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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여름철 물놀이 뒤 ‘귀지’ 함부로 파면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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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여름철 물놀이 뒤에 귀지를 함부로 파면 건강에 해롭다. [고려대안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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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강모(11)군은 올 초 수영 강습반에 다니기 시작한 뒤로 면봉으로 귀를 후비는 버릇이 생겼다. 귓속이 가렵고 축축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귀가 따갑고 아픈 증상이 나타났다. 병원에 갔더니 외이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귓속을 자꾸 건드리는 습관이 외이도염의 원인이 됐다고 한다.

강군처럼 습관적으로 귀를 파는 이들이 많다. 특히 여름철 물놀이나 샤워 후에 귓속에 물이 들어가 약해져 있는 상황인데 이 때 귀지가 잘 제거된다고 생각해 귀이개나 볼펜, 이쑤시개 등 다양한 도구로 귀지를 제거하다가 외이도염이 발생하며 심할 경우 고막 천공까지 생기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강군처럼 외이도염을 앓는 사람은 지난해 기준 58만9805명에 달한다. 특히 여름철에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다. 지난해 8월 9만6806명으로 가장 많았고, 7월(8만5127명), 9월(7만1484명)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여름철에 함부로 귀지를 제거하려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귀지는 강제로 제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외이도와 고막의 피부는 귀 바깥 방향으로 자라 내버려 둬도 귀지는 자연히 귀 밖으로 배출된다. 또 귀지는 아미노산과 지방산, 병원균에 대항하는 라이소자임과 면역글로불린 등으로 이뤄져 있어 세균의 피부 침투를 막는 역할도 한다. 귀지가 많아도 소리를 듣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고 오히려 적당한 귀지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

자주 귀를 파게 되면 귀지가 지나치게 제거돼 세균이 감염될 위험이 있고 외이도 피부의 지방층이 파괴돼 급성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또 치료되지 않는 만성 외이도염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만성 염증으로 귓구멍이 좁아져 청력장애가 올 수도 있다.

영유아들도 마찬가지다. 성인과 같이 아기들의 귀지도 저절로 배출되며 오히려 움직임이 심하거나 겁이 많은 아이들의 경우 귀지를 제거하다 염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가정에서 귀지를 제거하는 행동은 자제하는 게 좋다. 목욕 후에 면봉으로 귀의 겉 부분만 가볍게 청소해주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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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지의 양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 귀지가 외이도를 완전히 막고 있거나, 귀지 제거 능력이 저하된 노인의 경우 귀지에 의한 외이도 폐색증으로 청력 저하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은 극히 드물다. 염증 위험 없이 귀지를 청소하고 싶다면 이비인후과 를 찾으면 된다.

나윤찬 고려대안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귀지는 보기에는 지저분하지만 귀 안쪽에 침투하는 세균을 막는 방어막 역할을 한다. 무리한 귀지 제거는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귀를 후비다가 귀지를 속으로 밀어 넣으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귀지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 제거하는 편이 안전하다” 고 설명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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