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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36명 노린 美성범죄 사건 반전···'악마의 변호사'도 '악마'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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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월드]

강력 범죄자 변호하며 승소 이끌어

'악마의 변호사' 별명 얻은 사나이

갑부 '제프리 엡스타인' 아동성매매 변호

'역사상 가장 관대한 형벌' 이끌었지만

자신도 아동성범죄 피의자 신세로 전락



아동 성범죄자의 ‘천재’ 변호사

최근 CNN에 연일 얼굴을 비추는 아동 성범죄자가 있습니다. 바로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인데요. 그의 친구들 역시 성매매에 가담했거나 엡스타인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앤드류 에드워드 영국 왕자 등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정치인은 물론 재벌, 연예인, 왕족들의 이름이 줄줄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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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한 여성들의 피해 당시(10대) 모습. [마이애미헤럴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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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오늘 후후월드에서 들여다볼 인물은 엡스타인의 변호사 ‘앨런 더쇼비츠’입니다. 11년 전 엡스타인이 36명의 소녀를 대상으로 성행위를 강요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종신형이 내려질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단 13개월의 징역형과 더불어 복역기간 중 매일 12시간은 감옥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특혜를 이끌어내 ‘악마의 변호사’로 불린 인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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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의 변호사였던 앨런 더쇼비츠가 지난 12일 폭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더쇼비츠는 엡스타인 성범죄의 피해자였던 버지니아 로버츠가 자신을 공범으로 지목하고 나서자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폭스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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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캐슬’ 정점의 법조 엘리트

앨런 더쇼비츠(81)의 삶은 ‘스카이캐슬’의 꼭짓점 그 자체입니다. 그는 1938년 뉴욕에서 태어나 유대인 회당 설립자이자 종교 지도자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24살의 나이에 예일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하고 ‘판사 등용문’으로 일컬어지는 재판연구원에 임명된 데 이어 25살엔 하버드 로스쿨 조교수로 강단에 올랐죠. 3년 뒤인 28살에는 역대 최연소로 하버드 로스쿨의 정교수가 되며 미국 법조계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수석 졸업과 예비 판사 코스에 이어 20대에 미국 최고 대학의 법학 교수가 된 엘리트 중의 엘리트죠.



한판승의 사나이, 혹은 악마의 변호사

‘최연소’ ‘수석’ ‘천재’ 등의 꼬리표가 붙었던 더쇼비츠의 삶은 그가 변호사의 길을 택한 뒤 조금씩 달라집니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고객’들의 사건을 잇달아 승소로 이끌며 ‘악마의 변호사’라는 꼬리표가 생긴 겁니다.

전처를 살인한 혐의를 받은 미식축구 슈퍼스타 OJ 심슨, 수십명의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 18세 소녀를 강간한 복싱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재계·연예계 거물, 스포츠 스타들이 그의 변호를 받았습니다. 최근 성폭행 혐의로 100명이 넘는 여성들에게 고소당하며 미투 운동의 기폭제가 된 할리우드의 거물급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 방첩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된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 역시 그의 주요 고객 중 한 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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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더쇼비츠에게 변호를 받았던 유명 인사들. 위로부터 복싱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 미식축구 스타 OJ 심슨. [EPA,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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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특기는 한판승입니다. 특히 강력범죄자의 항소심을 맡아 1심 유죄판결을 무죄로 뒤집어 놓는 현란한 언변과 전략으로 유명한데요. 엡스타인을 변호했던 2008년에는 피해자 SNS에 올라온 사진을 모아 재판부에 제출하는 등 피해자의 행실을 문제 삼는 변호 방식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엡스타인과의 인연

법조계 골리앗인 그가 엡스타인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8년입니다. 14살 소녀를 포함해 최소 36명의 미성년자에게 마사지를 해주면 돈을 주겠다고 유인한 뒤 각종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던 엡스타인의 변호를 맡은 것이죠. 당시 미국 언론은 엡스타인의 종신형을 점쳤습니다. 피해 소녀가 수십명에 달한 데다, 엡스타인의 집에서 소녀들의 사진과 범죄 관련 메모 등 엄청나게 많은 증거가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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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엡스타인(왼쪽)과 트럼프 대통령의 젊은 시절 모습. [뉴욕타임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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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두의 예상과 달리 엡스타인은 검사와의 감형 협상(플리바게닝)을 통해 단 18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마저도 사설 감옥에서 복역하면서 하루 12시간은 감방에서 벗어나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는 '근로 석방' 제도의 특혜를 받았죠. ‘미국 사법 역사상 아동 성범죄자에게 내려진 가장 관대한 처벌’로 알려진 특급 딜을 엡스타인이 성사시킨 겁니다.

최근 더쇼비츠는 이스라엘 예루살렘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엡스타인을 변호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그를 변호할 것이며, 가능하다면 13개월이 아니라 더 낮은 형을 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엡스타인에게 내려진 처분이 피해자들에게 공정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라며 “형사 변호사로서 피고인을 대변하는 것이 내 일이며, 피해자를 대변하는 것은 검사의 몫”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변호사에서 공범으로…끝없는 법적 싸움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습니다. 엡스타인의 피해자로 알려진 여성 버지니아 로버츠가 자신이 17살이었던 2001년 엡스타인의 강요로 더쇼비츠와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하루아침에 ‘아동 성범죄자의 변호사’에서 ‘아동성범죄 피의자’로 세간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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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 사건을 심층 보도한 미국 신문사 마이애미 헤럴드와 인터뷰하고 있는 피해 여성 버지니아 로버츠. 엡스타인에게 피해를 당했을 때인 10대 시절 자신의 사진을 들고 있다. [마이애미헤럴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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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더쇼비츠는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로버츠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각에 그 장소에 있지 않았음을 증명할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다”고 반박했고, 로버츠는 또다시 더쇼비츠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해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로버츠의 변호를 맡은 인물이 미국 굴지의 로펌 보이스실러플렉스너(BSF)의 회장 데이비드 보이스라는 점입니다. 거물들을 변호하며 이름을 떨쳤던 더쇼비츠가, 이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만큼 유명한 변호사와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죠.

엡스타인 사건을 심층 취재해 온 마이애미 헤럴드는 “더쇼비츠 vs 보이스: 두 골리앗의 전쟁이 시작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악마의 변호사로 불렸던 그가 악마의 공범이 되어 법정에 서게 될 것인지, 아니면 또 한 번 빈틈없는 전략과 언변으로 자신의 명예를 지켜낼 것인지 미국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 재미로 풀어보는 오늘의 퀴즈

'악마의 변호사' 앨런 더쇼비츠

'악마의 변호사' 앨런 더쇼비츠

Q1 :다음 중 더쇼비츠가 변호하지 않은 인물은?

Q2 :다음 중 더쇼비츠의 이력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정답확인 : https://news.joins.com/article/olink/23119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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