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3790121 0252019071753790121 02 0201001 6.0.9-release 25 조선일보 0

'소양강 처녀'의 눈물

글자크기

작사가 故반야월 자녀 6남매

셋째 딸에게 물려준 저작권과 예금 수억원 놓고 3년간 소송

조선일보
서울회생법원은 올해 초 74세 남자 A씨의 재산을 조사했다. A씨는 작년 말 법원에 "빚을 감당할 수 없다"며 파산 신청을 냈다. 법원은 파산 신청을 받으면 신청자가 숨겨 놓은 재산이 없는지 등을 파악하려고 재산 조사를 벌인다.

A씨 재산은 살고 있는 서울의 한 빌라 보증금(1000만원)이 다였다. 그런데 A씨는 법원에 "셋째 여동생에게 못 받은 돈이 2000만원쯤 있었다"고 했다. 추가 조사가 이어졌다.

A씨가 말한 '받을 돈'은 과거 유명 곡(曲)들에 대한 저작권료였다. 법원 조사 결과 그의 아버지는 1950~1970년 여러 히트곡을 작사했던 작사가 고(故) 반야월 〈사진〉이었다. '울고 넘는 박달재' '단장의 미아리 고개' '산장의 여인' '소양강 처녀' 등 그가 작사한 곡만 5000곡이 넘는다. 법원 조사 결과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통해 반야월 앞으로 매달 지급되는 저작권 사용료는 세전(稅前) 1000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돈은 A씨의 셋째 여동생 계좌로 입금이 되고 있었다.

법원이 알아보니 이미 반야월 자녀들은 이 저작권료 등을 둘러싸고 긴 소송을 벌였었다. 반야월은 2012년 3월 사망했다. 6남매 자녀들은 아버지의 재산을 분할했다. 아버지 앞으로 매달 나오는 저작권료는 셋째 딸이 갖기로 했다. 아버지의 유언에 따른 것이었다. 법원 관계자는 "셋째 딸은 오랫동안 아버지 곁을 지키며 공연 기획, 인터뷰 주선 등 사실상 매니저 역할을 했었다"고 했다.

그런데 2013년 셋째 딸이 아버지가 남긴 예금 수억원을 몰래 갖고 있었다는 분란이 생겨 본격적인 재산 다툼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남매들은 "우리 몫의 저작권료도 돌려달라"며 셋째 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셋째 딸도 "저작권을 갖는 조건으로 혼자 부담한 아버지 재산의 상속세를 물어내라"며 다른 남매들에게 맞소송을 냈다. 2016년 셋째 딸이 2000만원 정도를 다른 남매들에게 주기로 하고 3년간의 소송은 끝났다. A씨가 이 돈을 받았는지는 이번에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지난 3월 법원으로부터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면책 허가를 받았다.



[조백건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