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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진은 말한다] 쌀가마의 무게, 1975년 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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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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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계천 3가는 철판으로 된 물건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각종 공구상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였다. 더운 여름, 점심시간 무렵이었다. 손수레를 끄는 중년 남자의 몸이 갑자기 하늘로 번쩍 올라가는 모습을 봤다. 손수레에 잔뜩 실린 짚으로 만든 쌀가마 무게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남자는 "이런 이런" 하면서 당황했다. 하늘로 솟구친 몸을 아래로 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본능적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웬걸, 수레가 계속 꿈쩍도 하지 않는 게 아닌가. 남자는 계속 대롱대롱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행인들과 함께 남자를 도와 땅바닥으로 내려오게 했다. 남자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허탈하게 웃으면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지금은 손수레가 거의 없어졌지만 1970년대만 해도 시장에서 운반 수단으로 손수레와 지게가 많이 쓰였다. 특히 손수레는 브레이크가 없어서 내리막길에는 참으로 위험했다.

[전민조 다큐멘터리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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