스'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학교 구성원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학생 개인별로 다양한 맞춤형 정보와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캠퍼스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학생들이 총 1500여개에 달하는 장학금 가운데 어떤 제도에 지원 조건이 되는지 모르고 알아보기 번거로워 지원하지 못했다면, 앞으론 캠퍼스 시스템이 해당 학생 정보를 분석해 지원 가능한 장학금을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수강 신청을 할 때도 선배들의 방대한 신청 내역을 시스템이 분석해 학생마다 어떤 과목을 들으면 좋을지 제시해준다. 동아리 등 비교과 활동 이력도 학생이 따로 입력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데이터화돼 언제든지 확인할 수도 있다.

학생 개인마다 입학 때부터 졸업까지 들은 모든 강의와 비교과 활동 내역 등을 한 번에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는 'e포트폴리오' 시스템도 도입된다. 정 총장은 "오는 9월에 캠퍼스 내 모든 데이터를 모으는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정식 오픈하고, 내년부터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스마트 캠퍼스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고려대는 최근 교육부의 회계 감사를 받은 데 이어 개교 이래 첫 종합 감사를 받게 됐다. '사학 비리 척결'을 추진하는 교육부가 고려대 등 16개 대학을 2021년까지 감사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 총장은 "교육부 감사의 목적이 대학 발전이라는 긍정적인 것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이겠으나, 사학 비리를 찾는 목적이라면 우려스럽다"고 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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