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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차이나인사이트] 3000㎞ 원격 뇌수술 성공시킨 화웨이의 5G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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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5G 표준 특허 글로벌 1위

밸류체인 수직계열화도 세계 유일

5G 기반 융복합 산업 창출에 성과

한국은 규제 완화부터 서둘러야



중국의 5G 굴기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3000㎞ 밖에 있는 환자의 뇌수술에 성공하는 등 5G 기술을 이용한 원격 진료가 중국에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5G 기술로 데이터 전송에서 일어나는 시간지연을 획기적으로 단축됨으로써 원격 수술이 가능해졌다. 사진은 지난 5월 안후이성 스타이 인민병원과 안후이 제2의대 의료진이 5G 네트워크로 원격으로 진료 상황을 공유하며 환자에게 내시경 시술을 하는 장면.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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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중국 대륙 최남단의 하이난(海南)성 인민해방군 종합병원 의료진이 베이징에 있던 환자의 뇌수술에 성공했다. 파킨슨병 환자의 뇌심부(腦深部)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삽입물을 이식하고 3시간만에 수술을 끝냈다. 3000㎞ 거리를 사이에 둔 원격수술을 가능케 한 것은 통신업체 화웨이와 차이나모바일이 구축한 5G 기술이다. 주치의 링즈페이는 “4G 네트워크에서는 화면 지체나 원격조정 지연이 있었는데, 5G 네트워크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해결돼 거의 실시간 수술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5G 기술을 이용한 신(新)산업과 서비스 창출에 중국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은 건국 70주년 기념일인 10월 1일을 기해 5G 상용 서비스를 개통한다. 당초 2020년에 시작하려던 계획을 앞당겨 조기 상용화에 나선 건 미국의 고강도 압박이 계기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화웨이의 일부 사업이 지장을 받게되자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를 돕는 조치에 나선 것이다. 구글이 화웨이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의 사용을 금지하자 화웨이는 자체 운영체계인 훙멍(鴻蒙)을 탑재할 것이라고 맞섰다. 이렇듯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5G 굴기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과연 중국의 5G 경쟁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사활을 건 미·중 5G 전쟁에서 누가 승자가 될까.

5G 산업에서 중국은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무서운 속도로 기술 개발에 성과를 내며 미국과 5G 패권을 겨루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미국 이동통신산업협회(CITA)가 올해 4월에 발표한 국가별 5G 준비순위에서 중국은 미국과 함께 공동 1위를 기록했다. 널리 알려진대로 5G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다. 5G 경쟁에서 이기는 쪽이 향후 5G로 창출되는 신(新)산업과 신기술 패권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된다. 미국이 초긴장하며 중국 견제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 중심에 화웨이가 있다.

중국은 이미 글로벌 5G 표준을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에 따르면 중국기업의 5G 표준특허수는 총 3,542건(2018년말 기준)으로 전체 특허의 30.3%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화웨이의 특허가 1970건으로 1위였다. 뒤이어 ZTE 1029건, 다탕(大唐) 543건으로 각각 6위와 9위를 기록했다. 화웨이는 5G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폴라코드(Polar Code)’ 분야에서 전체 특허의 절반(49.5%)을 차지하고 있다. 화웨이의 힘은 막대한 규모의 연구개발(R&D) 투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화웨이는 매년 수익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구개발에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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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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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가 다른 통신업체를 능가하는 또다른 장점은 핵심 밸류체인(가치사슬)에 모두 진출했다는 점이다. 5G 기술 특허에서부터 라우터(데이터 중계기), 모뎀 칩, 기지국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밸류체인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전세계에서 화웨이가 유일하다.

미국의 전방위 압력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는 30개국 46개 통신사와 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2018년 기준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28%로 세계 1위다. 이는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5G 관련 통신장비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와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이유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다만 중국의 5G 부품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반도체와 칩셋 등을 미국·일본·한국 등 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5G를 단순한 통신산업으로만 여기지 않고, 5G를 기반으로 한 융복합 산업과 서비스 창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스마트시티다. 5G 기반의 초(超)연결 네트워크 인프라가 구축되면 교통, 공공안전, 에너지 수급 등의 도시 서비스에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주도 아래 ‘천년대계(千年大計)’로 건설중인 슝안(雄安)신도시를 비롯, 18개 도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5G 시범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앞서 예를 든 원격수술 등 스마트 헬스케어도 중국이 힘을 쏟는 분야다. 중국은 의료인력이 부족하고 의료서비스의 80%가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어 지역간 의료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ICT 기술을 활용한 원격의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기업들의 시장 참여를 지원하는 등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 5G 기술이 접목되면서 중국의 스마트헬스케어는 비약적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이 밖에 자율주행차,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5G 기반의 기술 융복합이 이뤄지고 있다.

3G, 4G 시대에서는 후발주자였던 중국이 5G 경쟁에서 선두를 다투게 된 것은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정책과 통신기업들의 R&D 투자에 힘입은 것이다. 미·중 기술패권 분쟁으로 중국의 5G 혁신이 조금 늦춰질 수는 있겠지만 패권 쟁취를 위한 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중국의 5G 굴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한 한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5G 통신장비 분야에서 글로벌시장 점유율 37%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중국이 10월에 5G 상용화를 추진하고 미국의 5G망이 본격 가동되면 한국의 점유율을 지켜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먼저 5G 응용서비스에 대한 연구개발이 절실하다. 한국은 5G 단말기기 등의 분야에서는 글로벌 경쟁 우위가 있지만 응용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새롭게 창출되는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하면 시장 진출 기회를 넓힐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의 의료서비스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나 제조업 역량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 팩토리 분야 등에서 중국 진출을 적극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5G 컨텐츠 제작 및 유통 분야의 성장 잠재력은 클 것으로 판단된다. 음악·방송·게임 등 한류 핵심 분야에서 강한 경쟁력 및 원천 기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로 5G 융복합 산업의 잠재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5G가 창출하는 융합 기술 및 서비스는 한국의 기존 법규로는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가령 중국에서는 3000㎞ 거리를 두고 뇌수술이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원격진료가 여전히 규제의 대상이다. 웨어러블 기반 스마트 헬스케어,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시티 등 분야에서 5G 기반기술을 도입할 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

지금 세계는 5G, 인공지능(AI) 등의 신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패권을 쥐기 위한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 이면에는 4차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국의 철저한 계산과 전략이 숨겨져 있다. 미·중간의 5G 기술패권 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통상환경의 변화는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전쟁’이란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이 치열한 전환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어느 때보다 영민한 지혜와 전략이 필요하다.

■ ◆조은교

중국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산업통상자원부 근무를 거쳐 현재 산업연구원에서 중국 신산업과 기술혁신, 통상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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