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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文대통령 “총리 순방은 투톱외교”… 커지는 李총리 역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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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보복 파장]野 “日사태속 해외순방” 비판에

국무회의 모두발언서 전폭 지원… “정상급 외교 외연확대 큰 역할”

‘지일파’ 총리 對日 역할 염두에 둔듯… 내년 총선 간판 활용 포석일수도

동아일보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국무총리의 정상급 외교는 외연 확대뿐 아니라 우리 기업들의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총리의 순방외교를 ‘투톱 외교’라는 적극적인 관점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 전체를 총리 역할 강조에 할애했다. 정부 내 대표적 지일파인 이낙연 국무총리(사진)가 한일 외교협상을 다시 열어젖힐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여권에서 거론되는 ‘이낙연 총선 역할론’까지 감안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총리도 정상급 외교를 할 수 있는 위상을 갖고 있다고 본다”며 “제가 총리 해외 순방에 대통령 전용기를 제공하는 것도 단순한 편의 제공의 차원을 넘어 총리 외교의 격을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어 “총리의 외교적 역할을 넓힘으로써 상대 국가와의 실질 협력 확대를 촉진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총리는 13일부터 방글라데시,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타르 순방에 나선 상태다.

문 대통령이 ‘총리 외교’를 강조한 것은 한일 갈등 국면에서 이 총리의 역할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기자 시절 도쿄 특파원을 지냈고, 한일 의원연맹 부회장을 맡았던 이 총리는 내각 인사 중 가장 일본 관련 네트워크가 두텁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이 총리가 대일 특사로 거론되지만 이 총리는 이날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에 관해 (청와대가) 저와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제3자 특사 파견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종의 흐름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또 특사가 아니더라도 이 총리가 모종의 역할을 할 기회는 많다. 이 총리는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문 대통령 대신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매년 포럼에 참석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 총리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베 총리를 만날 수도 있다. 또 10월 나루히토 일왕의 공식 즉위식도 문 대통령이 아닌 이 총리가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핵심 관계자도 “최근 문 대통령과 이 총리가 한일 관계에 대해 부쩍 자주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여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한일 문제는 물론 내년 총선까지 고려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연말 정기국회 뒤 물러날 것으로 보이는 이 총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내년 총선에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공동선대위원장 겸 비례대표를 맡아야 한다” “당의 험지로 출마해야 한다” 등 이 총리의 총선 역할론을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정권 후반부의 명운이 달린 내년 총선에서 초대 총리인 이 총리의 정치적 위상은 곧 청와대와 연관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이 총리의 정치적 무게감을 더해 당의 간판으로 내세우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들인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 현직 단체장 신분으로 총선에 관여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것이다.

다만 총선 공천권을 지키려는 친문(친문재인) 진영 일각에서는 이 총리가 당의 간판으로 나서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한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한 여당 의원은 “내년 총선에 당의 모든 역량을 집결해야 하기 때문에 이 총리도 주도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총선 이후에는 청와대와 내각에서 일했던 ‘신(新)친문’이 부상하는 역학 관계 변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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