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3790478 0102019071753790478 03 0301001 6.0.14-RELEASE 10 서울신문 0 popular

[단독] 태성문화재단, 미술사업엔 인색…그룹 사옥 막대한 임대수익 챙겨

글자크기
태성문화재단은 김상열(58) 호반건설그룹 회장 등의 출연으로 2004년 출범한 미술문화 지원 관련 공익법인이다. 호반건설그룹 계열사들은 김 회장의 부인 우현희(53)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태성문화재단에 2015년부터 4년간 총 400억원을 기부출연했다. 이처럼 거액의 출연금을 받은 태성문화재단은 그러나 2018년을 제외하면 매년 출연금의 0.3%가 안 되는 돈을 미술전람회 개최 등의 목적사업에 썼다. 태성문화재단이 목적사업에 출연금 대비 1%가 넘는 돈을 지출한 것은 최근 5년간 2018년이 유일하다.
서울신문

호반건설그룹의 공익법인인 태성문화재단이 지난해 5월 경기 광명의 복합쇼핑몰 아브뉴프랑에 개관한 미술관 호반아트리움. 호반건설 등 그룹 계열사는 김상열 회장의 부인인 우현희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이 재단에 수백억원을 출연했다.


지난해 태성문화재단은 계열사로부터 150억원을 출연받아 5%가 안 되는 7억 4000만원을 목적사업비로 지출했다. 경기 광명의 계열사 쇼핑몰 아브뉴프랑 안에 개관한 미술관 호반아트리움에서 오스트리아의 아르누보 계열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전시회가 열렸는데 대부분 그 비용 등으로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출연금 등 법인 재산이 막대한 규모로 늘어나는 데 반해 본연의 사업에 지출하는 비용은 턱없이 적어 문화계 내에서도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다. 본말이 전도됐다는 것이다.

실제 태성문화재단은 그동안 본래 목적인 미술 전시 및 미술문화 지원 활동에는 지나칠 정도로 인색했다. 지난해 말 현재 태성문화재단의 자산은 918억원에 이른다.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명목으로 문을 연 태성문화재단은 그 돈으로 무엇을 했을까. 재단은 창립 9년 만인 2013년에야 비로소 ‘남도작가 12인 특별전’을 개최했다. 그전까지는 별도의 전시회 등을 열지 않았다.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거의 아무런 활동을 안 한 해도 있다”면서 “공익법인이 1년에 목적사업비로 1000만원을 쓴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또 “공익법인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할 문화사업을 대신해 주는 대가로 세금을 면제받는 것”이라면서 “삼성이 이런 식으로 재단을 운영했다면 지탄을 받았을 것이다. 중견기업의 일그러진 모습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상속세 회피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김 소장은 “1000억원짜리 건물을 자식에게 물려주면 세금으로 500억원을 떼이지만 1000억원을 재단에 기부하면 법인세 2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노골적으로 말하면 재단은 상속세 회피를 위한 우회적인 승계 방법이다. 거수기 이사회를 열어 이사장만 바꾸면 손쉽게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그룹은 “회사 방침이 잘게 쓰는 것보다 아트리움을 만드는 데 (굵직하게) 쓰자는 것이었고, 작품들도 사 모아야 해 돈이 많이 들어갔다”면서 “재단에 들어가는 돈은 사익화할 수 없고, 재단을 사유화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태성문화재단 주변에서는 ‘공익법인이 아닌 사익추구 기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호반건설그룹의 서울 서초구 우면동 신사옥 부지와 건물을 태성문화재단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호반건설그룹은 지난 3월 우면동에 신사옥 2개동을 완공하고 그룹 전 계열사를 이전했다. 등기부등본 열람 결과 신사옥 2개 동 가운데 ‘호반파크 1관’이 자리한 서초구 우면동 782의 2910㎡(약 880평) 규모의 부지가 태성문화재단 소유로 확인됐다. ‘2관’이 들어선 서초구 우면동 786의 6910㎡(약 2000평) 규모 부지는 그룹의 또 다른 공익법인인 남도문화재단 소유다.

무엇보다 부지 매입 과정이 석연치 않다. 등기부등본상 태성문화재단은 2011년 11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해당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원래는 계열사인 호반씨엠이 LH로부터 낙찰받아 곧바로 태성문화재단으로 명의를 변경한 후 태성문화재단이 잔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현희 이사장은 당시 호반씨엠의 대주주였다. 일종의 ‘대리입찰’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태성문화재단은 이 땅을 보유함으로써 계열사들을 상대로 막대한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됐다. 남도문화재단은 계열사에 해당 부지를 40년 장기임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전문가는 “계열사들이 출연한 돈으로 공익법인이 땅을 사고, 공익법인이라는 이유로 세금을 안 내고, 임대료 등 수익을 다시 그 재단이 가져간다는 것, 그것도 오너 가족이 이사장인 재단이라는 것은 사실상 세금 회피로 볼 수 있다”면서 “현행법상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법 제3조 제3항’ 등에 따라 공익재단을 비롯한 비영리법인도 제조업, 건설업, 부동산·임대업 등의 수익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공익재단 목적사업의 경비 충당이 그 목적이다. 태성문화재단도 부동산임대업 계획을 목적사업에 추가한 바 있다. 하지만 태성문화재단의 경우 부동산 투자를 진행하면서 오히려 본래의 목적사업의 규모를 축소시키고 있어 사실상 부동산 투자업체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호반 측 설명대로 호반건설그룹의 두 문화재단은 미술작품 수집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까지 태성문화재단이 26억 5600만원, 남도문화재단이 31억 5900만원어치의 예술품을 매입했다. 우 이사장의 의지가 반영됐는지는 모르겠으나 한 회계사는 “미술작품 컬렉션은 졸부들이 낄 수 없는 재벌만의 고유한 영역인데 호반이 안착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자녀들로의 편법 가업승계, 문어발식 사업확장 등 ‘재벌 모방’에 몰두하고 있는 호반건설그룹이 공익법인인 문화재단마저 과거 재벌들의 일그러진 구태를 따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태성문화재단과 남도문화재단의 자산을 합치면 1500억원이 넘는다. 같은 목적의 사업을 진행하는 공익법인을 둘로 나눠 설립, 운영하는 배경도 의문이다. 특히 남도문화재단의 경우 출연금 대비 목적사업비 지출 비율 등 구조 자체가 태성문화재단의 ‘아바타’라는 점에서 자녀들에 대한 승계가 마무리된 이후 계열분리까지 염두에 두고 공익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특별취재팀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호반건설그룹 김상열 회장 일가의 승계 문제를 비롯해 그룹 계열사의 각종 갑질과 부당행위, 정관계 로비 등을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hobanjebo@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부담없이 즐기는 서울신문 ‘최신만화’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함께 볼만한 영상 - TV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