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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류현진 MLB 활약상

사이영상 향하는 류현진, 경쟁자 꺾을 우선조건 1점대 방어율 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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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LA 다저스 류현진2014. 4.23.로스앤젤레스 (미 캘리포니아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야구 흐름에 따라 평가 기준도 바뀐다. 사이영상 투표 성향도 그렇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다승의 가치가 절대적으로 높았지만 이후 이닝에 대한 가중치가 늘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방어율의 가치가 다시 올라갔다. 세이버매트릭스가 대중화되면서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조정 방어율 등도 투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만 사이영상 투표에 있어선 압도적인 방어율 만큼 확실한 무기도 없다.

지난해 사이영상 투표가 그랬다.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모두 유일하게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투수가 최고로 평가받았다. 내셔널리그는 방어율 1.70의 제이콥 디그롬이, 아메리칸리그는 방어율 1.89의 블레이크 스넬이 전미야구기자협회 소속 투표인단으로부터 가장 많은 1위표를 수확했다. 논란이 없지는 않았다. 만일 시계를 과거로 돌렸다면 누구도 디그롬과 스넬의 사이영상 수상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디그롬의 승수는 10승에 불과했고 스넬은 이닝수가 180.2이닝에 그쳤다. 방어율에선 경쟁자들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했지만 각각 승수와 이닝에선 크게 뒤쳐졌다. 맥스 셔저는 디그롬보다 8승을 더했고 저스틴 벌렌더는 스넬보다 34.2이닝을 더 소화했다. 스넬이 21승, 벌렌더가 16승을 거둔 것도 투표에 영향을 끼쳤지만 승수보다는 방어율 차이가 고스란히 결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스넬은 벌렌더보다 22점을 덜 허용했다. 탈삼진에서도 벌렌더가 290개, 스넬이 221개로 차이가 컸지만 어쨌든 투수의 최고 덕목은 실점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는 신념이 표심으로 드러났다.

10년 전에는 달랐다. 2008시즌 요한 산타나는 내셔널리그서 방어율(2.53)과 이닝(234.1) 부문 1위에 올랐음에도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에 그쳤다. 당해 사이영상 수상자는 팀 린스컴이었는데 린스컴이 18승으로 산타나보다 2승을 더했고 삼진(265개)도 59개를 더 잡은 게 투표인단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린스컴이 방어율(2.62)과 이닝(227.0)에서 산타나와 큰 차이가 없었던 것도 사이영상 수상에 호재가 됐다. 문제는 2위였다. 브랜든 웹은 방어율(3.30)과 이닝(226.2), 그리고 탈삼진(183개)서도 산타나에 뒤졌지만 22승을 거두며 두 번째로 높은 포인트를 받았다. 10년 전만 해도 다승이 선발투수를 평가하는 데 큰 비중을 차지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금은 ‘선발승은 투수가 제어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대세가 됐다. 2018시즌 디그롬은 1자책점 이하를 기록하고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경기가 12차례나 됐다.

LA 다저스 류현진은 올시즌 리그 전체에서 유일한 1점대 방어율 투수다. 시즌 18번째 선발 등판에 나선 지난 15일(한국시간) 보스턴전까지 방어율 1.78을 기록하고 있다. 투표 인단의 평가 기준이 지난해와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1점대 방어율을 사수해 시즌 끝까지 이 부문 1위 자리를 유지하는 게 사이영상 수상의 지름길이다. 이닝과 다승, 그리고 탈삼진에서 밀리더라도 방어율에서 격차를 벌려놓으면 충분히 정상을 바라볼 수 있다. 최대 경쟁자인 셔저보다 13.1이닝을 덜 소화했고 탈삼진 숫자도 76개 부족하지만 10점을 덜 허용해 방어율 차가 0.52에 달한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 결승점을 통과하기 위해선 12경기 가량을 더 치러야 한다. 그래도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면 대업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올스타전 등판을 생략했던 셔저가 등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7월말 복귀가 예상되는 가운데 류현진 역시 부상 없이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시즌을 완주할 수만 있다면 한국야구는 물론 미국야구 역사에도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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