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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최저임금 당사자는 “동결”…민노총선 “삭감했으니 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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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사업장 종사 44% 동결 원해

급격한 인상 일자리 잃을까 걱정

민노총선 일용직 등 목소리 외면

“성장률 등 감안 땐 2.87%는 낮아”

2년 동안 29.1%의 최저임금 인상을 경험한 당사자들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이행되길 원했을까. 이달 초 예상과는 사뭇 다른 설문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지난 4일 공개한 ‘최저임금제에 대한 인식 조사’다. 흔히 최저임금을 받는 당사자는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길 바랄 것이라고 예단하기 쉽다. 하지만 이 설문 결과에서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가장 강하게 요구한 계층은 임시·일용직(41%), 10인 이하 영세 사업장 종사자(44%)였다. 최저임금이 어찌 되든 일자리 걱정이 없는 300인 이상 대기업(33%)과 상용직 노동자(36%)는 동결을 요구하는 비율이 오히려 낮았다.

중앙일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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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 전문위원은 “최저임금 상승의 혜택을 받은 임시·일용직, 10인 미만 기업 종사자의 동결 요구가 높은 것은 소득은 증가했지만 일자리가 줄어든 탓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달콤함은 잠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경험한 당사자들은 실업을 걱정하는 판국이다. 그러나 고소득 정규직 노동자가 주축인 민주노총은 이번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의 결정에 총파업으로 응수할 방침이다. 최임위가 결정한 내년도 인상률 2.87%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5%)와 물가상승률(1.1%)을 더한 수치(3.6%)보다 낮기 때문에 사실상 ‘임금 삭감’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에 경영계는 올해 1분기 성장률(1.7%)과 물가상승률(1.1%)을 더해 2.8% 수준의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반박한다.

전문가들은 그 수준이 반드시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로 기계적으로 정할 일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또 최근 3년간(2018~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물가상승률을 합한 수치보다 이미 높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인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률은 전체 한국 경제의 생산성 증가와 물가 수준에 맞게 정해야 하는데, 생산성 증가율은 떨어지고 물가도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국면에 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난 2년간 급격히 최저임금을 올린 것이 경제와 일자리 확대에 걸림돌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을 받는 당사자 대다수가 급격한 인상을 원하지 않는데도 민주노총이 최임위에서 이들을 대변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최임위의 근로자위원 9명 중 4명이 민주노총 추천 위원이다. 나머지 5명도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한국노총 추천 위원으로 근로자위원 모두가 일용·임시직, 영세사업장 종사자의 이해관계와는 거리가 멀다.

민주노총이 당사자 반대에도 계속해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1분기와 올해 1분기의 ‘소득분위별 소득 및 비소비지출’ 마이크로 데이터를 보면, 소득 하위 계층의 감소 폭이 유독 컸다.

반면에 소득 상위 50% 이상 가구는 소득이 일제히 늘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가 취약계층의 노동시장 이탈을 부추겼지만, 전반적인 시장 임금의 시작점을 높여 중간소득 이상 가구주의 임금 상승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고소득 노동자가 많은 민주노총 입장에선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것이 조합원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셈이다.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도 일자리를 잃으면 무슨 소용이냐”는 취약계층의 목소리는 이들의 고려 대상이 아닌 것 같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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