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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이라서 상] 예비군 2박3일, 자격증도 바로 못 따…40%는 대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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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절반은 여자입니다. 그동안 이유를 알 수 없었던 불평등을 바로 잡는 일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30%의 또 다른 상대적 약자들이 있습니다. 70%가 진학하는 대학에 가지 않은 '고졸'이라 불리는 이들입니다.

고졸은 왜 예비군 2박 3일? … 1971년 제도 아직도 개선 안 돼

적지 않은 숫자인데 이들은 알 수 없는 차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가장 단적인 예가 예비군 훈련입니다. 대학생은 보류대상으로 지정돼 하루에 8시간만 훈련을 받으면 되지만 고졸은 2박 3일 동안 참가해야 합니다.

1971년 대학생이 드물던 시대에 '학습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도입된 제도인데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동원 훈련에 참가할 인원이 갈수록 줄고 있어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할 뿐 마땅한 이유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술 자격증도 대학에 맞춘 기준 … 높은 자격증 따야 좋은 일자리 얻는데

두 번째는 기술 자격증입니다. 기능사-산업기사-기사 순으로 등급이 있는데 고졸은 당장 기능사부터 시험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대나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각각 산업기사와 기사에 곧바로 시험을 볼 수 있는데 말입니다. 공교롭게도 고졸자에게 필요한 해당 분야 실무경험 기간은 전문대, 대학의 교육기간과 일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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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하고 지식을 쌓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입니다만 고졸의 경우엔 미리 직업교육을 받은 청년들도 있고 열심히 노력해서 빨리 높은 자격증을 따야 더 좋은 직장을 얻을 텐데 대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건 무척 불합리해 보입니다. 그것도 고졸 청년들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질 수 있는 기술 자격증인데 말입니다.

고졸은 인적평가 점수에서 감점 … 환경공업 배웠는데 간호조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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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알 수 없는 차별은 더 많습니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영상제작 일을 하는 박주원 씨는 최근 대학 진학을 준비 중입니다. 각종 기관이 공고하는 입찰에 인적구성 요소 점수가 있는데 고졸은 감점 요인이라는 게 박 씨의 설명입니다.

지금은 신입이라 어차피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지만, 나중에 대표 같은 상위 관리자는 되진 못할 거란 한계를 느꼈다고 털어놨습니다. 소위 '스펙'을 쌓으려고 해도 각종 공모전 참가대상이 주로 대학생으로 한정된 것도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나마 차별이 덜한 업종이라고 생각해 대학에 갈 필요 없이 빨리 일을 배우고 싶어서 뛰어들었는데 여기서도 대학 졸업증이 필요하단 사실이 너무 슬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생도 특성화고에 다니고 있는데 무조건 대학에 가야 한다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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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 같은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대부분 배운 것과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특성화고에서 '환경공업'을 배운 김우희 씨는 고등학생 때도 틈틈이 미용기술 학원에 다녔습니다. 선생님들이 옛날 교육방식을 반복하다 보니 최신 정보와 기술에 뒤처진 느낌을 받았고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졸업한 뒤엔 학교에서 소개해 준 플라스틱 사출 공장에서 일했는데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개인적으로 학원에 다니면서 따로 공부해 지금은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대학생도 마찬가지다'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 목적이 '학문'에 초점을 맞춘 대학과는 달리 특성화고는 '전문 직업교육'을 목표로 하는 데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특성화고 졸업생 40%는 대학 진학" … '대학 필요 없다' 말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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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권리연합회 경기지부가 특성화고 졸업생 300명을 추적해 조사해 봤더니 10명 중 4명은 결국 대학에 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특성화고 졸업생 대학 진학률이 36%로 조사됐는데 비슷한 수치였습니다. 4% 정도는 졸업 후 취업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다시 대학 진학을 결정한 경우가 아닐까 합니다.

한때 고졸 취업을 적극적으로 독려한 적이 있었죠. 대부분 대학에 가지 않는 독일처럼 우수한 기술인력을 키우겠다며 마이스터고도 만들고 특성화고 교육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알 수 없는 차별도 여전히 많고 교육도 부실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은 필요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오수호 기자 (oasi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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