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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요즘 車얼굴, 코로 승부한다 '노우즈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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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2년 사이 화제가 된 패션 아이템 중 하나는 '어글리 슈즈'다. '못생겼다'는 말이 붙을 정도로 과도하게 큰 밑창을 넣고 만든 운동화다. 밑창의 크기가 신발 전체의 균형을 무시할 정도로 큰데, 오히려 개성으로 인정받아 운동화 브랜드뿐 아니라 명품 브랜드까지 어글리 슈즈 제품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도 비슷한 바람이 불고 있다. 차량 전면부 흡기구인 '라디에이터 그릴'의 크기를 대폭 키운 '어글리 그릴' 유행이 차종·차급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고 있다. 자동차 앞쪽이 사람 얼굴을 닮았다면, 그릴은 '코' 정도에 해당한다. 자동차 업계에 '코 세우기' 열풍이 번지는 셈이다.

세단도 SUV도 '어글리 그릴'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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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팰리세이드'가 어글리 그릴의 선두 주자다. 팰리세이드의 전면부는 50% 가까이 크롬 재질의 대형 그릴로 뒤덮여 있다. 현대차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캐스케이드 그릴 중 가장 크다. 대형 SUV의 주 고객층은 40~50대 가장(家長)이다. 중후하면서 무게감 있고, 동시에 세련된 차량 디자인을 선호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설계 단계부터 이 같은 디자인 수요를 반영한 모델"이라며 "존재감을 발산하기 위해 초대형 그릴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팰리세이드는 동급 SUV 중 가장 긴 휠베이스로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확보했고, 최신 첨단 안전·편의 사양을 장착했다. 가격대는 3475만~4408만원으로 5000만원을 넘기지 않도록 책정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3만1502대 팔렸고, 연말까지도 주문이 밀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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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최근 출시한 플래그십 세단 7시리즈 부분 변경 모델에 기존 모델 대비 50% 커진 대형 키드니 그릴을 장착했다. BMW의 디자인 총괄을 맡고 있는 반 호이동크 사장은 "7시리즈를 5시리즈와 차별화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특히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중국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고 최근 밝혔다. 7시리즈는 BMW가 축적한 모든 기술을 도입했다. 앞차가 멈추면 따라 멈추고 출발하면 따라서 출발하는 스톱앤드고(Stop&Go) 크루즈 컨트롤, 막다른 길에서 최대 50m까지 자동으로 후진하는 기술, 측면 충돌 방지 기능이 적용된 차선 제어 보조 장치 등 운전 편의 사양을 다량 갖추고 있다.

렉서스는 2015년 가을부터 그릴의 위와 아래가 연결된 모래시계 모양의 초대형 그릴(스핀들 그릴)을 아예 브랜드 '패밀리룩'으로 삼고 있다. '어글리 그릴'의 선구자 격으로, 플래그십 세단인 LS500h부터 소형 SUV UX 250h까지 다양한 차종·차급에 그릴 디자인을 반영했다. 지난 3월 출시된 UX250h는 하이브리드 엔진을 적용, 복합 연비(4륜 구동 기준)가 L당 15.9㎞에 달하는 것이 큰 차별화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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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브랜드 이미지 심어준다"

본래 차 그릴은 뜨거운 엔진룸에 외부의 찬 공기를 받아들여 식히기 위한 부품이다. 그런데 요즘은 엔진룸 내 냉각 장치가 잘돼 있어서 그릴의 기능적 중요도가 낮아졌다. 특히 전기차·수소전기차는 엔진이 없어 그릴의 형태만 남기고 없애기도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런데도 그릴이 커진 건, 그릴만큼 눈에 잘 띄고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하기 좋은 장치가 드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2007년부터 거의 전 차종에 '호랑이 코' 그릴을 적용, 해외 시장에서 호평받으며 어중간했던 브랜드 이미지를 정립하는 데 성공했다. 초대형 그릴의 단점은 공기저항이 커져서 연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요즘은 기술의 발전으로 상당 부분 단점을 덜어냈다. 팰리세이드는 외관엔 초대형 그릴을 달았지만, 그릴 안쪽에서 실제 흡기구로 연결되는 부분은 작게 설계해 외부 공기가 과도하게 엔진룸 안쪽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조절했다.

윤형준 기자(b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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